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진단하기 4
검찰 개혁은 불가능하니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이나 하자?
불평등에 맞서기 위해 평등이라는 기계 안에 조국을 가두자?
라인하르트 코젤렉은 일찍이 4개의 역사관을 제안했다.
첫째, 순환론적 역사관
역사는 순환하니 그 순환의 경험을 먼저 한 어른이 갑이다. 지혜는 세월이 축적된 결과다. 그러므로 어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른바 농경과 고대의 역사관이다. 지금도 이런 역사관을 가지신 분들이 없지 않다, 아니 꽤 있다.
둘째, 종말론적 역사관
미래는 신이 이미 다 세팅해 놓았으니 인간들이여 깝치지 마라! 메시아가 오면 인간의 역사는 끝이 나고, 신의 역사가 시작될 것이니... 우리가 잘 알고 있고, 지금까지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중세의 역사관이다.
셋째, 선형적 역사관
역사는 인류의 의해 고속도로처럼 쭈욱 발전한다. 정(正)에 반(反)해야 모순을 극복하고 진보된 합(合)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합이 모순이면 어떡하냐구? 또 합이라는 정에 반해야지! 이렇게 인류는 후퇴 없이 전진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푸욱 빠져 있는 근대의 역사관이다. 200만이 자발적으로 모였으니까 우리가 옳아. 그러니까 모두 꿇어! 하지만 나와 생각이 다른 니네는 2천만이 모여도 나 하나의 생각을 어쩔 수는 없을 거야! 왜? 나는 존엄하니까! 아, 쪽팔려...
마지막으로 넷째, 비선형적 역사관
인류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러니 그 어떤 장담도, 확신도 할 수 없다. 지평선에 가 본 적이 있는가? 지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만큼 더 멀어지는 게 바로 지평선이다. 역사는 인류의 의해 진보할 수도, 퇴보할 수도 있다. 그러니 항상 의심하라! 누구부터? 바로 나 자신부터... 아직은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탈근대의 역사관이다.
우리는 늘 누군가를 묻기 위해 판 구덩이에 스스로가 묻히는 우를 범한다 조국은 자신이 한 과거의 말로 인해 곤경에 처해 있으며, 우리는 역으로 생각하면 지킬 수도 없는 주장을 입에 달고 산다. 검찰개혁은 지금까지 악한 권력을 행사해 온 검찰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절대권력을 해체해야 한다는 직접 민주주의 시대의 요구이다.
대한민국은 아직 해체되지 않은 세 개의 절대권력이 있다. 검찰권력뿐만 아니라 정치권력, 그리고 자본권력까지... 검찰은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똑똑한 앨리트다. 정치인은 다수 대중의 선택을 받는다. 자본은... 암, 그래 인류가 그토록 갈망해 왔던 생산력의 문제를 해결해 왔다고 치자.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신은 아니다. 우리와 똑같이 먹으면 싸고, 피곤하면 자고, 가끔 뜬금없이 분노도 하는 인간이다. 신이 아닌 한낱 인간에게 절대적인 권력을 줄 수 있을까?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배트맨이 지구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인격체인 슈퍼맨을 통제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배트맨도 영웅이지만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검찰개혁이라는 기대 반대편에 있는 우려는, 검찰이라는 호랑이의 이빨이 빠지면, 정치와 자본권력이 지금보다 더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것, 더군다나 검찰권력과 다르게 정치와 자본권력은 그 주체를 우리의 삶과 분리시키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제갈공명이 유비에게 제안한 천하삼분지론처럼 정치와 검찰, 그리고 자본이 서로를 견제하며 성장할 수는 없는 것일까? 사실 더 근본적이고 급한 개혁은 검찰권력과 정치권력에게 부패의 링거를 꽂아 놓은 자본권력의 개혁일지도 모르겠다. (@back2a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