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마멸시키는 매혹의 움직임

모리스 블랑쇼,「기다림, 망각」 읽기(27)

by 김요섭



1.

'두 걸음'의 시차 안에 있는, 무엇보다 먼 기억. '망각의 힘'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서 거리를 유지한다. 이상한 긴장 속에 보존되는 '매혹의 움직임'. 무차별적 기억은, '부동의 현전'과 '망각'사이, 생각하는 나를 마멸시킨다. '나를 만지지 마라'와 함께 망각되는, 바깥에서 온 기억.


2.

내 앞에서 당신을 기억함은, 바로 우리의 고백. 타자성 안의 주체는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회상될 수 없는 기억을 담지한 얼굴 없는 얼굴. 무명자의 도착하지 못함은 오히려 기다림을 매력적으로 만든다. 도무지 만족될 수 없는 기다림 안의 정주. '보이지 않는 고통'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감춰질 뿐이다. '모두에게 모르는 자'와 우정을 나누는, 접근할 수 없는 그곳. 어떤 '함께'는 '주의를 기울여' 다가가야만 한다. 비밀에 가까이 혹은 멀리 있지도 않은. 당신이라는 존재는 오직 '두 걸음'의 시차 안에 머물러 있다.


(90~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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