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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Oct 23. 2020

유미의 세포들이 끝났다!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 후기 1

미래에서 왔다. 2015년 4월 1일부터 장장 5년 넘게 연재해 왔던 “유미의 세포”들이 드디어 끝이 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끝이 날 것이다. 네이버 웹툰은 정성껏 쿠키만 굽는다면 미래에 갔다 올 수 있는 문을 열어준다. “유미의 세포들” 마지막 편은 2주 뒤인 2020년 11월 7일(토)에 연재될 예정이다.


“유미의 세포들”은 나를 웹툰의 세계로 처음 인도한 작품이다. 어느 날 사춘기 딸로 인해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던 옆지기의 카톡 프사에서 아래 그림을 본 것이다.

저게 뭔 그림일까? 아님, 일러스트? 그러다가 우연히 저 그림이 “유미의 세포들”이라는 네이버 웹툰에 나오는 한 장면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옆지기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인터넷에 굴러 다니는 이미지를 가져왔을 뿐, “유미의 세포들”은 모른다고 했다. 난 궁금한 걸 잘 참지 못한다. 대학생이었을 때, 하루는 같은 과 여자 동기가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왔다. 지금은 매일 쓰고 다니는 마스크를 그때는 시위에 나가거나 하지 않으면 잘 쓰지 않았다(믿거나, 말거나...). 마스크를 쓴 이유를 물으니 입 옆에 뾰루지가 났다고 했다. 난 뾰루지가 정확히 어디에, 얼마나 크게, 어떤 모양으로 났을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한 번만 살짝 보여 달라고 했더니 안 된다고 했다. 난 하루 죙일 그 친구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제발 한 번만 보여 달라고 졸랐다. 결국 그 친구는 몇 시간 만에 마스크를 벗고 나에게 뾰루지를 보여 주었다. 그리곤 그 자리에 앉아 펑펑 울었다. 난 사실 뾰루지를 확인하고 나서 크게 실망했다. 차라리 마스크를 안 쓰고 왔으면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위치에, 크기에, 모양의 뾰루지였다. 그 일 때문인지 난 졸업 후 그 친구를 다시 만난 적이 없다. 어쩌다 다른 친구를 통해 소식을 접한 적이 있는데, 내 얘기를 하니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아, 그 집요한 녀석~

쌍팔년도니까 가능했던 에피소드다. 만일 지금 그랬다간 스토커에 희롱으로 쇠고랑을 찾을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지는 않겠지만, 뒤늦게라고 사과를 전하고 싶다. 진작부터 내가 인사청문회를 통한 임명직을 포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도덕성이 당선에 더 큰 영향을 미쳐야 하는 똥 묻은 선출직들이, 정작 실력이 필요한 관료 임명에 도덕성을 잣대로 어깃장을 놓는 웃픈 행태에 대한 소소한 반항일 수도 있고...


암튼, 그때부터 난 저 장면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유미의 세포들” 정주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난 마약보다 더 중독성이 강하다는 웹툰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 지금은 요일마다 챙겨보는 고정 웹툰이 몇 개씩 있을 뿐만 아니라, 쿠키 굽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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