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팀목이 된 소설소모임

by 정미옥

오늘은 소설 소모임 오프라인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전날 밤, 집 안을 정리하다가 늦게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피곤한 몸을 달래며 잠깐 눈을 붙였는데, 눈을 떠보니 열한 시 사십 분이었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


급한 집안일이 생겼다고 둘러댈까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결국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서둘러 준비했다. 얼굴은 통통하게 부어 있었다. 어젯밤 아들 방을 정리하다 배가 고파 만두 몇 개를 먹은 탓이다. 머리는 덜 마른 채 집을 나섰고, 냉동실에서 꺼낸 얼음 팩으로 걸으면서 연신 얼굴을 눌렀다.


자다 일어난 티가 나는 모습이 부끄러워 갈까 말까 몇 번이나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도 결국 가기로 했다. 후회하더라도, 가서 하기로 했다.


늦게 도착한 미안함은 있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 마음은 조금 옅어졌다. 화면 속에서만 보던 얼굴들이 눈앞에 있었다. 줌으로 한 달에 한두 번 만나던 사람들이라 낯설지는 않았다. 경기도에서 내려온 분도 계셨다. 반가움은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모임이 끝난 뒤, 몇몇이 남아 이야기를 더 나눴다. 리더스 클럽 이야기, 책에 대한 생각, 그리고 잠시 스쳐 지나간 각자의 삶.

줌 모임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 각자만의 독서 시간을 지켜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나는 아직 소설 소모임 책만 읽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책을 정말 좋아하는 건 아닐까.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은 늘 두렵다. 내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할 것 같아서다. 다른 사람들은 생각을 논리적으로 잘 정리해 말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부담이 있다.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버거울 때도 많다.

그럼에도 몇 년째 같은 얼굴들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조금 편안하게 했다. 낯설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행이었다.


소설 소모임에는 연배가 있는 분들이 많다. 나 역시 어느새 그 무리에 자연스럽게 섞였다. 한 분이 말했다.

“죽을 때까지 이 모임을 하고 싶어요.”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독서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그분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책을 읽는 일이 얼마나 깊고 행복한 행위인지 새삼 알게 된다. 나는 아직 그 자리에 서 있지는 않지만, 그 방향을 바라보고는 있다.


마지막으로 읽지 않는 책을 서로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방랑자』와 『알레프』 두 권을 내놓았다. 책을 건네는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마치 나의 일부를 내어놓는 것처럼.


소설 소모임은 내게 책을 읽는 기쁨을 다시 알려주었다. 책을 친구로 두고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도. 나이가 들수록 사고는 쉽게 굳어지는데, 소설은 나를 그 자리에서 조금씩 흔들어 준다.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따라 읽으며,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


이 모임은 어느새 내 삶을 지지해 주는 버팀목이 되었다. 솔직히 여전히 부담스럽다. 다들 고견이라 주눅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안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자신의 자리를 다시 확인한다.


늦게 도착한 오늘이

결국은 나에게 고마운 하루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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