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에밀리 디킨슨 읽기(6)
1.
단념하는 살(The Flesh) - 이윽고 소멸
무가 시작됐네
관중들처럼 - 두 개의 세계는 흩어지고
이윽고 홀로 - 영혼만이 남았네
- 가장 가까운 것의 급격한 멀어짐. 무로 가는 사건은 더욱 철저히 진행된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어떤 선택도 남지 않은. 죽음은 가장 먼 것의 무한히 가까움을 선물한다. 각자성의 거기 있음에 도착하는 마지막 사건.
2.
내가 두려워하는 고독
영혼의 창조자
고독의 동굴, 고독의 회랑은
밝고도 - 캄캄하다
- 기이한 중첩. 고독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창조의 기쁨은 결코 달콤하지 않다. '파멸의 무덤'에 들어가야만 깨달을 수 있는 존재. 결코 보이지 않는 '공포'는 베일에 싸여있다. 캄캄한 복도를 지나면 느닷없이 도착하는 지극히 밝은 빛. 순식간에 사라져 가는 검은빛의 섞갈림.
(77~8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