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에밀리 디킨슨 읽기(7)
1.
널빤지에서 널빤지로 난 걸었네
천천히 조심스럽게
바로 머리맡에는 별
발 밑에는 바다가 있는 것같이
- 구체적 일상에 이미 들어와 있는 죽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하는 걸음은 그곳으로 향한다. 단속적 발걸음을 내딛을 때만 감각되는. 춤추는 별은 심연 깊은 곳에서 당신을 부른다. 태곳적 바다에서 들려오는 오래된 심장박동. 양수에 가득 찬 숨소리는 오래된 미래다.
2.
동굴 속에 내가 숨으려 하면
별들은 - 속삭이기 시작했네
우주란 아마도 갈라진 거대한 한 틈
결국 난 보이게 되리라고
- 정주하며 만든 은밀한 세계. 협애한 장소는 당신의 거주를 허락하지 않는다. 타자의 추방으로 단절될 수 없는 그곳. 무한한 아름다움은 새하얀 손을 당신에게 내민다. 벌어진 틈으로 흘러내리는 새빨간 피. 우리의 존재는 이미 그곳에 있다.
(88~9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