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ack2analog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백수 채희태 Mar 22. 2020

부업에 관한 단상...

어머니는 늘 손을 쉬게 하는 법이 없었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끊임없이 손을 놀리셨다. 음식 준비를 하시거나, 걸레로 방을 훔치시거나, 뜨개질을 하시거나, 그도 아니면 늘 부업거리를 찾아 일을 하셨다. 어머니가 하셨던 부업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단순 노동이었다. 나사를 돌려서 끼거나, 불량을 골라내거나, 손으로 기계를 돌려 나사 대가리를 눌러 납작하게 하는 것 등...


이러한 부업들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특별한 전문기술이 필요 없다는 것, 두 번째 그만큼 노동의 단가가 매우 낮다는 것(10개에 10원이면 꽤 쏠쏠한 부업 축에 속했다. 한 달을 꼬박 해도 아마 지금 물가로 10만 원이나 벌었을까?) 마지막으로 세 번째 부업으로 만든 것들이 대부분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 알 수 없다는 것?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어머니는 이렇게 부업을 해서 번 돈으로 냉장고를 사시거나 장롱을 바꾸셨다. 어머니가 부업을 하실 때 놀고 있는 가족은 모두 부업에 투입되어야 했다. 그래서 부업에서 벗어나려면 하기 싫은 공부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정은 나뿐이 아니었던 것 같다. 옆지기는 어렸을 때 엄마(장모님) 옆에서 샤프심 세서 통에 담는 부업을 했다고 했다. 기분이 좋으면 정해진 수량보다 서너 개 더 넣어 주기고 하고, 여분의 샤프심은 자기가 쓰기도 하고...


내가 뜬금없이 부업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는 우연히 관광버스 창문에 달린 커튼을 보았기 때문이다.

버스에 달려 있는 커튼 장식, 기계가 만들었을까? 사람이 만들었을까?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이 커튼을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버스에 단다면 모를까, 이런 커튼을 만드는 업체, 아마 중소기업은 경쟁력이 있을까? 저런 장식을 만들기 위해 개발된 기계가 있다면 대량생산을 해야 수지가 맞을 텐데...

아, 중국!!!

2007년인가, 8년 마법천자문 팝업북 기획을 위해 중국 심천에 팝업북 공장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세계의 유명한 팝업북은 여기서 다 만든다고 했다. 컴컴한 공장에 젊은(?) 노동자들이 모여 팝업북의 조각을 자르고, 붙이고 있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더 이상 부업을 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손이 가는 많은 일들은 중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여전히 만들고 있을 것이다.


버스에 매달린 커튼 장식 하나를 보고 상념이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자본주의는 꼭 필요한 하나의 물건을 만드는 데는 참 비효율적인 경제구조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작을 불편을 감수하고 대량으로 과잉 생산된 제품을 쓰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유지가 어렵다. 그리고 세계의 경제적 불균형도 자본주의 유지의 한 필요조건이라는 생각이 드니 왠지 씁쓸하다. 누군가는 아디다스 축구공을 차야 하고, 아디다스가 그 축구공으로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아프리카에 있는 어떤 나라들은 빈곤해야 한다. 하루빨리 더 나은 경제 시스템이 이 세계를 지배(?)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계란 후라이 두우~ 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