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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경박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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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ien We Mar 08. 2024

11. 줄이기

모순에 빠지면 생각이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위한다는 게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한다. 아내가, 딸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은 남편이라면 다 가진 생각일 것이다. 문제는 다 해줄 수 없는 상황이 있기 때문에 못 해주는 경우가 있다. 꼭 해주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나를 구성한다고 착각했던 외부의 것들로 부터 지속적으로 배제당한다고 느껴왔고, 그 결과 나도 모르게 자격지심이 생겼다.


지금 내 상황에

지금 내 여유에

해주기 어렵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보면 원망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내가 속한 곳에서 나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걸까,  다들 내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뺏어가려고 하는걸까, 심지어 왜 챙겨주려고 노력했던 것 마저 부정을 당하는걸까... 이런 식의 생각들은 계속 일어나서 잠잠해져 있던 감정들을 자꾸 다시 일어나라고 부추긴다.


베풀고 싶건, 말고 싶건 모두 욕망이다. 욕망이 충족되지 않으면 우리는 이유를 찾는다. 그 이유는 스스로와 주변 상황에 대해서 합리화할 방법을 찾는다. 이게 인간인 우리가 가장 습관적이며, 중독적으로 잘 하는 부분이 아닌가싶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베풀고 싶은 욕망은 좋은 욕망이며, 이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만든 주변환경을 탓하는 마음이 생긴다.


한 마디로 어리석다

난 참 어리석다


내가 가진 욕망을 위해, 내 주변이 움직이지 않는다

내 욕망을 위해서는, 내가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니 욕망이 달성되지 않으면,

이유는 나에게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를 탓하지 않고,

남과 환경을 탓하고 있다

모순이다


이런 모순을 자아내는 생각과 감정만들어내기를 끊임없이 아주 길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50년 정도. 이상한 것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나 말고도 대부분의 타인들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모순이라는 걸 깨닫지 못한다면 안되는 것 아닐까? 엄청난 득도와 깨달음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런 모순을 내가 품고 있다는 걸 아는게 제대로된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있는 첫 걸음 아닐까싶다.


나는 모순의 굴레에 갖혀 길게,

아주 길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이제라도 한번 알게된 것은 제대로 인정하고 쓸데없는 합리화 생각은 짧게, 아주 짧게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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