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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er Sep 05. 2023

요즘 데이트 하는 법

실리콘밸리 데이트 트렌드

오랜만에 한국에 왔습니다! 오랜만에 엄마랑 동생이랑 함께 지내니 좋네요. 근데 며칠 집에 있다가 아침에 엄마랑 티브이를 보면서 아침 식사를 하는데 무슨 노랜지 제목은 알 수 없지만, 님은 어디에.. 뭐 이런 가사가 흘러나오더라고요. 그러다가 동생이랑 예전에 한국에서 살 때 만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둘씩 시작했습니다. 그때 만나던 ㅇㅇ는 뭐 하고 살까? 그때 내가 엄청 따라다니던 ㅇㅇ 선배 기억나지? 아직 이 동네 사나? 이런 이야기가 한동안 오가고, 정말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컴퓨터를 켜고 나도 모르게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합니다. 페북에 계정은 있지만, 한 5년간은 아무런 포스팅이 없는 선배. 인스타도 뭐 사진 한 장만 달랑 올려져 있고, 별로 정보는 없네요. 그래도 메시지를 한번 보내볼까 한참 고민을 하다가, 그냥 말기로 했습니다.

숨 가쁜 생활 속에 태엽이 감긴 장난감처럼
무감한 발걸음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우리.
시간은 흘러가고 꿈은 소리 없이 깨어져
이제는 소식마저 알 수 없는 타인이 됐지.

[김광석의 잊혀지는것]


근데 요즘은 "소식마저 알 수 없는 타인"이 되기는 참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페북,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카톡등 요즘은 소식을 알고 싶고, 연락을 하려고만 하면 젊은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연락을 할 수 있으니, 저같이 술 먹고 가끔 옛사랑 타령하는 사람에게는 좀 위험한 세상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데이팅 트렌드

한국에서도 그런지 모르지만, 미국에서는 데이팅 앱이 없으면 사람을 만나기 참 힘들답니다. 요즘은 술을 마시러 젊은 친구들이랑 bar에 가도, 낯선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는 것을 보기가 힘듭니다. 아는 젊은 친구에게 왜냐고 물었더니, 데이팅 앱으로 그냥 관심 있다고 하면, 바로 이 사람이 나에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는데, 뭣하러 낯선 사람에게 어색하게 말을 거냐 그러더군요. 에너지 낭비다라고 합디다. 특히 친구들이랑 함께 있을 때는 거절당하면 더 쪽팔릴 텐데 이제 그런 짓은 안 한답니다. 그래서 술집에 가도, 공원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도, 요즘은 낯선 사람에게는 말을 안 건다는 겁니다. 참 요즘사람들 실속 있어요.


실제로 데이팅앱이 정말 사람을 만나는 데는 효과적입니다.

숫자로 보는 온라인 데이팅 https://www.cloudwards.net/online-dating-statistics/

이 것은 미국을 바탕으로 한 조사입니다. 5명 중 1명 꼴로 온라인 데이팅 앱을 이용하고 있고, 50%의 사람들이 온라인 앱을 이용해서 자기와 비슷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약 19%의 사람들이 한 번에 11명 이상의 사람들과 데이팅앱을 통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데이팅이 정말 빡쎄지긴 했습니다. 예전에는 1명이랑 잘해보기도 힘들었는데 11명을 동시에 가늠하려면 저 같은 사람은 머리가 깨지겠습니다.


특이한 점은 3/4의 사람들이 온라인 데이트에서 신중한 만남을 찾고 있다는군요. 제 생각보다 좀 많아서, 놀랐습니다. 아마 이것은 나이층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또 아무래도 이런 서베이를 통한 질문에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대답을 안 하는 경우도 있으니, 제 생각에는 3/4는 좀 오버된 숫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앱을 사용하나

The youngest folks who use dating apps — those from 18 to 29 years old — have a strong preference for Tinder. Given the platform’s playful style and a user preference for less serious flings, this may not be that much of a surprise. To add to this, Tinder is free, though it does have a paid plan.

미국에서는 당연 Tinder가 제일 잘 나갑니다. 특히 젊은 분들에게는 Tinder가 공짜이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메시지를 보내기도 쉽고, 또 만나는 사람들도 별 큰 기대 없이, 재미있게 놀 상대를 찾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라 하겠습니다.


30대 이상은 역시 Match.com 이 인기가 많습니다. Match.com은 오래된 앱입니다. 미국에서 사용을 시작한 지는 꽤 되었고요(1993에 시작되었으니 30년 되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사람들이 좀 더 신중한 만남들을 기대합니다. 아무래도 결혼정년기의 분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또 유료 회원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Datingadvice.com에 따르면, 2023, 세계적인 데이팅 앱 순위는 이렇습니다.

1. Tinder — 530 Million Users

2. Badoo — 318 Million Users

3. Plenty of Fish — 150 Million Users

4. Bumble — 100 Million Users

5. Adult Friend Finder — 99M Users


저도 Badoo는 좀 생소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별로 많이 사용되고 있지 않고요, 아무래도 러시아 쪽에서 먼저 시작돼서 그런 듯합니다. 유럽에서는 나름 인기라고 하더군요. Plenty of Fish도 미국, 캐나다에서는 많이 알려진 오래된 사이트고, 아무래도 나이가 좀 있는 결혼정련기의 분들이 신중한 만남을 기대하면서 쓰는 듯합니다.


Bumble 은 한국분들도 쓰고 계신가요? 실리콘밸리에는 Bumble이 정말 인기가 많습니다. Tinder 창업자 중 하나였던, 여성 co-founder가 시작한 앱으로 여성을 위한, 여성이 우대받는 앱입니다. 여성이 먼저 관심을 보내야 남자가 응답할 수 있다네요.


Adult Friend Finder도 좀 생소한 분들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이름으로 짐작 가능하시겠지만, 정말 하룻밤 즐기는 짝을 찾는 곳입니다. 뭐 미국에서는 Tinder도 즐기는 짝을 찾는 용도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지만, 여기서는 정말 목적이 딱 하나니까 기혼자건, 미혼자건, 좀 더 직접적으로 접근이 가능하겠죠.


이 밖에도 많은 데이팅 앱이 있습니다. 약 8000개 정도 된다고 하더군요. 혹시 또 어떤 앱들이 있을까 궁금하시면 여기서 한번 보세요.


미국 순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세계순위와는 약간 다릅니다. 물론 Tinder가 압도적으로 인기가 있지만, 그 뒤로 Bumble, Hinge 등도 인기가 많습니다. 이것은 2022년 발표된 조사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Tinder had 32% of the U.S. market followed by Bumble (22%), Hinge (15%), Plenty of Fish (15%), Grindr (7%), Badoo (6%), OKCupid (4%), Match.com (4%) and Zoosk (2%).

Grindr는 주로 GBTQ+ (Gay, Bisexual, Transgender, Queer (or sometimes Questioning), and the "+" represents additional identities that fall under the umbrella of sexual orientations and gender identities)에게 인기가 많은 앱입니다. 여자분들은 별로 사용을 안 하는 모양입니다. 레즈비언들에게는 별로 인기가 없다는군요. 그래서 LGBTQ+에서 'L', Lesbian은 뺏습니다.


실리콘밸리 데이트 트렌드

아무래도 실리콘밸리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래서 여성분들에게 아무래도 선택권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Washington D.C.처럼 고 학력, 고 소득 여자들이 많은 곳에 대비해서, 실리콘밸리는 여자에게 훨씬 고를 상대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실리콘밸리가 여자에게 데이트 천국이란 말은 아닙니다. 그저 숫자로 보면 이득이라는 뜻이지요. 여기에는 아무래도 비슷한 나이또래의 개발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이 본인 타입이 아니라면 오히려 선택의 폭이 적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실리콘밸리 사는 40대 초반 여성분은 데이트에서 만난 사람들을 Excel로 관리하고 있답니다. 안 그러면 헛갈릴 수 있다고. 왜냐하면 앱마다 만나는 사람들이 직업, 나이등이 다 비슷하니까, 똑같은 사람을 또 만나는 실수들이 잦아져서 그렇다고 합니다.


또 한 가지 실리콘밸리 특징이 있다면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결혼을 생각하고 심각하게 만나는 분들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즐기려고 만나는 사람들이 대다수. 그래서 결혼 정년기에 있는 분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꼭 Tinder뿐이 아니라, Match.com이나 OkCupid.com 등 전통적으로 경혼정년기, 30대 이상이 쓰는 앱이지만, 실리콘밸리 사는 사람들 중에는 심각한 사이는 되고 싶지 않다고 처음부터 줄을 긋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것은 제 친구들이 해준 이야기인데요, 실리콘밸리에서는 사귀다가 깨지고 나서도 우연히 부딪치는 경우가 많아서 곤란한(awkward 한) 경험들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동네가 작아서 그렇습니다.


실리콘밸리가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아요. 앞서서 말씀드렸듯이 다른 앱을 통해서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많이 생기고요, 또 밤에 술을 마시러 가거나, 클럽을 가거나, 식당에 가도 EX(전 친들)를 마주치는 어색한 경험들을 많이 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노는 곳이 한정되어 있고, 또 잘되는 영업집이 한정되어서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서, 좋은 수시집 좀 추천해 줘, 그러면 누가 Zen Sushi가 제일 잘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같이 앉아있던 5명 다 맞장구를 칩니다. 다 알아요, Zen Sushi. 여기는 서울처럼 큰 도시가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그냥 고만고만해요.


예전에 South Bay 살 때 샌프란시스코로 꼬박꼬박 CalTrain이라는 기차를 타고 출퇴근을 했었는데요, 회사를 끝마치고 5시 넘어서 집에 가는 길에 기차에 서서보면 정말 장관입니다. 앉아있는 사람 중에 30% 정도가 다들 데이팅앱을 보고 있습니다. 뒤에서 보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한번 따듯한 눈길도 안 주면서 핸드폰으로 데이트할 상대를 눈 빠지게 찾고 있는 게 요즘 데이트 장면입니다.


그런데 또 우습게도 실리콘밸리에서 CalTrain만큼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사람들 만날 최적의 장소가 또 없습니다. CalTrain에서는 술을 마셔도 괜찮습니다. 합법입니다. 그래서 퇴근 후에 샌프란시스코역에서 맥주를 사서 CalTrain에서 마시는 일이 많습니다. 금요일 오후 5시쯤 넘어서는 정말 정겨운 기찻길이 됩니다.

CalTrain - 금요일저녁이면 정겨워집니다

여기서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끼리 맥주도 마시고 얘기도 나누다가 가끔은 명함도 주고받습니다. 또 출 퇴근길에 타는 기차다 보니까 맨날 같은 시간에 같은 사람들이랑 비슷한 칸에 탑니다. 그러다 보면 또 친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CalTrain에서 만나서 데이트하는 커플도 몇 봤습니다. 물론 깨지고 나면 정말 출 퇴근길이 어색해지겠지만요.


몇 주간 써오던 심각한 정리해고 같은 이야기는 벗어버리고, 가벼운 이야기로 화재를 돌렸습니다. 한국에 오랜만에 오니까 좋네요. 근데 또 한국에 오니까 예전에 만나던 사람들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런 주제를 가지고 왔습니다. 어쩌면 옛사랑들은 그냥 궁금해하는 걸로 끝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이런 맘 잘 모르겠지요?


오늘은 그냥 옛사랑, 그 이름 조용히 아껴 불러나 보렵니다.


대문은 Photo by Louis Hanse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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