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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ien We Nov 29. 2023

3. 체득하기

글로만 읽어서는 정말 안다고 못하겠더라고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여러 가지의 책들을 보았습니다. 교과서 외에는 주로 어학책, 인문고전, 동양철학, 만화책, 역사책 등을 좋아했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어쩔 수 없이, 통계책, 마케팅 서적, 전략서적, 트렌드 책 등 범위를 넓혀야 했습니다. 아이가 크고, 회사에서 직급이 올라가다 보니 자녀교육, 재무회계, 재테크, 부동산 등 점점 더 현실적인 책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동기란 것이 참 중요한가 봅니다. 밥벌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책들은 조금씩 읽어도 기억이 잘 납니다. 활용할 포인트를 찾으면서 책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급하지 않은 주제는 사실 읽으면 머릿속에 잘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경우에는 재무회계, 재테크, 부동산 등의 지식은 읽을 때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꼭 알아야 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드는 주제의 책들은 반복해서 읽게 됩니다. 핸드폰 속에 넣어두고 읽어나, 노션 같은 앱에 기억하고 싶은 문구를 적어놓게 됩니다. 



10년 전일 겁니다. 첫 공황장애 발병. 응급실을 몇 번 다니다가 정신과에 가게 되었는데, 당시 공황장애 관련 책들을 꽤 읽었습니다. 덕분에 '거짓 치료기도 읽었고, 심리 세러피, 정신과 처방 약의 종류 등 다양한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다이어리에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급성발작 시 취해야 하는 안정조치를 적거나 그리기도 했었습니다'. 한 권을 다 썼을 즈음에는 2년 정도가 지났고 급할 때만 읽게 되었습니다. 


한 5년 후 약을 끈고 생활하다가 2년 전 재발을 했었을 때 적어놓은 다이어리를 잃어버린 것이 그렇게 후회가 되었습니다. 다시 다이어리를 적지는 않았지만 웬만한 내용은 기억하기에 응급 숨쉬기, 생각 바꾸기 등은 몸에 베여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정신이 튼튼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을 챙겨주는 종류의 책들에 빠져들었습니다. 


붓다브레인(릭핸슨, 리처드멘디우스), 불교를 철학하다(이진경), 틱낫한 명상, 일상을 심플하게(마스노순묘), 약간의 거리를 둔다(소노아야코),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비욘나티코 닌데 블라드), 담마버터 법구경, 위빠사나명상(헤네폴라 구나라타나)과 같은 책들은 자주 읽어야 할 문장은 Notion에 따로 적어두었습니다. 


나이가 50이 넘어가면 주변의 환경과 관계가 급격하게 변하더라고요. 항상 똑같을 줄만 알았던 관계는 사라져 갑니다. 아무리 영원할 것 같았던 관계도 희석되고 왜곡됩니다. 누구의 잘못인가를 따지자는 것이 아닙니다. 첫울음을 울고 나서 지금까지 일관성이 있는 인간은 없겠지요. 누군가는 노력하고, 누군가는 변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할 겁니다. 저의 경우에는 변화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저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변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기적인 생각. 아니 제 중심적인 생각만을 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 삼재의 클라이맥스를 겪고 있는 오춘기 중년으로써 들다 보니.

'아~ 나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게 별로 없구나. ㅠㅠ'라는 생각이 듭니다


머리도 나쁜 편은 아니었고, 공부도 꽤 했고, 남들 말하는 큰 기업에도 다녀봤다고 자부했던
저로서는 참 낙심스러운 결론입니다. 아.... 나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게 별로 없구나.. 는 다시 곱씹어보아도 참 슬픈 이야기입니다. 


나도 변하는데 남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변하지 말라고 기대하는 것은 틀렸습니다. 나도 내 것이 중요한데, 남은 자기 것도 챙기지만 더 큰 생각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틀렸습니다. 일어나서 자는 순간, 잠들어서도 우리는 계속 여러 가지 생각을 합니다. 그 생각은 사실 욕망에 기인합니다. 그 욕망을 풀어내는 방식에 인과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복수도 하고, 활극도 찍고, 울기도 하며, 웃기도 합니다


나는 경쟁에서 이기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남들도 그렇습니다. 누군가 이긴다는 것은 누군가는 진다는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모두 이긴다는 말을 거짓말입니다.


나는 더 인정받거나, 더 존중받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남들도 그렇습니다. 서로들 깎아내리려는 욕망도 당연히 존재합니다. 그러니 모두 인정받고, 존중받는 사회는 불가능합니다




앞서 몇 가지 느꼈던 점을 적어보니 문제는 더욱더 명확해집니다

나는 사실 '000은 틀렸다'라는 너무 기본적인 사실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제 아냐고요?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
제대로 알고 있냐고 물으시면...

솔직히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죽기보다 더 힘들기 때문입니다. 


'내 가족이, 내 친구가, 내 상사가, 내 동료가 계속 바뀌는 존재이기에 그들이 나와 맺고 있는 관계는 언젠가는 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선택해서 바꿀 수도 있고, 그들이 선택해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즉, 영원하지 않습니다. 영원하고 싶어 할 뿐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런 생각은 드네요. 정말로 변화하면 안 되는 게 있기 때문에 다른 변화를 꾀하는 게 아닐까요? 

이빨이 하나 빠지더라도 정말로 변하면 안 되는 건 지키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나와 내 가족을 함부로 힘들게 하거나,
폄하하거나 하는 사람들은 거리를 두어야 한다. 


등이나, 허리 또는 꼬리이면서 대가리라고
우기는 사람들은 물을 흐린다


사람들 사이에 죽을 정도로 시린 공간을
만드는 인간들은 주로 음험한 경우가 많다


자기 손가락 아픈 줄 알고, 남의 손가락 아픈 줄 모르는
사람들은 꽤 착한 경우가 많다


어떤 것이던 썩으면 무너지며, 거짓말과 교묘한 술책은
시간이 지나면 커버가 벗겨진다.


분노와 원한은 본인의 상처에 칼을 꽂으며
외치는 발악에 지나지 않는다. 


남이 스스로 깨닫는 것을 바라는 것은
불난 집이 저절로 꺼지기 기다리는 것과 비슷하다.


요약하면

타인은 안 바뀐다

그래서 변하려면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이걸 모르면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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