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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Aug 16. 2020

"비밀의 숲"이 시즌 2로 돌아왔다!

대한민국의 모든 비리를 손에 쥐고 있는,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비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성역 집단, 검찰의 비리를 까 뒤집어 흥행에 성공했던 "비밀의 숲"이 시즌 2로 돌아왔다. 시즌 1에 이어 황시목 검사(조승우), 한예진 경감(배두나)이 등장한다. 뺀질이 검사 서동준(이준혁)도 등장하는데 시즌 2에서 더 뺀질될지, 아니면 그동안 부쩍 커서 최종 보스끕으로 등장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비밀의 숲” 시즌 1은 부패한 검찰이 이야기의 소재이자 주제였다.

썩은 데는 도려낼 수 있죠. 그렇지만 아무리 도려내도 그 자리가 또다시 썩어가는 걸 전 8년을 매일같이 목도해 왔습니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왼손에 쥔 칼로 제 오른팔을 자를 집단은 없으니까요.
(시즌 1의 1화 황시목의 대사)


결국 비밀의 숲, 시즌 1에서는 왼손에 쥔 칼을 부패한 오른팔이 빼앗아 스스로 자신의 목을 찌르면서 끝이 난다. 다음은 마지막 회에 나온 부패한 오른팔, 이창준 검찰총장이 남긴 유서다.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아 전문을 옮긴다.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지금 현실은 대다수의 보통사람은 그래도 안전할 거란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붕괴된 후다. 사회 해체의 단계다. 19년… 검사로서 19년을 이 붕괴의 구멍이 바로 내 앞에서 무섭게 커가는 걸 지켜만 봤다. 설탕물밖에 먹은 게 없다는 할머니가 내 앞에 끌려온 적이 있다. 고물을 팔아 만든 3천 원이 전 재산인 사람을 절도죄로 구속한 날도 있다. 낮엔 그들을 구속하고 밤엔 밀실에 갔다. 그곳엔 말 몇 마디로 수천억을 빨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었고 난 그들이 법망에 걸리지 않게 지켜봤다. 그들을 지켜보지 않을 땐 정권마다 던져주는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받아 적고 이행했다. 우리 사회가 적당히 오염됐다면, 난 외면했을 것이다. 모른 척할 정도로만 썩었다면, 내 가진 걸 누리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내 몸에서 삐걱 소리가 난다. 더 이상 오래 묵은 책처럼 먼지만 먹고 있을 순 없다. 이 가방 안에 든 건 전부 내가 갖고 도망치다 빼앗긴 것이 돼야 한다. 장인의 등에 칼을 꽂은 배신자의 유품이 아니라 끝까지 재벌 회장 그늘 아래 호의호식한 충직한 개한테서 검찰이 뺏은 거여야 한다. 그래야 강력한 물증으로서 효력과 신빙성이 부여된다. 부정부패가 해악의 단계를 넘어 사람을 죽이고 있다. 기본이 수십, 수백의 목숨이다. 처음부터 칼을 뺐어야 했다. 첫 시작부터…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조차 칼을 들지 않으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시간도 아니요, 돈도 아니다. 파괴된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사람의 피다. 수많은 사람의 피… 역사가 증명해 준다고 하고 싶지만 피의 제물은 현재 진행형이다. 바꿔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이든 찾아 판을 뒤엎어야 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론 이미 치유 시기를 놓쳤다.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누군가 날 대신해 오물을 치워줄 것이라 기다려선 안 된다. 기다리고 침묵하면 온 사방이 곧 발 하나 디딜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이제 입을 벌려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장막을 치워 비밀을 드러내야 한다. 나의 이것이 시작이길 바란다.


시즌 2의 1화를 보고 난 후, 시즌 1의 1화를 다시 찾아서 보았다. 1화만 놓고 본다면 시즌 2의 1화는 전작에 비해 다소 느슨함이 보인다. 스토리텔링의 시작에서 보여주어야 할 3요소는 주제와 핵심 인물, 그리고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거둬들일 다양한 떡밥들이다. "비밀의 숲" 시즌 1에서는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던져진 다양한 떡밥들은 물론이고, 최종 보스인 황시목과 이창준의 갈등을 통해 주제와 핵심 인물을 최전방에 배치시켰다. 이제 겨우 시즌 2의 1화를 보았을 뿐이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은 주제라기 보다는 소재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이 소재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향하고 있는 칼날이 검찰인지 경찰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아직은 알 길이 없다. 사건을 이끌어 갈 조승우와 배두나의 상대가 누구인지도 1화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 살인 사건이 가지고 있는 무게도 아직은 짐작할 수 없지만, 단지 금수저의 데이트 놀음에 우발적으로 대학생 둘이 죽은 것이라면 시작부터 김이 빠질 것 같다. 설마...


아무튼 다양한 흥행작을 내놓으며 공중파를 압도하고 드라마 왕국으로 떠오른 TvN이 더구나 "비밀의 숲"의 시즌 2를 허투루 제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승우와 배두나의 멋진 콤비 연기를 기대하며 "비밀의 숲" 시즌 2에 몰입하기 위한 워밍업을 해야겠다. 아직 내 아쉬움에 머물러 있는 문강태와 고문영에게는 미안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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