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에밀리 디킨슨 읽기(5)
1.
미를 위해 난 죽었지 - 그러나
무덤에 안장되자마자
진실을 위해 죽은 이가
이웃 무덤에 뉘어졌지
-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 진리의 이름은 하나로 환원되지 않는다. 진실이자 정의이며, 사랑이자 아름다움인. 모든 것이자 단 하나이기도 한 진리는 죽음 한가운데서 되살아난다. 가장 약함에서 신성의 위엄을 입는. Noli me tangere!
2.
그처럼 패배하고, 죽어 가면서
들리지 않는 귓가로
승리의 머나먼 선율은
울린다. 괴로움에 차서, 그러나 분명히
- 패배해야만 도착할 수 있는. 그곳은 세이렌의 노랫소리 너머에 있다. 태곳적 바다의 심장 소리로 울리는 '머나먼 선율'. 폐호흡으로 결코 다가갈 수 없는 장소는 오직 '죽어가면서' 도달할 수 있을 뿐이다.
(28~5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