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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음의 친절

by 김요섭


경계가 흐려진 자리,

산은 강을 부르고,
강은 산을 감싼다.


비어 있는 손바닥 위에,
새는 내려앉고,
흐르는 물은 노래한다.


붙잡지 않고,

밀어내지 않고,
서로의 안에서 부드럽게 스민다.


제거된 것은 단지 이름,
남은 것은 숨결과 숨결 사이의
다정한 흔들림.


비어있음 속에서,
모든 것은 스스로를 잃으며,
서로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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