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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er May 04. 2023

영어를 얼마나 해야 실리콘밸리에서 일할 수 있을까?

코딩 영어 시리즈 II

최근 한 10년째 한국뿐 아니라 해외 많은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취업하기를 희망하거나 궁금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려면 어느 정도의 영어가 필요할까?


엔지니어들은 아무래도 다른 직종보다 언어의 장벽이 낮다.


맞는 말이다.

Sales, Marketing, Product(project) Manager(줄여서 PM이라고 한다)들과 비교해 봤을 때 확연히 차이가 난다. 아무래도 엔지니어들은 Client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든지 아니면 회사의 상품을 팔거나 할 때에 구사해야 하는 고급영어의 필요성이 낮기 때문이다. 보통 엔지니어들은 본인의 일에 대한 설명이나 자기 팀원 앞에서 해야 하는 프레젠테이션정도에서만 발표식의 영어를 쓴다. 물론 예외는 있다. Sales Engineer 또는 Support Engineer 등은 Client 또는 Customer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급영어가 필수다.  


그렇다고 해서 엔지니어라고 영어 공부를 뒷전에 두어서는 안 된다. 아무래도 정확한 의사소통을 통해서만이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남들과 협력해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엔지니어는 아주 자주는 아니지만 Engineering specification이나 Tech proposal 같은 문서 작업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런 일은 그냥 단순히 서류를 작성해 놓는 것이 아니라 같은 팀의 엔지니어들에게 프로젝트의 Scope을 알리고 그에 알맞은 Recommendations을 서술해야 하기 때문에 짧게는 두 세 페이지가 될 수 있지만 가끔은 수 십장이 넘는 큰 리포트가 될 수 도 있다. 물론 이런 기술서 들도 고등학교에서 배운 영어로도 서술은 가능하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미국 현지인이 쓰는 표현이나 본인과 생각이 틀릴 때 본인의 의지를 제대로 알리고 상대방과의 중간 점을 찾는 것은 상당한 영어의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가끔 한국에서 엔지니어로 일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영어를 해야 하는지를 물어보면 한 문장으로 대답을 하기가 어렵다. 그럴 땐 나는 미드 Silicon valley를 자막 없이 볼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고 한다.

물론 말하기가 듣기보다 한국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지만 최소한 남들이 하는 말의 80% 정도는 알아 들어야 여기서 일을 할 엄두를 낼 수 있다. 미드 Silicon Valley가 다른 프로그램보다 좀 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  Season 1과 2는 여기에서 실제로 Startup들이 어떻게 회사를 시작하고 운영되는지가 비슷하게 소개되고 있어서 혹시라도 실리콘밸리가 궁금한 분들께 추천을 드린다.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캐나다나 다른 영어권 나라로 기술이민을 하기를 원한다면 다른 직종과 마찬가지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언어를 하지 않고는 아무리 프로그램 경력이 수십 년이어도 살아남기가 힘들고 무엇보다 일을 즐기기가 힘들다.


그럼 도대체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라는 말인가요?


이것이야말로 A million Dollar Question이다. 실제로 토익과 토플점수를 높게 받고 현지에 와도 입도 못 떼는 사람이 많다. 아쉽게도 고시처럼 열심히 공부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공부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공부하는가가 중요하다.


특히 목표한 바가 "영어로 면접을 볼 수 있을 정도"라고 정하면 공부하기가 여간 난해한 게 아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가 막막하다. 면접으로 나오는 질문이 100개 정도라고 하면 한국사람들은 100개의 문제에 정답을 달고 어떻게 해서든지 외워서라도 면접을 통과할 텐데 면접은 면접을 보는 사람이나 보는 직무에 따라서 변하니 아무리 족집게 선생이라도 무슨 질문이 나올지 가늠하기가 불가능하다. 나도 면접을 많이 봤기도 하고 면접관으로 여러 번  참여하다 보니 질문하는 게 거의 비슷한 건 어쩔 수 없다. 같은 회사 내에서나 다른 회사 직원들을 만나면 요즘 면접으로 뭘 물어보냐고 가끔 묻기도 한다. 그러나 혹시라도 이런 면접의 리스트를 구하게 되더라도, 이것은 그저 참고하는데서 그쳐야 한다. 또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해 보고 정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정도로 그쳐야 한다. 왜냐하면

 

실리콘밸리는 넓고 면접관들도 많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Software Engineer(줄여서 SWE- "스위"라고 거의 부른다)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면접을 준비하는 책도 여러권있고 최근 몇 년간 학원들도 줄줄이 생겼다. 그런 자료와 질문들은 지난번에 쓴 글(https://brunch.co.kr/@backend-dev/25)을 참고하시면 대략 어떤 맥락인지 감이 올 것이다.


개인적인 Know-how

내가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대학을 나오고 직장을 다니다가 27살에 처음으로 외국으로 나갔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영어로 무난하게 대화를 이어가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나 나름대로의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노하우를 몇 년간에 걸쳐 "개발" 했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공부를 하든 - 한국에 있든 아님 외국으로 나가든,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느냐" 다.


나는 한국에서 대학 다닐 때 화학을 전공했다. 학교가 끝난 후에 종로에 있는 영어 학원에서 공부를 했다. 내가 그때 당시에 공부했던 것은 토플, 토익이 아닌 일상영어였다.  CNN이나 BBC 뉴스를 듣고 공부를 하거나 미드 Friends를 보고 대화를 외웠다. 특히 미드를 보고 하는 공부는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하루에 몇 시간 동안이나 티브이 앞에서 대화를 듣고 또 들었다. 그때는 아는 외국인이 없어서 나 혼자서 여러 명의 대화를 중얼거리면서 대사를 외우고 대화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하려고 애썼다.


웃긴 얘기지만, 지금도 가끔 프렌즈를 볼 때 대화가 입에서 술술 나올 때가 있다.

그만큼 많이 외웠다.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끈기 있게 하는 것이다. 나는 공부에는 어려서부터 소질이 없어서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잘하지도 못했다. 중학교 때는 상위 20% 정도에 들었고 고등학교에서는 하위 20%정도 였다. 대학을 간 것이 기적일 정도로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나의 어려서부터 장점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달리는 데 있었다.


포기하지 않는 것과 항상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자기만의 공부방식을 찾는 것이다.


인생에서 뭐든 그렇지만 다 나름대로 잘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나는 공부를 못해. 또는 나는 산만해서 주의집중력이 부족해.라고 한 마디로 자신을 묘사하는 것은 내가 봐서는 문제가 있다. "공부"는 정말 큰 영역이다. 인생에서 공부라는 것을 빼고 나면 도대체 남는 것이 정말 없는 것 같다. 이렇게 "공부"를 잘 못한다고 하지 말고 좀 더 Scope을 낮추어서 생각하라. 가령:


나는 수학을 못해 - 왜냐하면 난 수학에 관심이 없고,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또는
나는 과학시간에 주의 집중을 할 수가 없어. - 왜냐하면 과학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과목이니까.


이렇게 이야기해야 한다. 왜냐하면 누구나 잘하고 좋아하는 분야가 있으니까.

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재미있는 과목이 생기고 적성에 맞는 일들이 찾아질 때가 온다. 나는 요즘 Youtube에서 물리에 관한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언젠가부터 책상에 앉아서 줄줄 공식만 외우기만 했던 물리가 재밌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리는 세상의 모든 것과 시간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 같은 생각이  언젠가부터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는 "물리"에 대해서 얘기하는 기회가 값지고 배우는 것이 즐겁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공식을 외우거나 시험을 쳐야 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냥 물리과 관련된 지식을 이해하는 정도로 학습자체가 끝나니까 쉽고 재미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과학은 싫어"라고 평생을 말했던 사람으로선 보통 놀라운 변화가 아니다.


우리의 교육환경이 모든 과목을 이렇게 즐겁게 배우고 싶어서 배우는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성인이 되어 영어공부를 하게 된다면 제발 영어를 재미있게 배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 시험점수나 취업이 아니라 정말 나를 즐겁게 하고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시작하기를 바란다.


언어를 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힘이다. 다른 문화를 배울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도 있다. 아무리 시험이나 취직을 위해서 영어를 배운다고 해도 그냥 점수를 따기 위해서 배우지 말고 본인의 인생에 도움이 되고 영어를 배워서 할 수 있는 즐거운 일들을 생각하면서 하기를 바란다.


외국인으로서 언어를 배우고 입사서류를 내거나 면접을 보러 가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실리콘밸리에는 정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살고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일명 "Fresh off the boat" 즉 외국에서 미국으로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들도 많이 만난다. 이런 사람들은 여기서 오래 살면서 학교를 나오고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아니라 이곳으로 외국에서 바로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억양을 알아듣기가 힘들거나 익숙하지 않은 표현을 쓰기 때문에 대화하기가 조금은 난해하다. 물론 영어권 국가에서 살던 사람들 특히 인도나 영국, 캐나다 쪽에서 온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중국, 한국등에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고 오신 분들도 많이 뵌다.


일전에 linkedin을 통해서 "선배님, 저 같은 힉교 졸업한 사람인데요, 실리콘밸리로 취업이 돼서 왔습니다. 한번 뵐 수 있을까요?"라고 연락이 와서 커피를 마시고 인연이 된 친구도 있다.


언어의 장벽은 당연히 있다. 그러나 감히 엄두도 나지 않는 그런 벽은 아니다. 여기저기를 찬찬히 보면 남들이 만들어놓은 틈새들도 있고 어떤 사람은 다음 사람이 쉽게 올라오라고 커다란 사다리가 놓은 자리도 있다. 올라가려는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한 뼘 한 뼘 오를 수 있는 벽이다.


다음 글에서는 좀 더 신중하게 영어공부하는 법에 대해서 소개하겠습니다.


대문 사진은 Photo by Alex Kotliarsky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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