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mien We Jan 11. 2020

단순함과 습관

공황장애와 중독자인 나의 자기 성찰 일기

주변 모든 사람들의 머리 속을 알 수는 없지만, 내 주변의 꽤 많은 사람들은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말을 종종 한다. 머리가 복잡해지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온다. 수면의 품질이 낮아지며, 심박수가 올라가고, 호흡이 가빠지고,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몸도 마음도 병들기 쉬운 상태가 된다.


복잡하다는 것은 뭘까?
Complex의 유사어는 상당히 많다.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단어 몇개 만 추려도 이 정도다.

complicated: 말 그대로 복잡한

mosaic: 모자이크와 같은

confused: 혼돈스러운

labyrinthine: 미로같은

mingled: 섞여있어 구분이 어려운

multiform: 다양한 형태를 가진

이러한 단어들의 뜻을 보면 결국 '복잡함이란 다양한 것들이 구분하기 어려운 형상으로 미로스럽거나, 혼돈스럽게 섞여있어서 하나를 선택/추려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왜 복잡해질까? 우린 보통 '저 사람은 머리 속이 복잡한 사람이야' 또는 '상황이 너무 복잡하게 꼬여있어'라고 이야기를 한다. 자연의 형상을 보고는 복잡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복잡함이 복잡하게 보여지는 상황의 대부분은 뭔가를 선택하려할 때 느끼는 감정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난 어제 밤 머리 속이 복잡했다.
"올해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아직 충원되지 않은 인력 1명 분을 고려해서, 프로젝트를 1분기 내에 3개를 수행해야하는데 셀 별로 쪼개봐야 2셀이고, 내가 장기 출장을 가지 않으면 3개 셀 형태를 만들 수가 없어. 그런데, 문제는 안정적 수익을 주는 3개 프로젝트의 제안서를 다 쓰고 그들의 일정에 맞춰 3개 실사 일정을 고려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야. 거기다가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금방 완료를 하더라도, 다소 지친 인력의 휴일을 고려하면 1분기를 안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첫 번째 생각이었다. 물론 자야하는 시간에 든 생각이기 때문에 거북스러웠다.

"새해 아침에 출근하자 마자, 인력충원 계획 품의를 올렸는데 빨리 결제가 날까? 새로 오겠다는 인력은 언제 출근이 가능할까? 지금 누워있는 소파는 왜 이렇게 안쪽이 푹 파여서 자고 일어나면 허리가 아플까? 목 마른데 물 가질러 2층에 가기는 귀찮은데, 넷플릭스 메시아는 무슨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나? 알마시히의 카리스마는 좋으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좀 임팩트가 적네. 이런 류의 이야기는 너무 좋은데 왠지 컨텐츠의 철학적 깊이는 얕아보이네. 아 자야하는데..." 떠오르는 생각에는 생각의 흐름이라기 보다, 생각이 몸의 불편함으로 눈으로, 보는 영상으로, 항상 하고싶었던 컨텐츠 만들기로 끈임없이 흘러간다.


어느 순간 잠자기를 포기하고 졸기 시작한다. 사이키쿠스오의 재난을 보다가, 메시아를 보다가, 익스플레인의 attraction편을 보다가 이제 벌써 다섯시다. 6시 50분에는 집을 나가야 오늘 회의에 늦지 않고 참석할 수 있다. 더군다나 낮에 미팅을 위해서는 운전도 한 3시간 정도해야하는데 졸리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딱 여섯시간 동안 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이런 식의 사고가 날 괴롭힌지 벌써 몇 십년은 된 것 같다. 물론 미리 고민하는 버릇이 프로젝트 펑크를 막아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은 날 예민하다고 한다. 항상 긴장하고, 주변인의 감정 상태를 본능적으로 체크하는 난 예민하기는 한 것 같다. 그러니 병도 있었고...


이러한 모든 문제는 '내 생활이 복잡하다 점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쓰면서 몇일을 더 지내보니, 복잡함을 가중시키는 몇 가지 요소가 보인다. 
어떤 일의 원인을 너무 분석하려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작년 한해 잘 되고 있던 프로젝트 하나에 대한 올 한햬 계약 피드백에서 갑자기 우려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담당 매니져의 의견으로는 '모르겠다'이다. 고객사의 담당자는 다음 주 월요일이 지나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이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이 된다. 사실 '고객사의 담당 실장에게 떨어진 명령이 달라졌거나, 고객사 내 담당자가 정확한 원인 파악은 하지 못하면서, 끊임없이 우리에 대한 불만을 쌓아온 것일 수도 있다. 

사실 100% 이유를 분석하고, 예측하기에 정보에 한계가 있다. 단지 프로젝트를 재계약하지 못하면 다른 프로젝트를 해야할 뿐이다. 내 직업이 분석하는 작업이라 분석이 스트레스 해소의 핵심 방법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상 현실은 전혀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일에서의 복잡함은 결과에 천착하는 순간, 일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도 복잡해진다. 




1) 머리속에 생각이 넘쳐나거나, 화가 날 때
일단 몸이 불편한 곳이 있는지를 체크하는 게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경우 생각이 넘쳐날 때 동반되는 신체적인 불편함을 해결하면 생각이 불쾌한 감정으로 연결되는 정도가 덜 해진다. 그리고 내일의 일이 불안해지지 않도록 오늘의 일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 빨리 포기하는게 상책이다. 뭔가를 마감한다는 것은 다음 단계를 걱정할 필요를 없게하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약간의 거리가 필요해 등등의 책 역시 도움이 되지만, 저자의 철학에 무조건 동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의 생각은 단순히 형이상학적인 것이 아니라 신체적 불쾌함과 상당히 많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된다고 본다.


만약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잘 그리지는 못해도) 좋아한다면, 질감이 좋은 공책/종이에 소리가 사각사각하게 들이는 펜으로 느리게 낙서를 하는 것도 도움이된다. 잘 그릴 필요도 없고, 인스타 등에서 art를 검색해서 따라 그리기를 하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생각이라는 것은 한번 글이던, 그림으로던 토해내고 나면 사그라지는 효과가 있었다.


2) 심박이 빨라질 때, 우울할 때, 슬플 때
심박이 빨라지면, 손과 발이 차가워지거나 뜨거워지는 경우가 많고, 땀이 나게된다. 그리고 심해지면 점점 더 스트레스 성 과호흡, 우울증, 공황발작, 패쇄공포 등 다양한 징후로 발전한다. 선결 조건은 일단 '자존감이 낮은 상황에 생각이 많아지는데,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마다 상처야 다 있겠으나, 해결점을 찾는 능력이 낮은 사람들에게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듯 하다.


정신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이런 증상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맞다고 보지만, 인생살이가 각자도생인 현대에서 이런 스트레스는 끊임없이 들어온다. 그렇기 때문에 '몸의 편안함이 더욱 강조된다'. 중요하다


많이 먹지 말고, 물을 많이 마시고, 여유로워져야한다. 몸이라도... 또 하나 추천하고 싶은 것은 '지니나 멜론같은 음악 앱 중 명상음악들이 있다. 너무 요가적인 색채나, 자연의 소리는 추천하지 않는다. 평상 시에 익숙한 멜로디의 느린 리듬의 음악은 분명히 도움이 된다. 단, 음악만 듣고 있으면 딴 생각이 꼬리를 잊기 쉽상이니 반드시 무언가 반족적인 신체활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내 경우에는 운전하면서 출근을 하거나, 서랍정리/옷장정리 등을 하는 편이다.


3) 장기적으로 편안해지기 위해서는

내 경우에는 벌써 출장만 20년째 다니다보니 무엇보다 관심이 많은 부분은 짐을 간단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짐을 간단하게 팩킹한다는 것은 단순히 짐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맞닦드리는 상황에 맞는 가장 간단한 방법의 물건들을 한정된 공간 안에 넣는 것이다. 1주일 정도 출장을 갈 때의 내 팩킹 방식이다.
 - 캐리어: 기내용 20인치 또는 더플백
 - 옷: 속옷 물로 빨아도 쉽게 마르는 재질로 4개, 양말은 잘 안마르는게 많으니 8개. 돌아오는 날 비행기에서 반드시 2개가 필요하다.  잘 때 입을 반바지, 얇은 긴팔 티, 셔트는 돌돌말아서 2개, 얇은 외투 하나. 포인트는 이런 옷들을 겉에 입거나, 속에 입거나 바꿀 수 있는 체인지 효과가 관건. 머플러는 부피가 가장 작은 얇은 것 하나, 신발은 깔창 깔아서 하나만 신고 간다. 이 경우 속옷과 양말은 별도 수납팩에 넣고, 나머지 옷은 모두 돌돌 말아서 넣으면 공간은 최소화된다.

- 백팩: 일단 노트북이 문제다. 커도, 작아도. 개인의 선택. 내 경우에는 서피스 고를 구매했다. 트랙패드가 있기 때문에 마우스 없이 가능하고, 키보드 역시 상당히 타입이 편한 편이다. 


이런 식의 구체적 설명은 개인차도 크고 말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중요한 건 무엇인가를 계속 줄여나간다는 마음가짐이다. 



최근 들어 깨달은 것은 결국 잘난 놈도 못난 놈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살고 있다는 것이며, 이러한 문제에 대한 현명한 대처법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인간이란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하게 된다. 겉과 속이 비슷한 인간이 몇이나 되랴. 


다들 '난 임원이니까, 인생에 성공했지라고 말하면서 그 동안에 희생시킨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럴만했다고 자위를 하거나, 난 이 업계가 싫어요'라고 말하면서 퇴사한 대리 역시 30대의 워크로맨틱 고민이라는 감상적인 평으로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뭐 나 역시 '오늘 재견적 몇 번 내면서, 왜 우리 업계의 수익율은 이렇게 낮을까? 저 사람들은 왜 우리 업계를 죽이려고 하는가?"라고 증오 섞인 감정을 느꼈으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들 역시 지들이 무슨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인간에게 향한 분노만큼 허망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술이 만취했을 때 저지른 실수들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ㅠㅠ




작년 한햬 나름 열심히 살면서 깨달은 것은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으리라는 확신과 아직 갈려면 정말 멀었구나라는 느낌이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머리와 마음이 복잡한 이유는 선택이 어렵기 때문이며,

일이 복잡한 이유는 결과의 원인을 분석하기 때문이다.
(분석을 하면 꼭 탓을 하게 된다. ^^::)

그래서 인간관계는 공평해야하며, 일은 명료해야 한다.
이것이 단순함이 중요한 이유다.


문제는 마음은 몸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인데,

마음이 불편해도 몸이 불편해지며 

몸이 불편해도 마음이 불편해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 

마음이 편해지려면 자꾸 자기를 알아차려야 하는데
이건 정말 어렵다.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하다.
어떤 종류의 일이던 선택하기 전에 한번
선택한 후에 한번 자신을 살펴봐야 한다. 


몸이 편해지려면

습관이 잘 들어야하는데
난 악습의 총체적 산물이다.
끊임없이 위의 악순환(자기합리화)을 겪고
계속 술을 마시고
계속 담배를 피우고
계속 문제를 찾아댄다.

삶에 있어서의 단순함은
어느정도 방향을 이해했으나,

습관이라는 부분은
아직도 너무나 큰 장벽이다.


올 한해 나의 목표는 

지금 적어놓은 글을
일주일에 한번은 꼭
읽어서 내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전 02화 Cleaner Life with Dirty born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