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대학 때 별로 공부를 열심히 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국문과를 나와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고민을 해 보았다. 조사를 선택하는 의도에 대한 판단은 화자의 몫일까, 아니면 청자의 몫일까? 예전에 옆지기가 시어머니가 보낸 김장 김치 한 포기를 언니에게 보내며 이렇게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우리 시어머니가 김치는 잘하시잖아~"
(논증을 위한 경험의 소환일뿐, 누구를 비난하고자 할 의도는 전혀 없음을 밝힌다!)
아마 조사를 생략하거나 아니면 목적격 조사 '를'을 넣는 것과는 다른 의도를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조사 '는(은)'은 이렇게 문장 전체의 의미를 흔들어 놓는 경우가 많다. 이 문장에서 화자는 "는"과 "잘"을 섞어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고, 또 듣는 이는 어떤 의도로 해석할까?
조사 ‘는(은)’의 대상이 제3자가 아닌 당사자가 되었을 때는 기분에 더 더럽다. 만약 백수인 나를 걱정해 누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번 가정해 보자.
"밥은 먹고 다니니?"
혹시 조사 '는(은)'은 잠재는 되어 있지만, 드러내기 어려운 상대방에 대한 불만을 담고 싶을 때 사용하는 조사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