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광주에 와 있다.
지난주 목, 금 장성에 일이 있었고, 다음 주 월, 화는 군산에 일이 있다. 그리고 수요일에는 부산 사하구에 가야 한다. 집에서 왔다 갔다 하려면 목요일 인천에서 장성으로 갔다가 금요일 다시 인천으로 돌아와(637Km), 월요일 다시 군산으로 내려갔다가 화요일 다시 인천으로(461Km), 그리고 수요일 당일치기로 부산에 갔다 와야 한다(총 1,098Km + KTX). 차라리 주말을 광주에 머물면서 다음 일정을 도모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지난 금요일부터 광주에 있는 처가에 머물고 있다. 장모님을 모시고 있는 넷째 처형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그리고 간만에 보고 싶었던, 그러나 거리의 한계로 인해 보기가 쉽지 않았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네이버에 "통앤통(통나무집 그리고 통기타)"이라는 국내 최대의 온라인 중고기타 장터 커뮤니티가 있다. 나는 활동의 방점을 '장터'가 아닌 '커뮤니티'에 찍으며 활동하고 있어 가끔 본의 아니게 어그로를 끄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카페에 일정을 공유하니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Led Zeppelin님"이 잠깐 들렀다 가라는 댓글을 남겨 주셨다. 그래서 광주에서의 첫 일정은 Led Zeppelin님과의 만남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닉네임이 무려 "Led Zeppelin"이라니... 나는 소싯적, Led Zeppelin의 "Stairway to Heaven"을 부르기 위해 기타를 배우지 않았던가! 그리고 왕년이기 하지만, 고3 졸업 후 친구들이 유흥비 마련을 위해 마련한 "일일찻집"에 가수로 초대되어 기립박수를 받았던 노래가 바로 "Stairway to Heaven"이었다. 사실, 전주를 시작할 때는 찬사가 아닌 비난의 눈초리를 감당해야 했다. 팝송을 많이 아는 게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더 우상시되던 1987년, Led Zeppelin의 "Stairway to Heaven"은 프로 밴드도 감히 범접해서는 안 되는 ‘대곡’이었다. 그 위대한 노래를 일일찻집 따위에 초대된 듣보잡 고딩이 부른다고 하니 고운 시선을 보내는 것이 더 어려웠을 거라는 걸 나도 모르지 않는다. 나는 오기가 생겼고, 당시만 해도 싱싱한 목소리로 마지막의 샤우팅까지 거의 완벽하게(주관적 기억) 불렀다. 그리고 기립 박수를 받았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나를 초대해 준 Led Zeppelin님을 위해 다시 정성껏 불러 보았다. 비록 노래의 마지막 결론, “and she buying a stairway to heaven”은 ‘Led Zeppelin’님의 핸드폰 조작 실수로 짤리긴 했지만... ㅠㅠ
Led Zeppelin님은 통기타가 아닌 일렉으로 기타에 입문해 한때 밴드의 기타리스트였다고 했다. 뒤늦게 깁슨의 레스폴 카피 모델을 보여 주었다. 오랜만에 대충 쳐도 있어 보이게 디스토션을 빵빵하게 걸어 놓고, "Hotel Californida"의 애드립도 연주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유튜브에서 자주 들었던 멘트 하나 날리고 글을 맺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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