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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er Aug 29. 2023

실리콘밸리 정리해고 퇴직금

해고당하면 보상이란 게 있나?

지난주에 감행된 우리 회사 정리해고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정리해고를 당하면 어떤 퇴직금을 받는지 궁금해하시더라. 아무래도 얼마 전 화제가 된 한국은행들의 퇴직금 기사 때문에 더 큰 관심이 모인 듯. 실리콘밸리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정리해고 소식들. 실리콘밸리에서 정리해고를 당하면 회사로부터 어떤 보상을 받을까? 보상이라는 게 있기는 있는 것인가? 한국의 퇴직금에 비하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나도 궁금했다. 그래서 조사를 좀 해봤다.


오늘은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동료들에게 들은 우리 회사 정리해고 퇴직금과 그에 따른 각종 지원들 그리고 여러 큰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정리해고 퇴직금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겠다. 우선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미국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퇴직금이 어떻게 정의가 되어있는지, 법적으로 의무화가 되어있는지 또 어떤 다른 혜택등이 정의되어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미국의 노동법

많은 분들이 미국에서 일하는 것이 돈도 많이 받고, 근무환경도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 십여 년 전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실리콘밸리 회사들, 특히 구글이나 메타의 여러 가지 직원혜택이나 공개된 큰 연봉들 때문에 그런 생각들을 하시는 것 같다. 혹시 구글정도의 회사가 얼마나 연봉을 주는지 또는 어떤 종류의 직원 혜택이 있는지가 궁금하시면 지난번에 쓴 실리콘밸리 엔지니어 입사과정을 참고하시기를 바란다.


물론 이렇게 연봉도 높고, 근무환경도 좋은 회사들이 실리콘밸리에는 대부분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체적인 노동법현황을 보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나는 법 쪽의 전문가는 아님으로 자세한 노동법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으나, 한국과 비교해서 가장 눈에 띄는 세 가지 점만 소개하겠다.


1. 휴가

The Fair Labor Standards Act does not require payment for time not worked, such as vacations, sick leave or federal or other holidays.

미국은 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유급휴가가 없다. 휴가뿐만이 아니다. 크리스마스 같은 국경일, 병가, 심지어 아이를 낳을 때 쓰는 유급출산휴가조차도 보장되어있지 않다. 그나마 실리콘밸리는 치열한 인재 경쟁 때문에 이런 제도가 나름 정립되어 있지만, 실리콘밸리 밖 미국의 회사들 중에는 이런 것이 전혀 없거나, 굉장히 축소된 곳들도 많다. 가령 아이를 낳으면, 본인이 무급으로 2주 정도 쉬고 바로 일터로 돌아가는 엄마들도 꽤 있다. 참고로 법적으로 무급휴가, 즉 돈을 받지 않고 그냥 쉬는 휴가는 법으로 12주까지 쓸 수 있다. 쉬고 싶으면 돈 받지 말고 알아서 쉬어라라는 식이다.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일 년에 20일 정도의 유급휴가와 3-4개월 정도의 유급출산휴가를 지급한다. 병가(Sick Leave)는 없는 경우도 많다. 아프면 휴가를 쓴다. 우리 회사처럼 무제한 휴가를 제공하는 회사도 결국은 한 20 - 25일 정도의 휴가를 강력히 권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휴가를 25일보다 더 쓰려면 절차도 복잡하고 그에 따른 나름대로의 불이익(승진 등)도 있다.


2. 퇴직 후 의료보험

미국의 의료보험이 복잡하고 비싼 것은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오늘은 다른 거 다 빼고 퇴직 후의 의료보험에 관해서만 언급하겠다. 뭐 그래도 복잡하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국민에게 보장된 의료보험이 없다. 물론 최근 ObamaCare, 정식명칭은 Affordable Care Act에 의해서 전 국민이 직장 의료보험이 없을 때 국가가 권하는 저렴한 의료보험이 있지만, 이것은 실리콘밸리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과 비교하면 굉장히 기본적인 의료보험이고, 혜택이 그나마 좋은 등급은 꽤 비싸다.


직장에 다니는 미국인들은 직장이 제공하는 의료보험에 의존한다. 그래서 직장을 잃으면 가장 큰 문제는 의료보험의 상실이다. 내가 또는 내 가족이 병이 있으면, 예로 당료나 고지혈처럼 항상 처방전이 필요한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큰돈이 들어간다. 우선 연방법으로 퇴직 후 받는 의료보험을 Continuation of Health Coverage, 줄여서 COBRA라고 하고, 이는 20명 이상의 사업자에서 적용된다. 직장 의료보험의 경우 회사가 보험료의 60 - 100%를 내준다. 밑에 보이는 예는, 만약에 회사에서 한 달에 $400불씩, 내가 $250을 냈던 경우에 한 달에 내야 되는 COBRA 금액이다. 한 달에 $663, 한국돈으로 약 88만 원을 매 달 내야 한다. 참고로, 이것은 기본적인 수준의 보험이다. 실리콘밸리에서의 COBRA는 보통 $2,000 - $3,000 정도. 한화 300 - 400만 원 이다. 그만큼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프리미엄 의료보험을 제공하고, 회사가 내는 부담금도 거의 90% 이상이다. 퇴직을 한 경우에 COBRA는 제직당시의 의료보험만을 보장함으로 갑자기 회사에서 90%씩 내주던 보험료를 내가 부담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당장 퇴직하면 수입도 없는데 의료보험이 한 달에 300 - 400만 원 정도 나간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섣불리 퇴직을 할 수 도 없고, 해고를 당하면 망막함이 더 크게 온다.

출처 - https://www.verywellhealth.com/how-much-does-cobra-health-insurance-cost-1738554

3. 퇴직금 또는 퇴직 연금

There is no requirement in the Fair Labor Standards Act for severance pay.

미국은 퇴직금도 법적으로 보장되어있지 않다. 그래서 보통 자기 의지로 퇴사를 할 때는 한 푼도 못 받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실리콘밸리의 크고 작은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20년을 일했어도 본인이 퇴사를 결정하면, 회사에서는 특별히 주는 퇴직금이 없다. 잘 가라고 꽃다발 정도? 물론 한국처럼 노조가 구성되어 있거나, 정부(연방, 또는 주/시정부) 공무원, 교사등을 제외하고는 미국에서는 퇴직금 또는 퇴직 연금이라는 것을 주는 회사가 극히 드물다. 그래서 본인의 노후는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행히 지금 미국의 노년층, 속히 Baby Boomer들은 젊을 때 사둔 부동산이 급등을 해서 자산이 많이 늘었지만, 앞으로의 세대들도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는 큰 의문이다. 지금의 젊은 미국인들은 이래서 전 세대(Baby Boomers, 일부의 Gen X)에 비교하면 노후준비를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실리콘밸리 정리해고 퇴직금에 대해서 알아보자.


실리콘밸리 해고 퇴직금

회사들이 유행처럼 많이 정리해고를 하고 보니 정리해고를 당하고 받은 Severance Package, 즉 해고 퇴직금 및 혜택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일부 큰 회사들은 공식적으로 해고 퇴직금의 세부사항을 밝힌 곳도 있다. 밑의 자료는 구글 CEO의 2023년 1월 일자 발표에서 가져온 정리해고 퇴직금과 혜택이다.

구글에서 밝힌 퇴직금과 혜택 - https://blog.google/inside-google/message-ceo/january-update/

구글은 아무래도 실리콘밸리에서 제일 두둑한 퇴직금, 혜택을 주는 회사들 중 하나일 것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최소한 직원들은 해고 후 첫 60일 + 다음 16 주 + (재직연수 x 2주 추가)를 받는다. 여기에 보너스가 합산된다. 참고로 구글은 보너스가 꽤 크다(연봉의 5 - 10%. 이것은 본인의 실적에 따라 제공).


간단한 예로, 구글 엔지니어 Level3 또는 Level4의 연봉이 $150,000이고 보너스가 $15,000, 주식이 년간 $50,000이라고 가정했을 경우, 실제로 받는 퇴직금은 재직연수에 따라 다르지만 약 $80,000 - $100,000 정도, 우리나라돈으로 1억에서 1억 3천이나 5천 정도가 되겠다.

연봉을 조사할 수 있는 자료 - https://brunch.co.kr/@backend-dev/25

여러 가지 실리콘밸리 해고퇴직금을 정리한 Insider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메타, 세일즈포스 같은 큰 회사들도 비슷한 해고퇴직금을 제시했다.

Insider에서 제시한 Meta의 해고퇴직금. 구글과 거의 같은 맥락이다.

해고당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회사도 아주 비슷한 혜택을 지급한 것 같다. 단지 우리 회사는 보너스가 없기 때문에 큰 회사의 그것보다는 1천만 원에서 이천만 원 정도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컴퓨터나 핸드폰을 사도록 도와주는 자금을 추가하는 회사도 있고, 재취업 관련지원에 관해 강의를 듣고 싶으면 수강료를 지원해 주는 회사도 있다.


실리콘밸리 속사정

실리콘밸리는 미국에서도 아주 "특별한" 곳이다. 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직원들에게 주는 혜택은 정말 꿈만 같다. 실리콘밸리에서 제공하고 있는 이런 많은 혜택들이 사실은 많은 부분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구글의 indoor climbing. 이밖에도 오락실, 낮잠 방, 24시간 음식점, 세탁소, 마사지 방 등 없는 것이 없다.
이렇게 멋진 사무실에서 나에게 이렇게 잘해주니까 나는 중요한 사람임에 틀림없어. 나는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

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중요한 일을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겠지만, 요즘 돈 많은 회사들이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제시하고 있는 이런 각종 혜택들은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어 하는 인재들을 컴퓨터 앞에 끌어 앉히는 것 같다. 또 시가총액으로 본 전 세계 가장 큰 회사들의 리스트를 보면 알겠지만, 왜 요즘 전 세계의 모든 인제들이 프로그램으로 너도 나도 뛰어드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가총액으로 본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들. 거의 다 실리콘밸리 회사다. 이래서 다들 코딩을 한다.

내 주위에서도 물리학이나, 심지어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도 코딩을 배워서 실리콘밸리에 입성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끔은 지금 실리콘밸리를 제2의 “골드러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실리콘밸리에서 ‘왕’ 대접을 받고 일하다가 정리해고를 당할 경우 여기서 오는 충격이 정말 크다. 나는 정말 실패자야. 나는 여기에 올 자격이 없었어 등의 자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실리콘밸리 큰 회사에서 퇴사 후에 갈 곳이 없어서 막막해한다. 이렇게 좋은 대우를 받고 실리콘밸리 큰 회사를 다니다가 일반 회사로 취업을 하는 것은 실패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두둑한 봉투를 받고 정리해고를 당한 사람들이 실리콘밸리 밖에서 볼 때는 배부른 사람들이다. 그나마도 없이 길거리로 하루아침에 내몰린 이들도 미국엔 많다. 


아직도 회사에 남아있는 이들은 다음엔 내 차례가 아닐까 내심 걱정하고 있다. 경제도 우왕좌왕하고 사람들도 갈팡질팡이다. 어느 길도 험난치 않은 길이 없지만, 그냥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련다.


대문은 Photo by Dmitry Demidk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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