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학교에서 열씨미(?) 공부를 하고 있는데 딸한테서 문자가 왔다.
딸은 디지털 세상에서 거의 골동품이 되어 버린 아이폰6 플러스를 쓰고 있었고, 카메라도 고장이 났지만 차마 백수 아빠한테 새 폰을 사 달라고 하지 못해 꾸역꾸역 쓰고 있던 차였다. 나에겐 두 명의 딸이 있지만, 그리고 나한테 이런 문자를 보낼 딸은 그중 큰 딸일 거라 확신했지만, 그래도 확인차 물어보았다.
역시 큰딸이 맞다. 둘째라면 이런 문자를 굳이 아빠한테 보낼 리가 없다.
뭔가 아쉬운 게 있지 아니하면 절대 연락을 하지 않는 이러한 화법의 전개는 의심할 여지없이 큰딸이 확실하다.
골동품이 된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딸에 대한 미안함이 더해져 난 넙죽넙죽 대답을 하고 있었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난 솔직히 여기까지 이 문자를 보낸 주인공이 큰딸일 거라는 사실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 큰 딸에게 전화를 했다. 어? 그런데 신호가 간다. 심지어 딸이 전화를 받는다.
딸 : 아빠, 왜? 나 지금 "낭만 닥터 김사부" 보고 있는데...
나 : 너 핸드폰 잘 돼? 아빠한테 문자 보낸 거 너 아냐?
딸 : 무슨 소리야?
나 : 너 폰 망가져서 PC로 문자 보낸다고, 무슨 보험 신청한다고...
딸 : 그게 언젯적 수법인데, 아빤 아직도 그런 거에 속아? ㅋㅋ
나 : 와~ 진짜 깜박 속을 뻔했네?
딸 : 이그이그~ 그런 거에 속는 사람이 있긴 있구나~ 신기하다.
딸과의 통화를 마치고 난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이대로 대화를 끝내고 싶지 않았다. 난 문자를 이어갔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 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혹시 몰라, 딸의 이름을 지웠다. 이 질문에 답만 했어도 계좌번호랑 민증은 아니어도 용돈 몇 푼은 보내주려고 했는데...
큰딸은 어렸을 적 "이민호"보다 "케이윌"이 더 잘생겼다고 말할 정도로 미적 기준이 보편과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난 큰딸의 카톡이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다. 딱히 용돈이 절박하게 필요하다거나, 어마무시한 사고를 쳐서 이런 문자를 보냈다기 보다는 그저 본인이 느낀 그대로를 말한 것 뿐이리라.
마지막으로 정우성을 닮았다는 소싯적 내 사진을 공개한다. 딸이 보내준 카톡을 페북에 공개했더니 한 후배는 형 나이가 더 많은데 정우성이 형을 닮은 거지, 형이 정우성을 닮았다는 게 말이 되냐며 멀리 에둘러서 나를 까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씀, 아무리 사랑하는 딸이라고 하더라도 문자나 카톡으로 개인정보를 요구할 땐 꼭 확인을 해 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