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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Jun 27. 2021

보이스, 아니 문자 피싱에 낚일 뻔하다!

공주대학교에서 열씨미(?) 공부를 하고 있는데 딸한테서 문자가 왔다.


딸은 디지털 세상에서 거의 골동품이 되어 버린 아이폰6 플러스를 쓰고 있었고, 카메라도 고장이 났지만 차마 백수 아빠한테 새 폰을 사 달라고 하지 못해 꾸역꾸역 쓰고 있던 차였다. 나에겐 두 명의 딸이 있지만, 그리고 나한테 이런 문자를 보낼 딸은 그중 큰 딸일 거라 확신했지만, 그래도 확인차 물어보았다.


역시 큰딸이 맞다. 둘째라면 이런 문자를 굳이 아빠한테 보낼 리가 없다.


뭔가 아쉬운 게 있지 아니하면 절대 연락을 하지 않는 이러한 화법의 전개는 의심할 여지없이 큰딸이 확실하다.


골동품이 된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딸에 대한 미안함이 더해져 난 넙죽넙죽 대답을 하고 있었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난 솔직히 여기까지 이 문자를 보낸 주인공이 큰딸일 거라는 사실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 큰 딸에게 전화를 했다. 어? 그런데 신호가 간다. 심지어 딸이 전화를 받는다.


 : 아빠, ?  지금 "낭만 닥터 김사부" 보고 있는데...
 :  핸드폰  ? 아빠한테 문자 보낸   아냐?
 : 무슨 소리야?
 :   망가져서 PC 문자 보낸다고, 무슨 보험 신청한다고...
 : 그게 언젯적 수법인데, 아빤 아직도 그런 거에 속아?
 : ~ 진짜 깜박 속을 뻔했네?
 : 이그이그~ 그런 거에 속는 사람이 있긴 있구나~ 신기하다.


딸과의 통화를 마치고 난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이대로 대화를 끝내고 싶지 않았다. 난 문자를 이어갔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 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혹시 몰라, 딸의 이름을 지웠다. 이 질문에 답만 했어도 계좌번호랑 민증은 아니어도 용돈 몇 푼은 보내주려고 했는데...

큰딸은 어렸을 적 "이민호"보다 "케이윌"이 더 잘생겼다고 말할 정도로 미적 기준이 보편과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난 큰딸의 카톡이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다. 딱히 용돈이 절박하게 필요하다거나, 어마무시한 사고를 쳐서 이런 문자를 보냈다기 보다는 그저 본인이 느낀 그대로를 말한 것 뿐이리라.


마지막으로 정우성을 닮았다는 소싯적 내 사진을 공개한다. 딸이 보내준 카톡을 페북에 공개했더니 한 후배는 형 나이가 더 많은데 정우성이 형을 닮은 거지, 형이 정우성을 닮았다는 게 말이 되냐며 멀리 에둘러서 나를 까대기도 했다.

언감생심 정우성까지는 아니고, 박찬호 닮았다는 소리는 좀 들었다. 박찬호가 나를 닮은 건가?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씀, 아무리 사랑하는 딸이라고 하더라도 문자나 카톡으로 개인정보를 요구할 땐 꼭 확인을 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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