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채워보기

버퍼를 채워보자

by Damien We




우리 인생에는 방향성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살다보면 여러가지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시간이라는 개념때문에 삶은 연속성으로 느껴지며, 이로 인해 방향성이 존재하는 내리막 길과 오르막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래서 시간을 기반으로 한 프레임에는 계속해서 어디론가 나아간다는 의미가 있어보인다.


과연 그럴까?
꼭 어느 방향으로든 계속해서 움직이는 건가? 이 부분이 착각까지는 아니겠지만 살아가면서 절대적인 부분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두 가지 정도의 방식을 상상해본다.

'시간이 한쪽에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그 흐름에 내가 올라타있다고 생각하는 방식'과 '상하좌우로 둘러쌓인 공간에 머물러있으며 그 공간을 바깥으로 시간이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상상하게 된다. '물이 흘러가듯 흘러가는 시간이 휩쓸려 살아가는 방식에는 분명 본인의 의지가 제한적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인식하는 공간에 상하좌우의 여백이 있다고 인식을 하면, 시간 역시 한 방향이 아니라 상하좌우로 움직인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방식이 아무래도 개인적 흔들림이라는 게 덜 하지 않을까 싶다.


고요하려면 Buffer가 필요하다.

물론 머리속으로 상상하기 쉬운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히지만, 한명의 인간이 고요해진다는 것은 2가지 중에 후자의 방식이 더 고요해지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형상으로 비유를 상상해보면, 물 위에 뗏목 하나 띄어놓고 그 위에 올라앉아 흘러가는 방향을 역행하려고 애를 쓰는 나의 모습(전자)과 일정 공간 속에 자리잡아 어디로 가던 크게 개의치 않는 나의 모습(후자)이 대조된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Buffer일까?

시간의 힘이 되었던, 인연의 힘 또는 운명의 힘이 되었던, 무엇이 Buffer라는 공간을 만들어줄까는 의미심장한 문제다. 어떤 이는 그 Buffer가 가족이며, 다른 이는 명상이나 취미가 될 수 도 있다. 철학자에는 철학이, 종교가에게는 종교가 그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나에게는 이런 Buffer에 몇 가지 요소가 존재하는 듯 싶다.
내가 선택한 가족은 Buffer라기 보다 같이 가는 동행으로 느껴진다. 오히려 오랜동안 겪어온 삶의 장애가, 무게가, 괴로움이 원인이 된 듯 하다. 힘들어서 그때 마다 만들어 두었던 '생각하지 않음이, 천천히 숨을 내쉬며 그냥 수용하려했던 모든 것들'이 점점 쌓여서 상하좌우에 공간이 쌓여간다고 느껴진다. 압축공기처럼 허공의 공간을 채워온 내용물은 수 없이 종류가 다양하다. 수 많았던 사건들과 그로 인한 결과. 감정들로 인해 생긴 불안과 공포, 즐거움, 애정, 사랑, 후회, 기쁨들. 그 모든 것이 뒤죽박죽 얽혀있다.


Buffer안에 있는 부정적인 것들을 바꿔야 할 것 같다.

결국 과거에 경험한 모든 일들은 '왜곡가능성이 농후한 부정적 내용일 가능성이 높고, 이런 부정성으로 가득채워진 Buffer가 제대로 역할을 해낼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평정을 유지하려면 '이해하고, 수용하고, 사랑하는 것'외에는 다른 대안이 보이질 않는다. 이 Buffer안에 들어있는 부정 요소들을 없애는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면서 해 나가야할 것 같은 오후다.


말로 적기에 어려운 개념이라 머리 속으로 최대한 그림 형태로 상상을 해보니 좀 쉽게 다가오는 것 같다. 부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도 이런 Buffer가 충만해지길 기원한다.




























이전 23화23. 닦아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