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지말고 되도 그만 안되도 그만인 것
우리인생은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지뢰밭과 다름 없다.
아마 안정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하겠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분명히 예측이 안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것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랬다. 방송국 PD가 되고 싶었다가 언론고시가 너무 힘들어보여서 갑자기 전공을 광고홍보로 바꿨으며, 이 전공으로 대학원에 들어갔다. 광고대행사에 취직했으나, 왠지 정답을 찾는 작업을 하고 싶어 리서치로 전향을 했다. 어릴 적 꿈을 되새겨보면 하나도 제대로 간 부분이 없다. 현역을 가려고 했으나, 시력 때문에 방위를 갔다. 자식을 둘을 낳고 싶었으나 아내의 반대로 하나만 낳게 되었다. 휴식을 취하려하면 다치거나 아프고, 일을 열심히 하려하면 스트레스 과다로 몸이 약해졌다. 다 내려놓고, 쉬엄쉬엄하려하면 일이 많아졌다. 돈이 많이 필요하면, 목돈이 나간다. 대출을 받으려면 경기가 않좋아져서 공시 가격이 급격히 떨어졌다. 프로젝트를 더 수행하려하면 회사에서는 다른 역할을 내렸다.
계속해서 바뀌는 상황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온다.
자주 하는 생각이지만, '도대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남은 자투리 시간에 어떤 소일거리를 할까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인생의 큰 부분에 있어서는 반드시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라고 할 때 관련된 사람이나 일이 너무 많다. 인생 대부분이 트레이드어프인데, 어느 한 가지를 완전히 버려버리기가 상당히 어렵다. 특히나 가족이 원하는 것과 트레이드어프일 때는 정말 선택하기가 어려워진다. 최근에 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서로 원하는 것을 맞춰가면서 일을 진행시키려하면 자꾸 엎어졌다. 그랬다가 완전히 포기상태가 되면 희한하게 전혀 예상하지도 않았던 기회들이 생기곤 했다.
물론 그 어느 것도 확정된 것은 없지만 한 가지 깨달은게 있다.
나에게 그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주 미묘한 미학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판단하지 않는다면 마치 모든 것을 그냥 내려놓거나,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거나를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그것은 아니다. 나에게 다가오는 일 중 그 어느 것도 다 수용가능하다는 것은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더 미묘하게 어려운 것은
원하는대로 되지않더라도
감정을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한번 더 꼬이는 느낌인게
감정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내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아라는 의식이
기본에 깔려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요약하면
바라지 말고
벌어지면
그때가 최선을 다 할 때이며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럴수있지라고
수용한다.
이루어지면
그럴수있지라고
수용한다
이 무한궤도에 모순을 섞은 듯한 Loop를 지속적으로 반복할 때, 어렴풋이 아 이제 좀 덜 흔들리지 않을까?라는 느낌이 올라온다.
그래서 숨을 쉬려면 반복해야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