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닦아내기

돌과 칼을 날려버리는 이야기

by Damien We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텅빈 드럼통 안에 한해가 갈 때 마다 일년 내내 손으로 닦고 닦았던 돌을 집어넣는 과정이다. 매해 연초가 되면 올 한해는 이걸 보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가면서 그 돌을 입김을 불어대며 끊임없이 옷깃으로 문질러댄다. 반짝이는가? 충분히 반짝이는가?라고 질문을 던지고, 각도를 바꿔가며 눈으로 확인을 한다. 몇 달이 지나가면 점점 더 돌은 마음 속에 소중해지지만, 팔과 손의 근육은 점점 더 지쳐만 간다. 딱히 정해진 시점이 없지만, 충분히 닦였다는 생각이 들면 우리는 그것을 마음이라는 드럼통 속으로 밀어넣는다. 어떤 이는 그 돌을 자부심으로, 행복으로, 성과로 느낀다.


악감정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 대한 복수심, 원한, 분노가 생기면 우리는 그 돌을 칼의 모양으로 바꾸는 작업을 한다. 계속해서 담금질을 하면서 날을 간다. 이 정도면 충분히 갈아졌다싶으면 그 날카로운 칼을 타인과 자신의 마음에 깊게 짜른다. 이러한 2가지의 행위는 서로 다른 행위로 보일 수 있겠으나, 결국에는 자신의 마음에 무거운 돌 행복을 넣어거나, 날카로운 칼날로 자신을 찌르는 것과 유사하다. 도대체 인생이 무엇이길래 이리도 희한한 원리와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 집에서 몇 십년을 같이 살아와도 마음 속에서 갈고 닦은 그 큼직한 돌은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꿔가며 우리 스스로를 잠식한다. 오늘도 갑자기 떠오른 하나의 생각이 마음 속에 쟁여놓았던 그 무거운 돌에 달라붙어 다시 꺼내보게 한다. 도대체 언제나 이 무거운 돌을 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죽을 때 까지도 버려지지 않는 돌일지도...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반복적인 갈고닦기로 인해 이제 마음 속에 공간이 부족하다. 돌과 칼로 가득차버린 마음 속을 비워야 한다. 매일 아침, 일하는 순간 순간, 퇴근하는 차 안에서, 조금씩 마음 속에 쌓인 돌을 정으로 찍어대며 부순다. 칼도 조금씩 부러뜨린다. 더 이상 타인과의 감정으로 인한 Karma를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후, 어떤한 감정이 올라와도 일단 숨을 한번 더 쉰다. 잘 안된다. 그러면 다시 고요히 숨을 내쉬던 그때의 평안함을 떠올린다. 그렇게 들어왔던 숨이 오무린 입을 통해 조금씩 세어나갈때 마음 속이 고요해진다.


"고요해져라

고요해져라


슬픔에 적셔지지 말고

기쁨에 들뜨지 말아라


생겨난 어떤 감정도
인식은 하지만

집착하지는 말아라


고요해져서

맑아지고

잔잔해지면

돌이던, 칼이던

그 어떤 것이던

가라앉으리라


그렇게 고요해져라"



오늘도 들이쉬고 내뱉는 짧은 사이의 순간에

얼굴을 맞대고 기도하고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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