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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ien We Nov 15. 2019

관계지옥 소용돌이

배를 옮겨타거나, 같이 죽거나...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지옥은 관계 지옥

다들 이런 말들을 합니다.


난 저 인간이 이해가 안가요.

저 인간은 잘 난 것도 없으면서 싸가지가 없어요.

그 정도되었으면 좀 알아서 해야하는 것 아닌가?

저 사람이 없어져야 내 앞길이 트일 것 같아요.

사실 제 밑에 아이들은 제가 나가자고 하면 다 저를 따라올거에요.

왜 저 기업체 직원들은 자신들이 왕족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걸까요?

전 팀장님이 고객사에게 사과하면 굴욕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뭐...자주 들리는 이야기죠.

문제는 이런 이야기가 자주 들리는 것은 오케이인데, 이 이야기의 대상이 내 자신이 되었을 때 입니다. 갑자기 위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아래에서는 존경받지 못하는 기분이 듭니다. 머리검은 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다라는 꼰대식 사고방식은 아니더라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들 사이에서 하는 업무 생활은 거의 지옥에 가깝습니다. 이런 관계 지옥 안에서의 싸움은 항상 누군가가 승리하기 마련이고, 승리는 성별이나/나이에 상관없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옥에서 이기면 뭐 합니까?



왜 관계지옥은 나선형일까?

조직 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유형화해보면 상당히 많은 유형이 나타나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가 어떤 유형에 속하는 지 잘 모른다는 겁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상대방에 대해서 느끼는 점에 대해서 우리는 의사소통을 하지않거나, 생각을 숨기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죠.


제가 부서장/팀장 등 이런 직급 체제에서 한 역할을 돌이켜볼 때 제일 괴로웠던 것은 내가 누군가를 평가할 수 있는가라는 점 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관계 속에서 사람들(저 역시)은 본능적으로 '거의 1초도 쉬지 않고, 상대방에 대한 평가가 하고 있지요'. 첫 인상/대화/몸짓/표정 등 무수히 많은 정보를 통해서 사람들은 끈임없이 상대방에게 본인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물론 속여서 전달하는 경우도 너무 많지요. 그래도 끈임없이 머리 속에는 이런 저런 생각으로 가득차기 마련입니다.


음. 이 친구는 이 프로젝트에는 못 써먹겠군
이제 부장 즈음되었으면 영업 좀 뛰어와야지

새로 뽑은 국장은 아래를 포섭하는 게 아니라, 누르려고만 하는 군

그래도 이 친구는 내가 어려울 때 날 도와준 친구인데...변한건가?

아~~ 니가 낮에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안하니, 내가 새벽한시에 이러고 있지...ㅠㅠ


아 저 사람하고는 일 못해먹겠네.ㅠㅠ
메일 보냈는데 왜 헛소리를 하고 있지?

(제가 메일 보냈지만) 전 몰라요. 제 책임은 아닌 듯 한데요
제가 이런 것 까지 해야하나요? 갑질 아닌가요?


사람들이 어떤 욕망이나, 습관에 빠지게 되면 처음엔 물에 생긴 소용돌이의 겉저리 부분에서 배타고 돌아다니듯이 약간의 위험과 쾌락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속도감의 위험과 쾌락에서 계속 빠져들면 어느 순간 갑자기 붙는 가속도에 물 속의 소용돌이에 아예 빠져버리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악습에는 나선형 소용돌이 같은 에너지가 작용합니다. 특히 인간끼리 관계가 틀어질 때, 화를 내고, 이긴 듯한 감성으로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한번 더 싸우거나 분위기를 조장하여 전반적인 형세로 나에게 유리하게 뭔가를 바꾸는 이런 과정은 사실 상 나선형 소용돌이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하나의 팀 내에서 이러한 나선형 소용돌이가 가속화되어갈 때, 사람들은 서로를 붙잡고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관계가 지옥인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이기려고만 하는 것이 지옥을 만들어 내는 거죠 



관계지옥을 탈출하려면?

지금까지 경험을 보면 관계 지옥의 기본구조는 이기심 기반의 갈등이 핵심 요소입니다. 이기심이 생기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일단 '힘의 자랑', '손해보기 싫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 정도 3가지가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누군가 힘을 보이면 내가 인정받기 어려운 분위기가 되거나, 내 손해로 직결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하죠.

누군가 이득을 보고 싶을 때, 주변을 설득해서 다 같이 공조하거나, 남을 약간 손해로 내몰게 되죠.
누군가 혼자 인정받고 싶을 때, 가장 쉬운 방법은 누군가를 폄하하는 겁니다.


상대방을 인식하고 움직이면 '즉각적 싸움'이며, 상대방을 인식하지 않고 움직이면 '오만'입니다.


사람이라는 게 무언가를 갖고 싶은데 갖지 못하면 그것의 본질은 '욕구'이며, 갖지 못했을 때도 그냥 다시 해보는 상태라면 '원'입니다.


앞서 말한 모든 관계지옥의 핵심 에너지는 그래서 '원'이 아니라, '욕구'입니다.



욕구가 생기니 배를 타고

소용돌이의 근처로 가고

배에서 서로 밀어내려고 싸웁니다

노를 저어서 지루한 평지로 나와야 하는데

계속 싸우지요


배는 가속이 붙어서 점점 더 원심력이 붙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계속 서로를 밀쳐냅니다.

배안에서 평화를 되찾고

다시 노를 저어 뭍으로 가자고 하여도

이미 붙은 가속은 멈추질 않습니다.


관계지옥은 이렇게 빠져가는
배속의 암투같다는 생각을 들게 하지요
배가 그나마 큰 대기업은 역할 바꾸기를 하면서

잠시 숨을 쉬나, 작은 조직에서는 빠지면 끝 입니다.

웃긴 건 물에 빠져 죽어도 실제로 죽는 경험일 뿐

죽지는 않습니다. 이 짓을 집으로 가지고 오는

인간도 있구요. 또 다른 조직으로 가지고 가는
인간도 있습니다.


그래서 개개인의 목표/비젼 설정이 안되어 있으면
대부분의 인간은 누구나 다 이 관계지옥을
경험하게 됩니다.






탈출방법은 사실 없다고 봅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체감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를 못하는 인간들에게

소용돌이 바깥의 천국이란 없는 듯 합니다.


전 오늘도 다른 배를 타볼까 염탐 중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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