매혹의 장소의 명백한 취향

모리스 블랑쇼,「기다림, 망각」 읽기(28)

by 김요섭



1.

사랑하는 시간은 비밀과 함께 머문다. 밝혀 보여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신비. '진정한 한밤의 어두움'은 현전 가운데 나타나지 않는다. '벗겨지지 않은 채, 날것으로 드러나는'.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은 비로소 '감추고 있는 것'을 발견하려 한다. '명백함' 속에 감추어진 비밀의 취향. 당신을 향한 지향은 '말들의 동등성' 가운데 소진되지 않는다.


2.

망각 안에서 간직되는 흔적. '구애받지 않고 전해지는' 어떤 직관은 당신의 삶, 그 이상을 원한다. '그렇게... 해'라는 말로도 다 전해지지 않는. 오직 '스스로 말한지도 모를 말'을 통해서만 침묵한다. 계속해서 차연(差延)되는, 언어의 흔적. '말함과 말하기를 지연시킴'의 차이는 무차별적으로 현전 한다. 매혹의 장소의 활짝 열림으로 요구되는 비밀 안의 무관함.


(93~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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