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집에 왔다

by 정미옥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를 하고 있다.

공사 기간은 25일. 한 달 전부터 사전 공고가 붙어 있었지만, 그때는 이 불편이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 몰랐다. 버튼 하나 누르면 당연히 도착하던 집이, 이제는 열세 개의 층을 몸으로 통과해야만 닿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공사가 시작된 첫날은 막막했다.

13층을 어떻게 오르내려야 하나.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이용하던 엘리베이터가 사라졌다는 사실만으로 생활의 균형이 흔들렸다. 오늘은 둘째 날.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며 나도 모르게 안도했다.

아, 무사히 집에 왔구나.


어제보다는 조금 나아졌다.

아침에 계단으로 13층을 내려가며 숨을 고르긴 했지만, 몸이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그렇다 해도 앞으로 남은 시간은 23일. 숫자로 생각하면 다시 한숨이 나온다.


모든 것이 불편해졌다.

생활용품을 사 오는 일도,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일도 마음을 써야 한다. 출근할 때는 평소보다 10분쯤 일찍 나서야 한다. 하루에 한 번만 계단을 이용하려면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출근길에 함께 들고 나가야 한다. 생활의 동선 하나하나를 다시 계산하게 된다.


택배는 또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집 앞까지 올라올까 싶어, 간단한 물건들은 당분간 직장으로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연하던 것들이 하나씩 ‘걱정거리’가 된다.


아들은 무릎에 물이 찼는데도 한쪽 발에 힘을 주며 올라왔다고 했다. 딸은 씩씩거리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힘들다. 집에 오는 일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하루를 견디고 돌아와 쉬어야 할 공간에 들어가기까지 또 한 번의 노력이 필요하다니.


집은 늘 나를 기다리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아무 대가 없이 품어주는 곳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은 집에 닿기까지 숨을 고르고,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안락함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계단을 오르내리며 새삼 배운다.


그래도 오늘 하루,

무사히 집에 왔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