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기어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건 관여를 안 할 수가 없다는 게 맹점
세상은 무한한 기어로 구성 되어있는 듯 하다
세상은 연기법이라 했는데, 내 경우에는 이 연기법이라는 것을 시각화해 보면 여러 개의 기어가 허공에 떠서 제 각각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각 기어의 날들이 일련의 속도로 돌아가면서 서로의 접점에 의해 복잡한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매일매일 내 앞에 있는 열개 남짓의 기어를 가지고 나는 선택을 하고 산다. 몇 년 전 대화 중 상대방을 부정하는 말을 했다. 그날 움직인 기어로 인해 연관된 사회관계라는 커다란 기어가 한 칸 반대로 움직였다. 시간이 지난 후 그 역시 나를 부정하는 언행으로 그의 기어를 한 칸 움직였다. 결국 그와 내가 몸 담고 있는 사회관계라는 커다란 기어는 결국 연결고리가 없어지게 되었다. 며칠 전이었을까?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업무를 위해서는 사회관계라는 기어를 작동시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으나 이미 거리가 생긴 그 기어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지름길이 사라진 상태였다. 이런 식이다.
가족 내에서도, 지인망에서도, 집을 사고팔 때도, 쇼핑을 할 때도, 이 무수한 상호관계라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기어를 돌리면서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아주 Karma적인 사고방식이랄까? 하지만 내가 기어를 돌리지 않았어도, 나외에 다수의 타인들이 기어를 돌리면 사회는 특정 방향으로 이동하게 된다. 누구는 펜듈럼이라고도 하지만 어쨌거나 무한기어로 이해된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내가, 타인이, 집단이, 사회가 움직이는 기어로 인해서 내가 속한 장소가 흔들리기도 한다. 직업이 흔들리고, 관계가 흔들리고, 가족이 흔들리고, 가치관과 세계관이 흔들린다. 언젠가부터 '세상은 이렇게 사는 게 맞다'라는 교훈이 사라졌다. 살아가는 기준관이 없다 보니, 경쟁적으로 올라오는 자극적인 뉴스와 루머들로 인해 방향성을 쉽게 잃어버린다. 43년 전 지어진 집의 정화조가 내 부지에 들어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잘못이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나에게 화를 낸다. 부조리하다. 비합리적이다. 늙으신 할머니가 소리를 지르며 하대하는 소리를 20분 정도 듣다 보니, 앵앵거리는 라디오소리처럼 들린다. 차도에 경적 소리도 이 보다 거슬리지는 않으리라. 원칙이 있는 사회이면 좋겠으나, 불행히도 그런 건 없다. 조율만이 있을 뿐이다. 힘과 계급을 근거로 한 무한 조율 반복사회인 것이다.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한다는 건 기어를 조작하는 일이다.
아무도 이 구조에서 빠져나올 수 없어 보인다. 일상생활에서 내리는 소소한 의사결정들, 속한 조직에서 내리는 다소 무거운 결정들, 중요한 인간관계에서 내리는 결정들. 모든 결정들은 '생각과 입에서 나온 소리와 함께 공명하며 증폭된다'. 이러한 힘의 작용이 5천만 가지가 있다고 상상하면 아득해진다. 이 5천만 명이 매일매일 쏟아내는 결정들이 하루에 약 20개라고만 생각해도 매일 10억 개의 기어가 움직이는 것이다. 이 무한대의 기어조작이 시간에 의해 누적되면 그 힘은 엄청나리라.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삶은 무한기어 속에서 춤추는 모던타임스의 찰리채플린처럼 이리저리 끌려다닐 수밖에 없게 된다.
기어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잘 산다는 것은?
누군가는 큰 기어를 돌린다. 다른 누군가는 작은 기어지만 큰 기어와 연결된 기어를 맡고 있다. 누군가는 큰 기어에 부착된 작은 기어라 더 큰 힘으로 기어가 돌려지면 공중부양이라도 하듯이 움직임에 따라가게 되어있다. 어떤 종류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더라도 손에서 기어를 놓지 않는 이상 영향을 주거나 받게 되어있다. 답은 2개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1. 기어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한 경우
전체 기어의 흐름을 알기에 가끔씩 본인의 기어에서 손을 뗄 수 있다.
2. 기어를 무상하게 바라보는 경우
항상 기어에서 손을 떼고 있다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기어작동에만 관여한다.
생활인으로써 갑자기 깨달음이 오지도 않을뿐더러, 깨달았다고 해서 기어 조작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도 없는 게 인간세상으로 보인다. 감정이라는 기름기를 쫙 빼고 바라본다면, 왜 산다는 게 '더불어' 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결국 잘 산다는 것은 '올바른 마음으로 큰 기어를 돌리던가, 도움이 되는 작은 기어라도 가끔씩 돌리던가'인 것 같다. 그 누구도 홀로 독야청청을 할 수도 없고, 그 누구도 가장 큰 기어를 독점해도 안 되는 세상이다. 눈을 밝히고, 인내하면서, 맑은 마음으로 세상과 연결된 기어의 손잡이를 어디로 돌릴까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볼 타이밍인 것 같다.
내가 오늘 지금 이 순간 내린 결정은
전체를 본 후 내린 기어조작이었을까?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기어조작이었을까?
고민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