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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ien We Mar 05. 2024

10. 비우기

미스터 Right이 아니고, Light가 되고싶네요

가볍게 산다는 건 제대로 된 철학을 가지기 전에는

쉽지 않은 일로 보인다.

기존에 스스로가 누렸던 것들을 얼마나 버릴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하면 세상 사는 일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가지고 있는 타이틀, 자리, 집, 소유물, 명성 등 모든 것들이 차례대로 하나씩 없어져 간다고 상상해 볼 수 있겠는가?


오늘은 분실물이 하나 생겼다고 치자. 내가 가진 다른 것들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작은 지갑이었다면, 웃어넘길 수 있을 거이다. 하나, 자동차나 집이 무너졌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거다. 정기적으로 다니고 있던 모임에서 배제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그 모임이 취미동아리면 기분이 살짝 나쁘고 말 일이겠으나, 가족모임에서 배제되었다면 그건 결코 무시하지 못할 마음의 타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장마에 물 조금 새거나 들이치는 건 웃어넘길지라도, 집이 무너지면 막막해질 것이다. 스스로 저지른 실수이거나, 단순히 운이 없었거나 해서 떨어진 명성 또는 환경은 분명 버거울 것이다.


사람이라면 다 버릴 수는 없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한 움큼씩이라도 가볍게 할 수 있다면 그게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건도 버리다 보면 버릇이 되고 제일 필요한 몇 개만 남기게 된다. 생각도 버리다 보면 머리가 조금 더 단순해진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물론 생각과 감정은 버려도 계속 올라오는 거라 참 다루기 어렵다.




가벼움에는 아름다움이 섞여있는 것 같다.
명예 따위를 중요 시 하지 않는 고위관리직을 존경하자는 말이 아니다. 자선을 많이 하는 재력가의 재물 욕심이 가벼울 걸 같아라는 추측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제외한, 우리 몸과 마음에 껴있는 수 많은 겹겹들을 조금씩 벗어낼 수 있겠냐는 말이다. 자존심이 상해도, 손해가 좀 나도, 삶이 좀 불편해져도 가볍게 넘어갈 수 있겠냐는 말이다.


무수히 노력하지만, 순간순간 올라오는 스스로에 대한 존중심이 너무 커서 타인의 행위와 언사에 '붹'하면 그것을 벗어던지는 데 몇날 몇일이 걸린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무거운 옷이 싫어지듯이, 가벼운 것이 움직이기 편하다. 주제도 너무 무거우면 어려보인다. 젊은 날 추구하던 심오한 철학 등에 현학적으로 빠져들어 온 세상에서 나만이 심각하다는 생각 역시 치기어리지만 무거운 건 사실이다. 살다보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그 일들에 대한 나의 입장을 세우는 방식에 어찌 그리 복잡한 철학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좀 상식적으로 가벼운 철학들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가벼운 것들은  심오하지 않지만 아름다워 보인다.


한 마디 해본다. 조용히

'내가 뭐 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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