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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Feb 25. 2020

심혜진교수는 고백을 했고, 박민국 교수는 폭주를 했다!

낭만닥터 김사부2, 15화 후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1과 시즌 2가 담고 있는 단 하나의 주제를 꼽으라면, 우리가 왜, 무엇을 위해 사는지에 대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는 환자의 병을 고치거나, 살리기 위해 존재하는 전문가다. 그리고 그 전문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 이른바 제도와 시스템이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전문성은 '루만'의 말처럼 애초의 목표보다 전문성 그 자체의 확대, 재생산에만 몰입하게 된다. 그러한 현상을 전문가들만의 탓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신이 사라진 근대, 신이 담당했던 모든 영역을 인간 전문가가 맡다 보니, 전문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대중들은 감히 신에게는 하지 못했던 책임을 인간 전문가에게 전가한다. 전문가도 사람인데, 신에 준하는 책임을 전가하니 자신을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전문성을 효율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 마련된 시스템의 이면에 전문성에 전가되는 책임으로부터 전문가를 지키기 위한 쓸모가 더해진다. 김사부와 도윤환이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김사부는 의사라고 하는 전문성이 시작된 근원에 집중하기 위해 시스템에 반기를 든다. 반면 도윤환은 대중들이 전가하는 책임으로부터 의사라는 전문성을 지켜내기 위해, 나아가 자신의 인간적 욕심을 채우기 위해 시스템을 적극 활용한다.


김사부2, 제5화 인트로에서 도윤환 이사장은 박민국 교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시대의 요구라고 봐야겠죠. 의료수가는 형편없이 낮지, 병원끼리 과다 경쟁에, 죽어가는 사람을 CPR로 살려놔도 늑골 골절로 의료소송을 해대는 판이니... 툭하면 의사 욕하고, 멱살부터 잡아대는 이런 세상에 왜 여전히 의사한테만 무거운 책임을 강요합니까? 불공평하다는 생각 안 듭니까?

의사 입장에서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고 지지까지는 아니어도 인정은 해 주자. 물에 빠진 사람이 자신이 물에 빠졌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면 물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바로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낭만닥터 김사부2, 15화에서는 의사의 전문성을 지키기 위해 마련된 시스템에 대한 상반적인 태도가 소개된다. 먼저 심혜진 교수다. 심혜진 교수는 자신을 도와주는 수쌤 오영심에게 다음과 같이 속내를 고백한다.

심혜진 : 솔직히 우리가 보기에 여기 있는 당신들… 진짜 재수 없는 거 알아요?
오명심 : 또 왜요?
심혜진 : 불편하니까… 우리도 나름 꽤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당신들 앞에선 그거마저 쪽팔리거든… 그런데 인정은 못하겠고…
오명심 : 그래도 뭘 위해서 그토록 열심히 사는 건지는 우리가 알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닐까요?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


반면, 돌담병원을 날리기 위해 환자의 수술 동의서를 숨기는 박민국 교수에게 찾아간 김사부는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묻는다.

김사부 : 숨기지 말아야 될 서류 숨기고, 지켜내야 될 자기 팀원까지 잘라내 버리고, 그리고 이젠 건들지 말아야 될 이 돌담병원까지 건드려 가면서, 대체 박원장 당신이 얻는 게 뭐야?
박민국 : 닥터 부용주! 당신의 실패, 당신의 위선과 만용, 그리고 그 잘난 척하는 것들, 전부 다 까발려 주고 싶었어. 아니라고, 거짓말이라고, 미친 짓이라고, 버스에서 내려야 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라고…
김사부 : 아니 겨우 그것 때문에 이 병원까지 위협하면서 도윤환 같은 놈한테 장단 맞혀준 거야? 겨우 나 하나 때문에? 나 실패하는 꼴 보고 싶어서?
박민국 : 돌담병원은 이미 뒤집어진 버스야 아무리 CPR 해 봤자. 살려낼 수 있는 골든타임은 넘어갔다고!
김사부 :  살릴 자신 없다고 그렇게 미리 사망선고 때려버리면 안 되지!
박민국 : 당신만 옳고, 당신만 고고한 줄 아나 본데, 내 자부심, 내가 해왔던 모든 노력, 내가 이루어 왔던 모든 성과들, 함부로 깔보지 마. 나 그래도 되는 사람 아니야, 알았어?
김사부 : 이봐요, 박원장. 당신 덜 떨어진 게 아니라, 아주 영 글러먹었구만. 아집과 억지로 가득 찬 열등감 덩어리, 오만과 허세뿐인 신념, 아니지 근데 그건 신념이 아니지. 당신과 망상과 욕심이 만들어 낸 집착인 거지.
박민국의 포지션은 김사부와 도윤환의 중간이다.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두가 각자의 최선을 서로 비교하지 않고 인정할 수만 있다면? 박민국 교수가 김사부와 도윤환 사이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두 관계를 비교하며 경쟁관계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바로 자본주의라는 괴물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자본주의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자본이다. 자본의 이익을 위해 인간은 언제든, 어떻게든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한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을 통해 이러한 자본주의의 본질을 통찰했다.


자 이제 결론 아닌 결론이다.

첫 번째, 모든 본질과 현상에서 긍정과 부정의 양쪽을 살피자. 그리고 두 쪽 다 인정하기 위해 노력하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완벽한 긍정의 화신도, 완벽한 부정의 결정체도 존재하지 않으니...

두 번째, 각자의 삶과 최선을 서로 비교하지 말고 인정하자.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은 오로지 각자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뿐이니...


지금 “낭만닥터 김사부2” 마지막 회를 보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 결론은 마지막 회 후기와 함께 올리겠다.

Se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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