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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ien We May 13. 2020

에바와 거대감정망

에반게리온이 꿈꾸던 사회로의 초기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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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대학가를 휩쓸었던 신세기에반게리온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다. 최근 넷플릭스, 왓챠 등에서 다시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물론 작가가 한국에 대해서 쓰레기같은 발언을 해서 화가 나는 일도 있었다. 작가의 정치적 성향과 그의 창의성은 별개이므로 오늘은 변화해가는 사회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적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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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은 사실 굉장히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가져다가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인간의 성찰을 구조화한 만화다. 신복음서라는 제목, NERV(신경이라는 뜻), 인류보완계획 등 다양한 성서적 코드가 마구마구 삽입되어 있다. 더불어 끈임없이 인류를 공격하는 존재가 '사도(Apostle)'이라는 이름으로 약 18개가 나온다. 성서의 구조에 정통하고, Plotting에 굉장히 강한 작가가 아니라면 시도조차 하지 못할 정말로 구조화의 끝판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애니메이션이다.

에바1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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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니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인류보완계획이다. 결국 불완전하고 불안한 인류를 하나로 통합해 영생에 가까운 삶을 추구한다는 종교적 발상의 계획으로, 인간 사이의 벽인 AT Field가 해제되면 육체가 없어지고 영혼이 하나가 된다는 에반게리온의 육체가 방주가 되는 이야기다. 사실 너무 종교적인 가치가 로봇같은 미래지향적 도구와 학교생활이라는 서사를 섞은 정말 일본식의 내러티브로 보여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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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서 가속화되고 있는 Untact Syndrome으로 인해 재미있는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외부. 특히 정체를 시각적으로 규명할 수 없는 Enemy가 생기면서 사람들은 외부생명체가 인간에게 기생하면 인간이 죽거나 변화할 수 있다는 상당히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항상 애니나, 영화에서 보던 스릴러/SF 쟝르의 주된 소재입니다. 인간이 죽으면 재난영화이고, 인간이 변화하면 좀비영화 컨텐츠가 됩니다. 준비되어왔던 공포 스토리텔링이 현실화되어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이 이러한 교육된 공포스토리에 어떻게 반응을 할까요? 현재 이태원 클럽에 다녀간 젊은이들이 약 5천명입니다. 가치적으로 볼 때 무책임하다, 숨어드는 신천지스러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 등등 말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이러한 특정 집단의 일탈을 교육하고 제도해서 개선시키는 것이 사회가 지닌 감정망 (Emotional Network)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Youtube, Facebook, Twitter, Telegram 등 한동안 사람들의 Real Desire를 가상세계에서 증강(Augmenting)시켜주던 Tool들로 인해서 사람들은 더욱 강력한 여러 감정신경 네트워크를 가지게 됩니다.


"신천지 때는 공포스러웠고, 텔레마케팅 센터는 안쓰러웠는데, 이태원에는 분노가 느껴진다"는 40대 육아맘의 발언이 그 증거입니다.


위협요소의 정체가 불분명해지고, 하나의 사회를 구성하는 근본인 특정 인간집단의 이기적인 행동에 대해서 감정적인 분노를 느끼고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하고 다수의 동의를 얻을 수 있게 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관은 '확실히 세상은 불완전한 육체이고, 정신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더욱 한 단계 업그레이드 중'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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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에반게리온의 AT Field (사람사이의 거리감이 물리적으로 발현)가 코로나로 인해서 현재 대한민국 및 타 국가에서 점점 더 강화되는 것 같습니다. CV Field가 되는 거겠죠. Distance가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공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개인의 거리는 멀어지나, 감정은 신경망이 형성된 것 처럼 공유되는 '거대한 감정망 사회로의 진입 초기 단계'가 지금인 것 같습니다.


약간은 유치할 수 있다고도 생각되지만, 분명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기에 이런 질문이 머리 속에 나타납니다. '거대한 감정말 사회에서의 마음의 본질은 무엇일까?'


인간을 움직이는 여러가지 요소 중 '이득과 공포 그리고 Caring'이라고 나름 개인적으로 정의내리고 있었는데, 이 안에는 인간이 하나 하나의 개체로 독립적인 존재감이 있었는데, 감정망이 형성되면서 Individuality보다는 Gathered Community라는 개념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아...내가 더 사라지는 사회가 되는 건가? ㅠㅠ'

라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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