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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Feb 13. 2020

차은재, 마침내 알을 깨고 나오다!

낭만닥터 김사부2, 12화 후기

낭만닥터 김사부Ⅱ, 12화에서 마침내, 차은재가 알을 깨고 나왔다. 줄탁동시(啐啄同時)... 은재가 알에서 나오도록 밖에서 알을 쪼아준 건 역시 김사부다.

차은재에게 집도를 맡기고 어시가 되어 자신감을 불어넣는 김사부

11회에서 위천공 수술을 하던 서우진은 환자가 과거에 수술을 받던 중 의사의 실수로 담관이 잘려나간 사실을 알게 된다. 명백한 의료과실... 서우진은 이 사실을 환자에게 알리려고 하지만, 본원에서 내려와 돌담병원의 새 원장이 된 박민국은 의사의 권익 보호를 위해 덮으라고 요구한다. 서우진은 그럴 수 없다고 버티지만, 과거 실수를 한 집도의가 하필 차은재의 오빠임을 알게 된다.

차은재의 엄마는 자식(은재 오빠)의 수술 실수를 덮기 위해 서우진을 만나러 돌담병원으로 찾아온다. 엄마가 돌담병원 휴게실에서 서우진과 얘기하는 걸 본 은재는 서우진한테 나가 달라고 말한 후 엄마한테 이야기한다.

오빠는 나이가 몇 갠데 아직도 엄마 치맛자락에 숨어서 전화질이야?
오빠가 잘못한 건 오빠가 혼나야지~
교양 철철 넘치는 차은재의 엄마가 전화기 너머에서 튀어 나왔다.

나를 포함한 많은 부모들은 자식의 죄를 숨겨주고, 대신 매를 맞아 주는 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한다. 농경시대가 저물며 나이에 의존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 부모 세대는 자식을 품 안에 가두어 놓는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지켜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하찮은 존재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어필하고 싶어 한다. 죽음을 앞둔 어르신들은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말로 자신이 아직 살아 있는 존재임을 부각한다.

부모의 인생을 대신 사느라 고생 많았다, 차은재...
차은재 : 여태까지 다 엄마 맘대로 해놓고, 아직도 뭐가 부족해?
은재맘 : 어머 얘 좀 봐, 엄마가 뭘 마음대로 했다고 그러는 거야? 너, 지금?
차은재 : 몰랐어? 나 솔직히 의대 가기 싫었어.
은재맘 : 뭐?
차은재 : 그래도 엄마가 가야 한대서… 엄마 꿈이라 그래서… 그래서 군 소리 없이 공부해서 의대 들어갔고! 써전 같은 것도 절대로 하기 싫었지만, 엄마가 그래야 한대서, 엄마가 무슨 일이 있어도 CS 들어가야 한대서 이 악물고 들어갔어. 울렁증 때문에 내가 얼마나 토했는지, 얼마나 수수실 뛰쳐나왔는지, 얼마나 많은 약들을 찾아 먹어가면서 버텨왔는지, 엄마 모르지? 졸다가 얼마나 많이 수술식 바닥에 엉덩방아 찧었는지, 정강이를 차였는지, 엄마 모르잖아! 수술실 바닥에 쓰러진 날 엎고 뛴 건 엄마가 아니었으니까...
은재맘 : 아니 얘가 왜 이래? 교양 없게 엄마한테 큰 소리로… 어? 그래서 엄마가 인스턴트 밀가루 먹지 말랬지? 세상에 얘 성격 거칠어진 거 봐~
차은재 : 엄마, 제발 쫌~
은재맘 : 안 되겠다. 너 더 여기 더 있다가는 애 버리겠어. 일단 서우진 선생 건부터 해결하고 너 다른 병원 찾아보자. 엄만 너 이렇게 안 키웠는데,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얘가~
(은재가 한심하다는 듯 엄마를 쳐다본다.)
은재맘 : 어머머머 어머, 재 눈 좀 봐. 너 어디서 그런 눈으로 엄마를 쳐다봐? 어머 세상에…
(김사부 : 그래서 집도의한테는 본인의 의지라는 게 중요한 거야.)
은재맘 : 너 당장 엄마한테 사과하지 못해?
(김사부 : 의지가 확신이 되는 순간에 그만큼 수술도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거야.)
은재맘 : 은재야!
차은재 : 오빠 일은 오빠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해.
은재맘 : 뭐?
차은재 : 나한테도, 서우진한테도 아무 부탁도 하지 말라고…
(김사부 : 이건 네 수술이야)
차은재 : 이건 내 인생이야! 내가 일하는 병원이고!
김사부 : (네 확신대로)
차은재 : 나 쪽 팔리게 하지 마! 두 번 다시 이런 걸로 나 찾아오지 마, 엄마!
"이건 내 인생이야!" 마침내 진정한 어른으로 각성한 차은재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었다는 이유로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신세가 되었다. 인간에게 계급의 본질을 일깨워 준 마르크스는 그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는 자본가의 공적이 되었다. 김사부는 나이 권력을 누리고 있는 이 시대의 교양 있는 어른들에게 예의를 차리기 보단 당당하게 맞설 것을 요구하며 세대 문제의 해법을 제시했다. 


프로메테우스 이야기는 인간이 지적 존재가 되어 자연과 분리되었음을 상징하는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지식(불)을 갖게 되면서 인간은 지구를 지배하는 주체가 되었고, 자연은 인간의 대상, 즉 객체가 되었다.  

지구 = 인간 + 자연

마르크스는 자본론을 통해 자본가와 노동자가 지배와 피지배라는 계급관계를 맺고 있음을 폭로했다. 그리하여 비인격체인 자본이 아니라 인간의 주체적인 노동이 역사 발전의 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인간 = 노동자 + 자본가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2에는 세대 문제를 연상케 하는 메타포가 자주 등장한다. 시즌 1에서 기성세대를 무작정 욕하지 말고 아더매치(아니꼽고, 더럽고, 매스껍고, 치사하고)하더라도 그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라고 이야기했다면, 시즌 2에서는 기성세대의 부당한 요구를 더 이상 피하지 말고 맞서야 한다고 얘기하는 듯하다.

사회 = 청년세대 + 기성세대

차은재가 “이건 내 인생이야”라고 외친 바로 그 순간, 차은재를 억누르고 있던 단단한 세대의 껍질은 통쾌하게 부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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