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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ien We Sep 11. 2019

감정지도

성인에게 인사이드아웃은 너무 부족한 영화다.

요즘 관심사는 인간의 감정이다. 사람들은 왜 증오심, 우울감, 분노감, 기쁨, 슬픔, 질투심 등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까? 이 부분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기 위해, 요 몇일 '인간의 감정'에 대한 자료들을 계속 살펴보고 있다. 물론 마케팅 적인 활용도도 있겠으나, 일단 만사의 시작은 사람이 아니던가..ㅎㅎ


맨 처음봤던 책은 강신주의 감정수업이다. 철학적이고, 현학적이다. 그러나 인문학 작품이기에 감정의 지도를 만들기에 전체를 조망할 수는 없는 책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 다음 본 책은 최현석 의사의 인간의 모든 감정이다. 의사이기도 하고, 상당히 과학적인 접근의 책이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는 일반인과 함께 슬픈 영화를 보면 행태의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코믹영화를 볼 때 반응이 없다고 한다. 즉, 우울감이라는 것은 '즐거움의 결핍'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갑자기 뭔가 관통하는 포인트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으로 모든 감정의 지도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정의 종류가 너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공포/분노/슬픔/싫음/좋음/기쁨과 같이 과학적으로, 신체적으로 발현되는 감정의 종류만을 기재하였기 때문이다.


생각의 방향을 좀 틀게 되었다. 감정이란 건 무엇일까? 같이 일하는 동료의 최근 행동을 보면, 나에게 분노를 느끼는 건지, 좌절감을 느끼는 건지, 적의를 느끼는 건지 잘 모르겠다. 물론 때에 따라 명확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분노와 적의는 인지하기가 쉽다. 얼굴과 행동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감정의 Drive는 드러나지 않는다. 맥락을 가지고 찬찬히 살펴보지 않으면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종종 이런 스스로의 맥락을 모르는 채 살아가는 경우 역시 태반이 아닌가?


여기서 먼저드는 생각은 그럼 이러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Drive 요소가 무엇인지를 보는 것이 맞는 접근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매슬로우의 욕구단계부터 다양한 욕구의 분석이 있으나, 사람이 보유한 욕구의 종류를 분류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양에서는 인간에게 오욕칠정이 있다고들 한다. 다들 자기만의 분류가 있으나, 내가 보는 욕구의 종류는 이렇다.


1. Social Context에서 발현되는 욕구
동양에서는 이것을 印성이라고 한다. 관계 속에서 발현되며, 사람들에 대해서 애착을 가지거나, 이해하고 싶거나, 공감하고 싶거나 그래서 결국 주변의 사람들을 보살피고 싶어하는 욕구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소셜 인성 욕구가 충족되면 보통 사람들은 '합일감'을 느낀다. 바로 만족하는 상태이다. 그러나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고독감'이다. 즉, 관계 속에서 내가 외로운지 아닌지를 관장하게 되는 욕구이다.


2. Survival을 위한 식욕
일단 식욕에도 단계가 있다. 첫번째로 느끼는 것은 '허기욕'이다. 배고프면 무엇인가를 획득하거나, 죽여서 먹어야한다. 이 욕구의 특성은 채워지지 않는 이상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적 인성욕구는 채워지지 않을 경우 부작용 정도로 끝나지만, 식욕은 필수불가결한 욕구다. 단, 현대 사회에서 식욕은 '건강욕, 미식욕(향유욕), 과식욕'으로까지 확장이 된다. 다이어트 산업이 팽배한 지금이 가장 식욕의 극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3. Myself를 위한 Confidence 욕. 주체욕
어른들에게 질문을 하면 보통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께'. 듣기도 전에 지겨움이 앞서고, 아 저 꼰대 또 무슨 이야기를 할까라는 우려가 앞선다. 주체성이 형성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은 주체욕이 크지 않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거쳐서 성장하고, 노화되는 꼰대들은 주체욕을 넘어선 지배욕까지 장난 아니게 넘쳐난다. 그래서 이 주체욕의 단계는 이렇다. '자지주장 --> 자긍심 --> 경쟁심 --> 지배욕'까지 확장이 되는 것이다. 이 욕구가 만족되면 오는 감정이 바로 '인정감'이다. 반면에 좌절되면 오는 감정이 바로 '열위감'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내가 너보다 못난거니?'라는 감정인 것이다.


4. 누군가 또는 어떤 대상에게 붙어있고 싶은 애착욕
대부분 사랑욕구라고도 설명하긴 하지만, 사랑은 다소 미화된 단어인 듯 하고, 욕구로만 순수히 파헤치면 애착욕은 '소유욕, 경험욕, 체감욕' 정도로 분류가 가능할 것 같다. 아이들이 엄마를 소유하려하고, 남자가 여자가 서로를 소유하려 한다. 적어도 소유가 안되면 경험/체감이라도 하려고 하는 모든 행태가 다 사랑이다. 그러다 보니, 소유하면 부담가기 때문에 경험/체감만 하려는 것이 요즘 세대다. 동거는 증가할 것이다. 결혼은 줄어들거나, 결혼 중 상대의 자유를 보장하는 개방혼(Open Marriage: Microtrend X) 역시 증가하는 것이다. 이 애착욕이 충족되면 '쾌감'이 발생한다. 사랑은 성스러운 것이라기 보다 '안정적인 쾌감인가, 불안정적인 쾌감인가'의 차이로 봐야할 것 같다. 특히 이 부분에서 불만족했을 경우 '우울감'이 극대화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5. 성장을 기반으로 한 능력 향상 욕구. Abiltiy for growth

이 욕구는 우리나라 말로 표현하기 상당히 어려운 욕구로 보여진다. 보통 능력자라고도 하나, 사실 능력자의 뒤에는 타고난 능력과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노력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즉, 이 노력의 뒤에 숨어있는 욕구가 '성장욕'이다. 그렇다면 성장의 기반이 무엇일까? 누군가와 비교가 되지 않으면 성장도 없다. 그래서 '비교욕' 역시 여기에 속한다. '비교가 완료되었으면 부족한 점을 찾아 연구를 하게 된다. 이것이 연구욕이고, 연구가 완료되면 난 성장했다며 누군가에게 표현을 해야한다. 그래서 능력욕의 최종판은 표현욕'이다. 물론 주변에서 '열심히 노력 안했고, 비교연구도 안해놓고, 표현력이 좋아서 득을 보는 인간들에 대한 질투는 능력에 대한 부산물'로 봐야한다. 이 욕구가 만족되면 '능력감'을 느끼게 되고, 충족되지 않으면 느끼는 감정이 '열등감'이다. 사람들을 특히 젊은이들을 자살로 내모는 감정이 이 '열등감'인 것이다.


6. 성과주의/결과주의는 사실 우리의 본능. 성과욕
자기주장이 강하고, 비교연구를 많이 한 사람이 즉각적으로 원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성과이다. 그렇다면 성과는 무엇일까? 일단 성과를 내려면 '어떤 일에 대해서 마무리를 해야한다(마무리욕). 마무리가 되면 결과가 생기고, 그 결과가 내것이 되어야 한다(획득욕), 그래서 그것이 알려지고 부러움을 사는 것이 성과인 것이다(성과욕). 그것이 돈/Benefit일 경우가 재물욕이 되는 것이다. 이 욕구가 만족되면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반면 달성되지 않을 경우 느끼는 것이 '실패감'이다. 아무리 능력자라도 마무리가 안되었을 경우 '실패감'을 느끼고 한강다리에서 뛰어내리는 경우가 많아지는 게 이치인 것이다.


7. 영광과 명예라는 이름의 무서운 욕구. 파워욕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 것으로 힘을 쌓아간다. 혼자 잘 난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봤니, 저 아이는 정말 엄청난 아이야~~'라고 말하는 것이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인정의 맥락 속에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놈이 숨어있다. 소통되지 않는 인정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이 욕구는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인정받은 능력자가 일정 집단 내에서 소통을 통해 인정의 수준이 커지면, 그 아이의 마음에는 이러한 집단을 단결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그것을 통해 누군가를 지배해보기 시작하면 그 아이의 마음은 권력욕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즉, 이러한 욕구의 확장을 통해 '권능감'을 맛보기 시작한다. 수퍼히어로무비가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이유라고 본다. 이러한 욕구가 달성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것이 '낙오감'이다.


이러한 사고를 하면서, 뭔가 빼먹은 것이 있을래나 하는 걱정이 좀 들긴 하지만 난 감정 전문가는 아니기에 시도로써 일단은 만족한다.


즉, 감정이란 '저 마다 가진 욕구의 충족과 비충족 시에 나타나는 정신적/신체적 반응'이라고 본다.


어떤 제품/디자인/브랜드를 볼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 가를 연구하기 위한 뇌과학/아이트래커 등등의 연구는 발전 중이나, 과연 우리가 감정의 지도에 대해서 더 심층적으로 이해를 하고 있는가가 나에겐 화두이다. 근본이 불충분한데, 서양인들처럼 감정의 종류를 신체적으로만 나타나는 6개 정도로 분류하는 것은 전혀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몇 개의 감정 요소는 필수적이나, 복잡한 사회에서 다 적용하기에 너무 부족하다.


욕구에 대한 이해가 감정의 선행 지표이며, 감정은 Bridge이다.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하나 이러한 맥락에서 행동을 바라보는 것이 더욱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인간관계에서도, 정신병적 증후에서도, 마케터적인 사고방식에서도.


난 모든 것은 사람에게 속한다고 믿는 인문마케터다.

몇일 동안 나름대로 고생해서 만든 욕구와 감정의 관계 표


그럼 오늘은 여기서 이만하고자 하는 욕구가 든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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