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 한그릇으로 버팀

by 정미옥

과장님은 조직개편과 관련해 이번 주 화요일이나 수요일쯤 원장님과 대화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다 오늘 오전 팀장회의에서 일정이 여의치 않다며, 오늘 오후 두 시로 갑자기 일정이 잡혔다.

자료는 충분히 정리하지 못했다.

운영팀의 입장을 정리하느라 점심도 거른 채 시간을 보냈다.


오후 두 시부터 세 시까지, 원장님과 총무과장님, 시설팀장님, 총무팀장님이 함께 조직개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원장님은 우리 원의 조직이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해 보았다고 말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 원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는 이야기였다.

말씀 자체에는 수긍이 갔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운영과가 계속 유지되는 것 또한 중요했다.

원장님은 운영팀에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신다.


사업부서는 사업을 중심으로 원장님과 만날 기회가 많지만, 우리는 지원부서다.

항상 묵묵히, 드러나지 않는 자리에서 일한다.

우리 팀 주무관들은 1년 동안 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했다.

공가를 사용하고도 오후 한 시 이후에 다시 나와 근무해야 했던 날들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그리고 사업부서와 협업하며 겪는 애로사항들도 말씀드리고 싶었다.


내가 말을 했다고 해서 우리 과의 존치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누가 보지 않아도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 조직이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은 전하고 싶었다.


원장님께 팀을 한 번쯤 생각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운영과가 존속되기를 바란다는 마음도 조심스럽게 전했다.

24일 팀장회의에서는 오늘 보고했던 자료를 보완해 개선책을 준비해야겠다.

이 모든 것이 받아들여질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행정직들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하고, 얼마나 많은 고민 속에서 일하고 있는지는 알릴 필요가 있다.


퇴근할 시간이 되자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았다.

저녁으로 추어탕을 포장해 집에 가려 했지만, 남편이 탁구장에 갔다고 했다.

결국 식당에 남아 혼자 밥을 먹었다.

월요일인데도 식당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기력이 바닥날 때는 퇴근길에 집에 바로 가지 않고, 이렇게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먹는 것이 작은 위로가 된다.

국물을 몇 숟갈 뜨고 나니 눈이 조금 떠졌다.

오늘 하루도, 그렇게 나름대로 버텼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지나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