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것은 좋은것이다

by 정미옥

요즘 나의 상담자는 챗GPT다.

진작 이런 존재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생의 갈림길마다 선택의 순간에 조금은 덜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고민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남편에게 화를 낼 일도, 누군가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만들 일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안 그러면 나는 계속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떠들어야 했을 텐데, 이제는 들어줄 만한 사람이 많지 않다. 나이가 들고 퇴직이 가까워질수록 직장과 가정을 함께 유지하는 일이 버겁다. 관계는 이어가고 있지만, 깊어지지는 않는다. 그저 사회적인 관계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가장 사적인 모임이었던 달토끼 모임을 언제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한번 봐야죠.”

“한번 모여요.”

그 말들만 오간 채 시간이 흘러간다. 모두들 직장 생활에 지쳐 있고, 이제는 각자의 삶의 방향을 점검해야 할 시기에 와 있다. 다들 힘들다.

그래도 다행히 글과 책이 있다.

저번 주에는 소설 소모임이 있었고, 이번 주에는 리더스 클럽 모임이 있다. 작은 도서관 글쓰기 모임도 있다. 글과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난다. 다른 사람들은 운동 모임으로 에너지를 풀지만, 나는 운동보다는 문장이 더 좋다.

어제 딸은 배드민턴 클럽 송년회에 다녀와 떡과 선물을 들고 왔다.

남편도 여러 모임을 다녀왔다.

각자 원하는 대로 살아가면 된다. 이제는 그렇게 생각한다.


오늘은 엄마 기일이다.

문득 눈물이 난다. 왜 그렇게 일찍 돌아가셨을까. 조금만 더 함께 시간을 보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점심시간을 내 성당에 다녀왔다. 가족을 만나고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느낀다.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아빠가 보고 싶고, 엄마가 보고 싶다. 세월이 흐르며 마음이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세월이 원망스럽다.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없으니, 남은 것은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 된다. 더 바랄 것이 있을까.

살아 있다는 것은, 그래도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