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작은엄마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오래 일했다.
오랫동안 문화해설사로 일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경기전 안내소에서 근무하셨다.
이야기를 워낙 재미있게 하시고 성실해서
나이가 많음에도 전주시청과 계약을 맺고
오랫동안 계약직 근로자로 일하셨다.
전주 한옥마을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다.
작년 어느 날, 작은엄마를 만나러 경기전에 갔었다.
거의 퇴근 시간에 외국인 몇 명이 안내소로 들어왔다.
작은엄마는 망설임 없이
손짓, 발짓, 콩글리시를 총동원해 설명을 시작하셨다.
“Old house. Very old.”
“Here, king. Long time ago.”
문장은 짧았고 문법은 틀렸지만
이야기는 정확했다.
외국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진을 찍었고,
설명은 끝날 기미가 없었다.
안내소 직원이면서 문화해설사 역할까지 자연스럽게 해내는 모습이었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알았다.
아, 이 일을 정말 좋아하시는구나.
올해 작은엄마는 일흔이 되었다.
노령 근로자라는 이유로
근로계약은 더 이상 연장되지 않았다.
작은엄마는 하루아침에
말을 할 자리를 잃었다.
그러던 중 12월,
전라북도청에서 문화해설사를 뽑는다는 공고가 났다.
작은엄마는 다시 시험을 봤다.
역사, 문화, 설명 전부 평생 해온 일이었다.
문제는 실기시험이었다.
“심폐소생술은 1분에 몇 번 해야 합니까?”
작은엄마는 잠시 생각하다
‘두 번’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시험을 마치고 집에 와서 작은엄마는 그 이야기를
초등학교 1학년 손녀딸에게 직접 해줬다고 한다.
그러자 손녀딸이
“할머니,
심폐소생술을 1분에 두 번 하면
사람 죽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모두 한참 웃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 아는 걸 일흔 살 문화해설사가 틀린 상황이 너무 정확해서 웃음이 났다.
요즘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심폐소생술을 배운다고 한다. 작은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평생 사람 심장은 안 만지고 이야기만 만졌네.”
작은엄마는 사람을 살린 게 아니라 이야기를 살려왔다.
역사에 숨을 불어넣고,
사라질 뻔한 시간을 붙잡았다.
심폐소생술 문제는 틀렸지만 작은엄마는 아직도 현역이다.
이야기는 정답이 틀려도, 속도가 느려도 끝내 살아남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