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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Feb 08. 2021

<더 헌트>, 엘리트와 포퓰리스트의 극단적 대립

넷플릭스 영화, <더 헌트>를 보고...

인간은 이유를 필요로 하는 동물이다.


누가 한 말인지 모르겠다. 만약 아직 이 말을 한 이가 없다면 내가 처음 한 것으로 기억해 주기 바란다. 맥락이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까뮈는 이런 말은 했다.


용기가 없는 사람은 항상 용기가 없는 것을 해명하기 위한 철학을 갖는다. (Those who lack the courage will always find a philosophy to justify it.)
- 알베르트 카뮈 -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을 읽고 있다. 점점 더 이해가 불가능해지고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선 누군가 설명이든 해명이든 해야 한다. 아니면 정상적으로 사는 것이 어렵다. 서로를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라고 여기는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들이 세상을 점령할지도 모른다.


이스라엘의 "유발 하라리"는 역사학자답게 이 시대를 설명하기 위해 주로 과거로부터의 인과관계를 살핀다. 그 결과물이 바로 그 유명한 “사피엔스”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불평등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자본의 문제를 파헤친다. “21세기 자본”과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피케티가 이 시대를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 얻은 결과물이다. 실천적인 미국의 경제사회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사회문제의 설명을 넘어 극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과학기술에 주목한다. 그래서 리프킨은 “엔트로피”에 이어 우리에게 익숙한 육식, 노동, 소유에 종말을 고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역설한다.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공정하다는 착각”을 쓴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정의와 공정을 소재로 삼아 정치의 성찰을 통해 이 시대를 살핀다.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원문 제목은 The tyranny of merit, 능력주의의 횡포이다)”을 통해 일찍이 영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영이 통찰한 능력주의(meritocracy)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어떻게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시도한다.

샌델은 최근 수십 년 동안 노동자의 사회적, 문화적 지위가 꾸준히 낮아진 이유를 주류 정당과 집권 엘리트가 정책을 그렇게 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오바마는 금융위기를 초래한 책임에 대해 불문에 붙이면서 은행들을 밀어주었고, 금융위기 때문에 집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의 트럼프 지지자들과 영국의 브렉시트 지지자를 만든 것은 집권 엘리트들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능력주의 윤리는 승자들을 오만으로, 패자들을 굴욕과 분노로 몰아간다. 이러한 도덕 감정은 엘리트에 대한 포퓰리스트적 반항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공정하다는 착각” 중)




돌고 돌아 이제 영화 <더 헌트(The Hunt)>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다. 서두가 장황했지만 영화를 본다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장황임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어 의심한다. 사실 영화의 구조는 단순하다. 그렇지만 매우 자극적이다. 한마디로 엘리트들이 SNS를 통해 자신을 공격한 포퓰리스트들을 잡아다 크로아티아에 있는 대저택에 풀어놓고 사냥한다는 이야기다.


영문도 모른 채 눈을 뜬 희생자들의 입에 재갈이 물려 있다. 하나 둘 공터로 모이는 희생자들... 공터 중간에 있는 상자를 열자 돼지 한 마리가 나온다. 돼지는 곧 사냥을 당할 희생자들의 처지를 상징한다. 갑자기 민중을 개•돼지라고 표현했던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 나모씨 아들, 모향욱이 떠오른다. 상자 안에는 다양한 무기도 들어 있다. 희생자들이 무기를 하나씩 차지하자 본격적으로 엘리트들의 포퓰리스트 사냥이 시작된다. 이 부분에선 영화, <헝거게임>이 떠올랐다.


주인공일 거라 생각했던 이 선남선녀가 제일 먼저 죽는다.
충분히 잔인하다. 하지만 빠른 전개로 잔인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뭐? 당신이 사냥을 당하는 이유?
내 생각 말해 줘요? 그 기사 봤어요? 매년 좌파 엘리트들... 정부를 주무르는 망할 글로벌리스트 새끼들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납치해서 재미로 사냥을 한다는 거예요. 버몬트인가 어디 있는 저택에서요. 믿진 않았지만 친구 50명에게 공유했거든요. by 포퓰리스트


이 가짜 뉴스로 인해 피해를 본 엘리트들은 작당을 해 가짜 뉴스를 실행에 옮기지만 엉뚱하게 잡혀온 주인공 크리스탈에 의해 무산된다.


너희 실패자들은 우리 세금으로 먹고 살다가 촌구석에서 죽든가, 주차장에서 자살하지. 자기 인생이 얼마나 쓸모 없는지 깨닫게 되니까. by 엘리트


앨리트가 이 끔찍한 일을 벌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왜 영국의 국민들은 브렉시트를 선택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트럼프 같은 또라이가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제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엘리트와 포퓰리스트가 서로를 혐오하는 인지부조화의 원인을 각자가 자신에게서 찾지 않는다면 영화 “헌트”는 충분히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더 늦기 전에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모든 기대와 희망을 내려놓은 흙수저들은 코로나를 장착한 인간병기가 되어 이 사회를 배회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시대 가장 하찮은 백수를 귀히 여겨 주시라...

기승전... 백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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