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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섭 May 31. 2024

축제 이후의 서늘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카르페 디엠 』 호라티우스 읽기(7)



'옹색한 형편이라도 용기를 갖고 굳건한

마음으로 버텨내며, 한결같이 지혜롭게

너무나 달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는

부풀어 오른 돛을 내려라'


  '옹색한 형편'을 벗어날 길 없음에도. 차가운 열정은 지난한 기다림 안에 망각한다. 축제 이후의 서늘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한결같은 지혜'는 어떤 상황에도 과업을 지속할 뿐이다. 느닷없이 도착하는 '너무나 달가운 바람'에도 돛을 내릴 수 있는. 서늘한 용기는 비로소 텅 빈 곳의 의미를 깨닫는다. 다시 올 부재의 현전을 기다리며, 오직 응답 없음과 마주하는 존재. 


(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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