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보다 값진 시간

by 정미옥

유니클로에서 세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라북도에서 가장 큰 매장이 익산에 있다며, 딸아이가 전주 매장을 놔두고 굳이 익산으로 가자고 했다. 올해 익산을 몇 번이나 가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차 안에서 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달리는 그 시간이 좋아서, 별다른 이유를 묻지 않고 익산으로 향했다.


전주 유니클로는 가본 적이 없어 크기를 모르지만, 익산 매장에 도착하니 사람들로 가득했다. ‘익산 사는 사람들은 다 여기 온 걸까’ 싶을 만큼 붐볐고, 괜히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 조금은 신경도 쓰였다.


세일이라고 하지만 정작 세일이 아닌 품목이 더 많았다. 기대를 조금 크게 했던 탓인지 살짝 김이 빠지기도 했다. 딸아이는 양말과 목도리, 패딩 조끼, 히트텍을 담았고, 나는 어머니 드릴 뽀글이 가디건과 히트텍을 골랐다. 많은 걸 산 것도 아닌데 계산대에 서니 금액이 18만 원을 훌쩍 넘었다. 옷값이란 게 참, 모르게 새어나간다.


그래도 제품은 좋았다. 히트텍은 가볍고 부드러웠고, 가디건도 기대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패딩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입는 순간 온몸을 감싸 안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입어본 패딩 중 가장 가벼웠지만, 집에 있는 옷장을 떠올리며 결국 마음을 접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며,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고스락과 이화동산에 들르기로 했다. 하지만 도착하니 이미 5시가 넘어 있었다. 입구에서 “오늘은 마감입니다”라는 안내를 들었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테이크아웃으로 자두 에이드를 한 잔 샀다. 이화동산에서 직접 발효해 만든 차라 그런지 향이 은은하고 맛이 깊었다. 내년에는 시댁 자두나무에서 따온 자두로 나도 청을 한번 담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세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 이화동산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넓은 마당에 질서 있게 놓인 수백 개의 항아리, 연못가에서 여유롭게 움직이는 거위들. 복잡한 하루 속에서 빠져나와 잠시 숨을 고르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스쳤다. 오전엔 교육문화관에서 독서동아리 역량 강화 교육을 듣고, 집에 와 점심을 챙겨 먹다 보니 출발이 늦어졌다. 하루라는 시간은 늘 계획보다 조금씩 비껴가고, 하고 싶은 일들은 종종 뒤로 밀리곤 한다.


6주 동안 이어진 독서동아리 교육도 다음 주면 끝난다. 교육이 끝나면 토요일이 조금은 여유로워질까. 오늘처럼 딸과 함께 작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간을, 앞으로는 조금 더 자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익산에서의 짧은 오후는 그렇게, 세일보다 더 값진 무엇을 내 마음에 남기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