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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Jul 15. 2024

제대로 맛본 이는 일찍 요절할 수밖에 없는

『카르페 디엠 』 호라티우스 읽기(8)



'현재에 만족하는 영혼은 멀리 나중의

근심을 멀리하길. 태평한 웃음으로

쓰라림을 다스리길. 과연 모든 일에서

행복할 수는 없나니


명예로운 아킬레스는 일찍 요절하였고

티토노스는 늙어가며 한없이 늙어갔다

너에겐 안된다 했던 시간이 어쩌면 

나에겐 허락될는지도'


  불가능한 시간. 유한자에게 가능하지 않음은 찰나의 형태로 주어진다. 제대로 맛본 이는 '일찍 요절'할 수밖에 없는. 영원 같은 봄날은 오직 현재의 충만함으로 머물 뿐이다. 가고 없는 시절을 한탄하며 한없이 늙어가는 계절. 쓰라린 웃음은 재현될 수 없는 사건을 회상하려 한다. 현재에 만족할 수 없고, 멀리서 도착할 사건마저 불확실한. '안된다 했던 시간'의 끔찍한 정주는 당신의 허락을 구하지 않는다. 덩어리 진 시간의 기투(企投) 불능. 


(1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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