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기록한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살았는데도, 오늘은 분명 어제와 다르다.
어제 새벽, 전화가 계속 울렸다. 잠결에 휴대폰으로 손이 갔다.
이 새벽에 누가 전화했을까. 덜컥 겁이 났다.
사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매일 전화하는 사이가 아니면, 전화는 반갑기보다 먼저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비몽사몽 휴대폰을 보니 미국 여행 중인 딸이 카카오톡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받자마자 사진을 보냈다며 가방을 사다 주겠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45만 원인데 뉴욕에서는 23만 원이라며 가방 사진을 몇 장 보내왔다. 마음은 고마웠다. 하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가방은 없었다.
이제는 크게 가방 욕심도 없다. 에코백 하나면 충분하다.
작년에 서울에 갔을 때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십육만 원쯤 하는 토드백을 샀었다. 길거리 가판대에 놓인 가방이 유난히 예뻐 보였다. 한참 유행하던 보테가 베네타 스타일이었다. 걸음이 멈췄고, 생애 처음으로 거금을 들였다.
며칠은 잘 들고 다녔지만 지금은 거실 바닥에 우두커니 놓여 있다. 집을 지키는 처량한 신세다. 역시 가벼운 게 최고다. 다시 검은 에코백을 들고 다닌다. 가볍고, 더러워질까 염려할 필요도 없다. 나처럼 털털한 성격엔 딱이다. 그래도 가끔은 예쁜 에코백을 하나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가방에 별 반응이 없자 딸은 난데없이 신발 사진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형광등도 켜지 않은 채 휴대폰을 보다가 눈이 침침해졌고, 그대로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에 휴대폰을 확인하니
‘이쁘지, 이거 삼’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텀블러 사진 두 장이 더 와 있었다.
뉴욕과 한국의 시차는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지금 한국시각은 오후 10시 40분이다. 뉴욕은 새벽 6시 40분쯤 되었을것이다. 오전이 되면 또 뉴욕의 사진을 보내겠지.
덕분에 나는 따뜻한 방 안에서 뉴욕 여행을 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도서관 내부, 눈이 쌓인 뉴욕 거리, 추운 날씨 탓에 패션을 포기하고 패딩으로 몸을 감싼 뉴욕커들,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 숲이 사진을 넘어 내 마음속으로 성큼 들어온다.
하지만 사진 속 뉴욕보다 무사하다는 신호가 더 선명했다.
별일 없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