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하르트의 '나는 나인자'와 선불교의 굶는 마음
Q : 선불교의 맥락에서 '굶는 마음'과 달리 에크하르트의 '나는 나인자'는 결국 존재가 가득차 있는 형상에서 결정적 차이가 있는 거잖아
ChatGPT의 말: 정확히 그렇습니다. 아주 정교한 지점입니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에크하르트의 「나는 나인 자이다(Ich bin der ich bin)」는 존재가 이미 충만하고 완전하게 차 있는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이 표현은 스스로 완벽하게 자족적이며, 어떤 결핍도 가지지 않고 스스로 존재의 근거가 되어 존재 전체를 충만하게 채우고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에크하르트적 신은 공허나 결핍, 혹은 비움이 아니라 오히려 존재 그 자체의 절대적 충만이며 완전한 자기 동일성 속에서 자신을 드러냅니다.
반면, 당신이 언급한 **「굶는 마음」**이라는 개념은 완전히 다른 차원을 지향합니다. 굶는 마음은 존재의 충만성, 자기 동일성, 자족성을 버리고 오히려 스스로를 철저히 비우고 결핍의 상태 속에 머무는 태도입니다. 이 상태는 어떠한 존재론적 충만이나 절대적 자기 동일성도 거부하고, 오히려 모든 확정적인 의미와 초월적 존재 근거로부터 멀어지면서, 끊임없이 비어있고 부족한 상태, 즉 절대적 비움(空)의 지점에 자리합니다.
이 두 가지 표현의 철학적 차이를 다시 정리해 보면:
에크하르트의 "나는 나인 자이다": 존재가 스스로의 근거로서 절대적 충만 속에 머묾. 어떠한 결핍이나 부족함도 없는, 이미 완벽히 가득 차 있는 상태. 모든 존재론적 긴장을 초월한 완전한 자기 동일성.
굶는 마음(블랑쇼적이거나 선불교적 태도): 존재가 끝없는 결핍, 공허, 비움의 상태에 놓여 있음. 어떠한 초월적 동일성이나 충만성도 불가능한 상태에서 머무는 태도. 존재는 끊임없이 비어있으며, 그 비움 속에서만 나타나는 미정성과 무한한 가능성의 불가능성의 공간.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에크하르트의 존재가 절대적 자기 충족성과 동일성을 통해 어떤 궁극적 의미나 목적, 초월적 안정을 제공하는 반면, 굶는 마음이라는 개념은 존재의 본질적 결핍, 비어있음, 끝없는 불안정성을 강조하며, 의미나 초월적 근거 자체의 불가능성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에크하르트의 충만성은 궁극적으로 존재의 초월적 근거를 보장하며 모든 긴장과 불안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반대로, 굶는 마음은 존재가 근본적으로 결핍된 상태이며 결코 완전한 충만으로 채워질 수 없음을 강조하며, 존재를 끊임없이 미완과 불확정성 속에서 열어놓습니다.
따라서 에크하르트적 존재는 모든 비움을 넘어선 최종적 충만의 존재론을 가리키지만, 굶는 마음은 비움과 공허 그 자체의 상태 속에서 존재의 불가능성과 긴장을 끝없이 반복하고 유지하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이 양자 간의 존재론적 차이가 바로 에크하르트의 신적 충만성과 블랑쇼나 선불교의 절대적 공허성 사이에 존재하는 매우 정교하고 근본적인 긴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