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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May 23. 2021

한 개량주의자의 한탄!

난 대놓고 개량주의자다.

원리주의자 눈에는 기회주의자로,

다른 원칙을 가진 자의 눈에는 적으로 보이는

박쥐 같은 개량주의자다.


난 경계를 지향한다.

집에서는 엄마와 아이 사이,

어공이었을 땐 민과 관 사이,

설시굑청에선 일반직과 전문직 사이에 있었다.


내가 백수를 ‘선택’한 것도 그렇고,

교육학, 그중에서도 평생교육을 공부하는 이유는 좁아서 단단해진 교육학과 넓어서 중심이 사라진 사회학의 경계에 평생교육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난 표리가 부동하다.

겉으로는 가치를 추구하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 꼭꼭 숨겨져 있는 탐욕을

매일같이 마주한다.

그래서 난, 내가 관여하고 있는 모든 관계에

스테이크 한쪽을 움켜쥐고 있는

천박한 이해당사자(stakeholder)로 참여한다.


흑과 백이 아무리 서로 옳다고 주장해도

어차피 이 세상은 개량된 회색이 지배한다.


모든 입장이 자신만의 최선에 몰입한 결과

이 사회는 점점 더 벼랑으로 향하고 있다.


내로남불, 약자 코스프레에 빠진 우리는

자신의 이익은 포장하고, 상대의 이익은  탈탈 턴다.


그래서 난 외롭다.

아무리 더럽고 치사한 일을 당해도

그저 마음속으로 삼킬 뿐이다.


나는

치사한 개량주의자이고,

입장의 선택을 두려워하는 경계인이고,

천하고 박한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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