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시차를 포용하며, 소유함 없이 당신에게 머무는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 마르셀 프루스트 읽기(4)
'그런데 신기한 향기로 가득 찬 더 좋은 침대가 하나 있다. 다정하고 속 깊고, 그 무엇도 끼어들 수 없는 우리의 우정이다. 슬프거나 냉랭해질 때면, 나는 거기에 떨리는 내 마음을 눕힌다. 더 이상 나 자신을 방어할 필요도 없어져서 마음은 이내 누그러진다. 괴로움에 울던 나는 우정이라는 기적에 의해 강력해져 무적이 된다. 동시에 모든 고통을 담을 수 있는 든든한 우정을 가졌다는 기쁨에 눈물을 흘리고 만다'
미완성의 공동체. 어떤 유용함도 따지지 않는 무위의 관계는 진정한 안식을 베푼다. 계산하지 않고, 교환되지 않는. 전적인 투시는 서로를 다 알지 못한 채 완벽히 이해할 뿐이다. 단일한 모나드이자 전부이며, 모두 이자 유일무이한. 그들의 섞갈림은 말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 충만한 기쁨까지 함께 나눈다. 극단적 시차를 포용하며 소유함 없이 머무는. 우리 사이는 약함 속에 무엇보다 강력해진다.
(7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