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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er Aug 17. 2023

실리콘밸리 정리해고 II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2023년 8월 8일, 화요일 드디어 우리 회사도 정리해고를 감행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절대 정리해고는 안 하겠다던 CEO는 울먹이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고 하더라. 780여 명의 총 직원 중에 100명이 여기에 포함되었다. 그중에는 나와 가장 친한 입사동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매일 8시간 얼굴을 맞대고 6년을 함께 일하던 친구가 없어지고 나니, 회사에서의 우정이 얼마나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래성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지 허탈한 마음이 제일 먼저 들었다. 오늘은 정리해고를 맞이한 지난 한 주에 대해서 좀 적어보았다.


혹시 전반적인 실리콘밸리 정리해고에 관해서 궁금하시다면 5월에 쓴 최근 실리콘밸리 Layoffs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해고의 시작

아침 9시 반에 컴퓨터를 켜고 여느 때처럼 팀의 Slack(회사 내에서 대화를 하는 앱)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난데없이 회사의 친한 동료가 개인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왔다.

아침 10시에 친구에게서 받은 문자

이런 문자가 한 둘 핸드폰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회사에서 정리해고가 실행되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혹시 모르니까 개인적인 사진, 문서 등 필요한 것은 개인 컴퓨터로 옮겨라'등의 친구들의 조언이 포함되어 있기도 했다. 나도 이 사실을 내 가장 친한 친구에게 알리기 위해 내 친구를 Slack에서 찾았다. 그런데 Slack에서 내 친구의 프로파일에는 "Deactivated", 사라진 계정, 이라고 떴다.


해고 직후

이렇게 10시에서 시작된 해고통보는 약 1시간쯤 진행된 듯하다. 각자의 매니저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화로 통보를 하다 보니 어떤 사람은 10시에 통보를 받고 어떤 이는 1시간이 넘어서 통보를 받았다. 해고가 끝났다는 별도의 공고가 없어서 아침 내내 다들 불안에 떨었다. 수많은 문자들이 개인 휴대폰으로 오갔다. 이제 회사를 믿을 수 없으니 회사컴퓨터로 대화를 하기보다는 개인 휴대폰 문자들을 쓰기 시작한 거다. 이런 불안감은 오후 1시 회사 전체회의에까지 이어졌다.


정리해고 아침 6시경 예고 없이 전 직원회의 초대는 다음과 같은 문구와 함께 왔다.

1 PM Meeting. This is important.
Please Attend.

한 번도 이런 회의 초대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몇몇 직원들은 이미 무언가를 감지하고 초대를 받자마자 개인 파일을 백업한다던지, 회사에 받아야 할 돈을 청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나는 설마 하는 생각에 그냥 무시하고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1시 회의에서 회사의 대표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오늘의 정리해고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월 스트리트에서 우리의 성과를 좋지 않게 볼 것 같다. 그래서 정리해고를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는 아직도 건장하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1시간 후에 있을 3분기 성과발표를 보면 알겠지만 실적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러나 주주들이 불안해하고, 우리도 비용절감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100명의 감원을 실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골자였다.

‘우리 회사도 어쩔 수 없는 돈을 버는 기계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고를 당한 직원들과 남은 직원들이 문자로 서로를 다독이면서 그렇게 하루가 갔다. 나는 해고당하지 않음에 안도하면서도 생각보다 친구를 잃은 상실감이 너무 크게 와서 사실은 좀 놀랐다.


해고 다음 날

보통 해고를 감행하는 시기가 상장한 회사의 경우에는 Earning call(어닝 콜 즉, 분기별 실적 성과발표)에 맞추어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뜻한다.

1. 실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

2. 정리해고를 함으로써 주주들에게 우리가 비용절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3. 주식의 약재가 예상된다


우리 회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Earning call이 끝나고 주식 시장이 다음날 열리기도 전에 회사 주식은 폭락하기 시작했다. 32%의 가치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분기 실적 성과가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100% 달성했지만, wall street에서 보기에는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결론이었다.

우리 회사에겐 지난 화요일이 Black Tuesday

Sell, Sell, Sell!!

그다음 날도, 그리고 다음 날도 주식은 계속해서 하락했다.

나는 아직 여기 있다.

우리는 남아있다. 이렇게 안도감을 가지고 일만 열심히 하기에는 "남아있음"은 생각보다 그렇게 영광스럽지 않다. 회사에 대한 많은 실뢰도 깨지고, 남아있는 직원들끼리 똘똘 뭉쳐서 잘해보자라는 생각보다는 이제 직원들에게 정 주지 말고 공과 사를 구분해서 인간관계도 재정립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우리 회사는 다르다. 우리는 뭔가 특별하다! 항상 이렇게 생각하던 과거가 어리석고 그렇게 남들에게 말하고 다니던 내가 참 우스꽝스러울 뿐이었다.

결국 우리는 얼굴도 모르는 주주들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여태껏 나의 성취감과 행복에 취하고 실리콘밸리의 파티 분위기에 빠져서 '나를 위한 커리어', '내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 주장하던 어리석음에 크게 싸대기를 맞은 기분이다.


Who am I kidding.

나는 그저 주주를 위해 일하고 있는 하나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았고, 800개 중에 필요 없는 100개를 쳐내는데 그중에 이번에는 들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나의 생계를 위해서 일하지만, 결국 우리가 달성한 성과를 가져가는 사람들은 주주들이고, 그들의 요구에 맞추어서 우리는 사라질 수 도 있고, 더 채찍질당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런 감정을 어디에서 말하기도 그렇다. 해고를 당한 사람들은 지금 얼마나 큰 충격에 빠져있을까? 하는 마음 때문에 회사 내에서도 또 외에서도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 고통을 표현하기가 더 힘들다.


해고당한 사람들

해고를 당한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해고를 당한 충격은 생각보다 크다. 나도 이전에 2번의 정리해고를 겪었다. 한 번은 5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한 번은 1년도 채 안 다닌 회사에서 당했다. 첫 번째 경우는 내 실적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회사의 자금사정 때문이었다.


우선 해고를 당하면, "왜 내가 퇴사를 당했나?"라는 질문에 집착한다. 나도 그랬지만, 지금 해고를 당한 친구들 중에도 대 다수 '해고는 나의 실적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라고 부정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중에는 PIP(Performance Improvement Plan)을 받은 친구들도 있다. PIP을 받았더라도, 나의 실적을 해고의 원인으로 보기보다는 다른 요인에 집착한다. 예를 들면, 나는 나이가 많아서, 또는 나는 최근에 육아휴직을 다녀와서, 나는 게이라서 아니면 내 매니저가 나를 싫어해서.. 이렇게 나의 실적보다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참고로,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나이가 40이 넘어서 정리해고를 당하면, 미국에서는 정리해고를 할 때, 당신은 나이 때문에 정리해고를 당하는 것은 아니 다라는 증명을 해야 한다. 이 연방 법을 OWBPA, Older Workers Benefit Protection Act라고 하고, 나이가 40이 넘어서 정리해고를 당했다면, 이 법에 보호를 받는다. 이 법에 적용된 회사(직원이 20명이 넘은 사업자)는 이번의 정리해고가 당신의 나이 때문에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증거로, 해고를 당한 사람들 전체의 나이가 공개된 서류등을 첨부해서 해당 직원에게 보내야 한다. 그런다고 해서 이 법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혹시 차별을 해고의 이유로 생각돼서 회사를 고발할까 봐 첨부하는 자료일 뿐이다.


해고를 당하면 회사에 오래 재직을 했던, 높은 자리에 있었던, 신입사원이었던 나름대로 다른 종류의 고통을 겪는다. 다음에 내가 겪은 정리해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겠다.


Survivor's Guilt

남게 된 사람들의 죄책감(Survivor's Guilt)과 상실감도 생각보다 크더라. 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다음에 닥칠 정리해고에 대한 불안감등을 떠나서, 그냥 밀려오는 상실감이 생각보다 크다. 친구를 잃은 상실감, 회사의 충성심을 잃은 상실감,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그에 대한 대가에 대한 공허감도 이 중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어디에 가서도 하소연하기가 힘들다. 남은 직원들 중 많은 스트레스와 충격을 받은 이들이 상당히 많다. 이 같은 현상은 내 주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정리해고를 감행한 후에 오는 남은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불신과 상실감은 최근 조사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런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회사들은 주식가격을 위해 정리해고를 결심한다.

남은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불신과 상실감 - 출처 https://www.leadershipiq.com

회의실에 앉아서 회사의 최고 경영진들이 여러 주식 애널리스트, 주주총회 대표, 인사과 직원들과 74%의 낮은 성과율, 61%의 남은 직원들의 상실감과 분위기, 회사에 대한 떨어진 신뢰도등을 다 합쳐도 떨어질 주식가격에 대비하면 정리해고를 하는 것이 낫다고 결정하는 섬뜩한 관경을 그려보라.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구글 아일랜드 정리해고에 대항하는 직원들. 출처 - https://www.irishexaminer.com/

예전 같으면 농담도 많이 나누고 즐거운 주말 계획을 얘기하는 금요일 오후, 회사 slack에는 싸늘한 정막이 흐른다. 이 길고 긴 한 주가 다 끝났다는 안도감에 컴퓨터를 끄고 오늘은 긴 산책을 가련다.


대문은 Photo by Tim Gouw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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