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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Sep 12. 2019

반지성에서 벗어나기

조국 사태 진단하기 2

마녀사냥을 방불케 했던 검증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9월 9일 오전) 조국을 비롯한 5명의 장관급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단행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 논란의 표면은 조국 자신이 아니라 자녀들을 향했지만, 논란의 배경이 되는 본질은 문재인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의 정치적 위치와, 일본의 수출 금지조치로 촉발된 반일감정의 불씨가 평소 대놓고 친일스러움을 드러했던 자유한국당에게 옮겨 붙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지금의 국면을 전환할 대상과 꺼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대한민국 사회에서 진영논리에 근거한 논란은 반지성적 마녀사냥의 형태로 확산된다. 반지성은 이성적으로 사고할 여지를 박탈한다. 마녀사냥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다음의 세 가지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성급한 판단을 유보하고,
둘째, 진영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하며,
마지막으로 셋째. 상식의 기준으로 문제를 살펴야 한다.

하나씩 살펴보자. 아무리 사소한 판단이라고 하더라도 한번 판단을 하고 나면 그 판단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것을 뒤집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심리적, 논리적, 도덕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 안락의 시대에 그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내하며 자신이 한 섣부른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래서 잘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해야 하며, 불확실성에 근거한 섣부른 판단은 지성을 기반으로 한 사고에 걸림돌이 된다. 확신하지 말고 의심하라!

둘째, ‘마크 고울스톤’은 파충류에서 진화한 인간은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뱀의 뇌의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보완’이 아닌 일상적 ‘대체’ 상황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지는 것이 곧 소멸로 이어지는 공포 속에서 뱀의 뇌의 상태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치가 대표적이다. 승자독식, 지면 모든 것을 잃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한다. 정치를 통해 시민을 대변하고, 시대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전진시키는 목적 따윈 허울이 된 지 오래다. 그러한 정치의 논리가 대한민국 권력의 최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다. 정치는 모든 것은 진영의 논리로 치환한다. 우리는 생존이 아닌 단지 보다 안락한 삶을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그것을 방해하는 논리와 정치적으로 투쟁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진영의 논리로 무장하게 되었다. 진영의 논리 또한 지성에 기반한 사고를 방해한다. 진영의 입장에서 벗어나 사고하라!


마지막으로 셋째, 최근 나는 하다하다 세종대왕 책임론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쉬운 한글의 역설이다. 우리나라는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너무 쉽게 만들었다. 그래서 문자를 배우는 데 그닥 높은 지적 수준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자를 읽을 수 있는 개개인은 어른이든 아이든, 진보든 보수든, 마을이든 학교든 내가 읽고 있는 문장을 모든 사람이 같은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과 오만에 빠진다. 그리고 그것을 상식이라고 굳게 믿는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단어를 다른 역사와 경험과 가치로 해석하면 그것은 비상식이고, 몰상식이 된다.
나는 페친이 쓴 페북글에 단 댓글로 인해 관계가 서먹해진 경험이 몇 번 있다. 한번은 페친의 글에 개인의 취향이라는 의미로 “개취”라는 단어를 썼는데, 20년 지기 페친은 “개 같은 취향”이라고 받아들인 것 같았다. 인류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 해 온 개는 그 역사만큼 인간과 다양한 관계를 맺어 왔다. 재산을 지키거나 사냥을 돕거나, 벗이 되기도 하고, 가끔은 고단백의 영양소를 제공해 주는 음식이 되기도 했'었'다. 어쨌든 인간의 언어에 등장하는 '개'라는 표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로는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과 개의 관계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능가하기 때문인지 언젠가부터 '개'라는 단어가 매우 긍정적인 감정 표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표현이 바로 ‘개좋아’와 ‘개이득’이다. 개를 주로 욕으로 사용하던 기성세대의 입장에선 기분 나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감정을 표현할 때 ‘개’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진실이 아닌 진영이 가치 판단의 유일한 기준이 되는 반지성의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내가 이해하고 있는 수준으로 모든 사람이 이해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back2ana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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