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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er May 18. 2023

재택근무에 관해

실리콘밸리에서 바라본 재택근무

재택근무에 대해서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많은 회사들이 부분적인 재택근무를 코로나 이전에도 하고 있었지만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거의 본격적인 재택근무시대가 열렸다.


그 후로 3 년.


큰 회사들 Meta, Google 등이 완전 재택근무에서 다시 부분적인 재택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완전히 100% 재택근무를 택한 회사(AirBnb, DropBox 등)들도 많다.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도 사무실의 크기를 1/3로 줄이고 원하는 직원들에게 100% 재택근무를 하는 옵션을 주었다. 재택이 좋다 나쁘다의 관점을 떠나서 내가 재택근무를 3년 넘게 한 경험담과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의 몇 가지 제도를 소개하려 한다.


우리 회사의 경우에는 코로나 전에도 부분적인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다. 수요일은 회사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근무를 했고 일주일에 4번 회사에 나갔다. 우리 집이 회사에서 굉장히 가까웠기 때문에 회사에 나가는 게 별로 어럽지는 않았지만 일주일에 4번 나가던 중에도 내가 필요하면 집에서 더 일할 수 도 있었다. 이렇게 회사가 조금 자유로운 재택근무를 허용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1. 회사 전체의 70% 직원이 미국 전역(몇몇은 캐나다 등 외국)에 살고 있다는 점

2. 100%의 개발자 회의가 이미 화상통화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


우리 회사를 다닌 사람들 중에는 코로나 이전에도 이미 여러 해를 100% 재택근무로 해온 사람도 많았고, 회사 역시 대다수의 직원이 이미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으므로 코로나가 시작되고 100% 재택근무로의 전환은 회사 경영에 별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래의 몇 가지는 재택근무와 관련된 우리 회사의 제도들이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모여서 성공적인 재택근무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Offsites

Offsites는 쉽게 설명하면 Onsites의 반대말이다. 사무실 등의 회사에서 운영하는 전형적인 일하는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한다는 뜻이다. 우리 회사는 분기별로 이런 Offsites를 팀원 또는 전 직원이 간다. 3일 정도 세미나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기간 동안 우리는 분기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료들도 만나고 지난번 분기에 대해서 토의한다. 그리고 다음 분기에 할 일들을 결정한다. 미국 각지에서(몇몇은 외국에서) 직원들이 모이니까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이 비용도 만만치 않고 계획이 쉽지는 않지만 회사의 전통으로 수년간 이어온 일이라 이제는 체계가 나름대로 잘 잡혀있다. 이렇게 zoom으로만 만난 직원들끼리 얼굴을 맞대고 있으면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하지만 금세 친해진다. 어떤 직원들끼리는 Offsite가 끝난 후에 시간을 더 써서 여행을 함께 하기도 하고 다른 직원의 집을 방문해서 며칠 신세를 지기도 한다.


우리 회사 대표는 이런 Offsite의 목적이 "So you can ask stupid questions in Zoom"이라고 말한다. 뭐 거창한 목적을 달성하기라기보다는 친해지고 나면 정말 바보 같은 질문도 온라인으로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Offsite의 목적 - So you can ask stupid questions in zoom


Team Happy Hour

2주에 한 번씩 한 시간 정도 우리끼리 zoom으로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때는 정말 어떤 것도 토픽이 될 수 있다. 영화, 취미 또는 서로의 반려동물등 뭐든 그냥 수다를 떠는 시간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때 중요한 일이 많이 거론된다. 처음엔 지난주에 봤던 재미있던 영화로 시작된 대화는 20분 정도가 지나면 거리낌 없는 회사 이야기로 변한다. 이때 서로의 직책에는 상관없이 엔지니어, 디자이너, 그리고 품질관리 부서까지 회사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 각자의 소견을 말한다. 아마 형식적인 "회의"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는 자리라 그런 듯싶다. 어떤 부서는 Happy hour에는 일에 관련된 일은 하지 않는다 라는 원칙이 있기도 하지만 자연스럽게 시작된 일 얘기는 가끔은 영화이야기보다 재미있고 다른 부서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흥미롭다.


회식

우리 회사는 같은 지역에 있는 직원들과 만나서 한 달에 한 번씩 식사하는 비용을 지불한다. 같은 과가 아니고 팀이 아니더라도 회사 직원들이라면 만나서 식사를 하고 그 비용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다. 만약에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내가 달라스에 갈 일이 생기게 되면 그쪽 직원들과 식사하고 청구서를 보내면 회사에서 식사값을 환원해 주는 것이다. 이래서 우리 회사 사람들은 여행을 자주 한다. 여행하면서 여기저기에 흩어져사는 직원들을 만나기도 하고 사진을 함께 찍어서 회사 사이트에 올리면 상금을 주기도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제도들의 목적은 직원들을 그냥 앉아서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만나서 친해지고 함께 편하게 일하게 하는 것이다. 꼭 매일 얼굴을 맞대고 앉아서 일한다고 친해지는 것도 아니고 효율이 그냥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일의 효율성이나 성과도를 보았을 때 100% 재택근무 전이나 후 별로 다른 점이 없었다.


Core Working Hours

회사가 100% 재택근무를 시작했을 때 많은 직원들이 미국을 떠나서 유럽이나 아시아 등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어디서 일하든지 상관은 없으나 회사는 core working hours를 지켜주기를 요구했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앱 사용자의 대 다수가 미국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은 샌프란시스코 기준으로 앞 3시간(뉴욕시간으로 아침 9시) 끝나는 시간은 뒤로 1시간(하와이 시간으로 저녁 5시)으로 정했다. 최소한 하루에 5시간은 코어아워에 있어야 한다. 즉 어디에 있어도 일하는 시간만큼은 미국시간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Performance Appraisal(수행능력평가)

수행능력은 어떻게 달라질지 모두가 재택근무로 돌아선 이후에 고민하는 듯하다. 우리 회사처럼 여러 해 동안 재택근무를 해왔을 경우엔 덜하지만 이제 시작했다면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의 수행평가를 할 때 무엇을 얼마나 고려해야 하는 것일까? 전혀 다른 것이 없이 예전에 회사에서 일할 때와 변함없이 진행해야 하나? 이런 문제가 자주 화두에 올랐다.


내 경험을 들자면 수행평가에는 별로 차이점이 없다. 내가 재택근무를 한다고 해서 출근하는 직원들보다 일을 더 많이 또는 적게 할 필요가 없듯이 수행 평가에 대한 기준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2주에 한번 매니저와 하는 1-1(one-on-one이라고 한다)에서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생겼다. 매니저가 항상 내가 변화한 상황에 잘 적응하는지 또는 다른 팀원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 내가 있었는지, 앱에서 에러가 났을 때 내가 빠른 시간 내에 고칠 수 있었는지가 단골 질문으로 등장했다.


노메드

이렇게 재택근무를 한 지 2년쯤 지난 작년 초에 노메드를 6개월간 했었다. 살고 있던 집의 계약이 끝나고 좀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우선은 모든 짐을 창고에 넣고 차를 사서 한 일 년간 여기저기서 살아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서부에서 동부로 미국을 다 돌기로 했다가 6개월 만에 캘리포니아만 돌고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매달 살아야 할 곳을 결정하는 것도 힘들었고, AirBnb가 생각보다 비싸고 집들도 엉망인 경우도 많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하기로 하고,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생각보다 스트레스도 많은 경험이었다.


여러 직원들이 노메드를 선택하기도 하고 선택했다가 나처럼 다시 자리를 잡은 사람들도 많다. 역시 회사가 재택근무를 허용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이런 일들을 통해서 개인은 여려가지 경험도 해보고 또 회사에 대한 신뢰와 고마움도 더 생기는 듯싶다.


재택근무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요즘 들어서 특히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 사이에서 Burnout(몸과 마음의 지친 상태)을 경험한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친 몸과 마음 - Burnout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나서 생겨난 다른 토픽은 바로 burnout이다. 집과 일과의 경계가 없어지고 상당히 무료한 일상이 반복되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권태기와 피로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의 수행능력도 떨어지지만 그 사람이 속해있는 팀도 차츰 가라앉는 분위기가 된다.


실제로 우리 팀에서도 한 직원이 올해 초부터 좀 힘들어했다. 회의에서는 말이 거의 없거나 아니면 무조건 일을 반대하거나 걸림돌이 되었다. 회사에서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내던 직원이 변해서 모두가 조심하고 또 그 직원 때문에 모든 일이 힘들고 시간이 걸렸다. 결국 지난달 직원은 사표를 썼고 회사를 나가기 전에 함께 대화를 해보니 어느 순간에서부터 회사일이 버거워졌고 일과 개인적인 삶이 뒤섞여서 탈출구를 찾지 못한 것 같았다.


매니저는 항상 이런 일을 염두에 두고 힘들어하는 직원이 없는지, 있다면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방금 소개한 우리 팀 직원뿐 아니라 실제로 내 주변에도 최근 몇 년간 회사를 그만둔 친구들이 꽤 많아졌다. 번아웃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다루겠다.


가끔 언론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나서 실적이 많이 낮아져서 다시 직원들의 출근을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런 보도가 나올 때는 보통 회사가 특별한 이유를 내세우기보다는 회사 경영진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는 듯싶다. 그러나 재택근무를 잘만 이용하면 회사로써는 얻는 득이 많다. 몇 가지를 들자면,

줄어든 인재채용에 지역적인 제한 - 캐나다이건 브라질이건 인재가 있다면 채용할 수 있고 대 도시 직원들보다 적은 연봉으로 수준 높은 인재를 고용할 수 있다.

사무실 관련 비용 절감 - 실리콘밸리에 본사가 있었다면 사무실 랜트가 1/3이 되는 것만으로도 큰 절약이다. 그 밖에 사무실에 있었던 여러 가지 혜택(점심제공, 교통비제공 등)도 역시 줄여짐으로 전체적으로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고용 경쟁력 -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회사에 고용되기를 희망한다. 연봉감수를 하고서라도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이런 부분은 자녀가 있는 직원들이나 가족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분명하다. 이런 젊은 층이 실리콘밸리의 큰 축이 되므로 재택근무는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모든 회사가 재택근무에 다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회사마다 직원들을 관리하고 일하는 방식이 다르고 또 제도가 다르니 재택근무를 하는 성과도 다르다. 조금 시간이 더 지나 봐야 재택근무의 득과 실이 분명하겠지만 아무래도 실리콘밸리는 재택근무를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 것 같다. 보다 중요한 점은 어떻게 하면 좀 더 생산성 있게 또 직원들이 만족하는 환경을 만드는 가에 있다.


참고자료

큰 회사들은 재태근무에관해서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정해놓았다. 이 링크는 AirBnb의 자료이다.

에어비엔비회사 공식자료 - https://news.airbnb.com/airbnbs-design-to-live-and-work-anywhere/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문은 Photo by Alexander Dumm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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