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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Nov 01. 2020

유튜브 VS 넷플릭스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멀쩡히 잘 장사하고 있는 그 둘을 왜 싸우게 하냐고? 내가 초딩이라 그렇다. 초등학교 때 나는 태권V와 마징가Z가 싸우면, 또는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런 것들이 제일 궁금했다. 그리고 난 마징가Z가 태권V를 이긴다고 주장했던 친구를 힘으로 제압해 태권V가 마징가Z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 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당시에 이런 초딩의 심리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던 태권V의 김청기 감독은 다음과 같은 만화영화를 선 보이기도 했다.  

결과는 유튜브에 있습니당~

나이가 들어서도 나같이 초딩 시절의 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키덜트의 주머니를 털기 위해 미국의 DC도 나섰다. 고담시를 지키는 부르주아 영웅 배트맨과 지구 밖 크랩톤에서 온 우주 영웅 슈퍼맨에게 싸움을 붙여놓고, 관람료를 챙긴 것이다.

모든 싸움에는 다 이유가 있다?

만약 동영상에도 소위 '스펙'이라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넷플릭스의 승이다. 유튜브가 비전문가들이 만든 허접한 동영상 플랫폼이라면, 넷플릭스는 세계의 전문가 of the 전문가들이 만든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모아 놓은 고급진 동영상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서로 다른 동영상 플랫폼 시장을 사이좋게 나누어 먹을까? 서로의 먹이가 탐이 나거나, 탐이 난다고 상대방의 밥그릇에 손을 대거나, 아니면 힘의 균형이 무너져 누군가 압도적인 주도권을 갖게 되는 순간, 두 동영상 플랫폼은 마치 배트맨과 슈퍼맨처럼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칠 것이다. 이미 조짐은 시작되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유튜브는 넷플릭스에 없는 고급진 영화 플랫폼을 대여 또는 소장비를 받고 팔기 시작했다. 난 가족들과 넷플릭스 구독을 하는 동시에 넷플리스에 없는 영화 두 편을 유튜브로부터 구입해 소장하고 있다.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넷플릭스) VS 보고 싶은 것만 사서 봐라(유튜브)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비교해 놓은 다음의 표를 보자 어떤 생각이 드는가?

네이버 블로거 "윤컴즈(https://blog.naver.com/yooncoms)"의 글을 보고 정리했다.

2006년 유튜브를 인수한 구글은 2017년이 되어서야 매출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넷플릭스가 우세해 보이지만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다. 서로 돈을 벌어들이는 수익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광고로, 넷플릭스는 유료 가입자를 통해 돈을 챙긴다. 넷플릭스가 금광에서 금을 캐는 하청기업이라면, 유튜브는 금광에 자본을 대고 있는 쩐주들에게 금광 노동자들의 정보를 팔아 돈을 챙기고 있다고 할까? 그리고 유튜브의 모기업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빅브라더, 구글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구글은 유튜브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유료 구독 상품을 론칭하였고, 넷플릭스처럼 자체 콘텐츠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악마가 되지 않겠다던 구글이 넷플릭스가 어렵게 선점한 시장을 기웃거리며 연신 쨉을 날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당장 넷플릭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광고라는 꿀을 빨고 있는 거대기업 구글이 아니다. 넷플릭스가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를 바꾸기 위해 20년 넘게 인프라를 개척하고 있을 때 옆에서 곁눈질을 하고 있던,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극장마다 파리를 날리고 관객들이 방구석에 누워 넷플릭스 같은 OTT(Over The Top의 준말로 over-the-X는 기존의 범위를 넘어서라는 뜻을 가진다. Top은 TV 셋톱박스 같은 단말기를 의미한다. 위키백과) 서비스로 몰리자, 이게 돈이 되네? 하면서 노골적으로 달려들고 있는 거대 미투 기업들이다. 그 최선두에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 디즈니가 있다. 디즈니는 자기 물건으로 열심히 장사를 하던 넷플릭스가 돈을 좀 번다 싶으니 직접 장사를 하겠다며 넷플릭스에 제공하던 물건들을 모두 뺐다. 그래도 디즈니는 거대 기업이 가지고 있는 하혜와 같은 아량을 넷플릭스에 베풀었다. 매몰차게 물건을 빼지는 않고 얼마간의 말미를 준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2020년 10월 1일부터 더이상 넷플릭스를 통해 디즈니, 그리고 디즈니가 인수한 마블의 영화를 볼 수 없게 되었다. 덕분에 넷플릭스를 보며 늘 선택 노동에 시달렸던 난 딸과 함께 열심히 디즈니 작품들을 몰아서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사실 처음에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대결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최근 유튜브에 더 빠져 있는 나를 보며,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였다. 생각의 시작은 사실 책이었다. 책을 사 놓고 읽을 시간을 낼 수 없던 난, 그 책임을 유튜브에게 전가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넷플릭스에는 중독되지 않은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 이유를 찾고 싶었다.

최근에 읽기 위해 산 페낙의 "학교의 슬픔"과 피케티의 "자본과 이데올로기"

넷플릭스에 올라가 있는 동영상들은 대부분 검증을 마친 훌륭한 작품들이다. 안 팔릴 물건을 진열해 놓는 장사꾼은 없다.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이상 어떤 작품을 선택해도 후회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선택이 더 어렵다. 넷플릭스를 열면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 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 재밌는 영화가 있을 거라는 기대가 역설적으로 선택을 방해한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선택할 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유튜브의 똑똑한 큐레이션 시스템 때문에 선택에 실패하기도 쉽지 않지만, 만약 실패한다고 해도 길어야 10분을 손해볼 뿐이다. 이 부분은 장차 넷플릭스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딜레마다. 만약 넷플릭스 관계자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나에게 연락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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