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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er Oct 24. 2023

개발자의 하루

살짝 엿보는 바람직한 회의문화

개발자가 되기 전에 개발자들은 도대체 하루의 일과가 어떨까 궁금했었다. 언론에서 보여주는 개발자들은 맨날 컴퓨터 앞에 앉아서 프로그램과 하루종일 씨름하는 것 같던데, 매일 그냥 앉아서 코딩만 하나?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신다. 개발자들은 앉아서 코딩만 할 것이라고. 그런데 개발자가 되고 보니까, 물론 코딩을 하는 시간이 대 다수이지만, 생각보다 회의도 많이 참여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상품개발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오늘은 내가 한 주를 어떻게 보내는지를 보여드리려고 한다. 혹시 개발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시다면 지난번에 쓴 개발자란 어떤 직업일까? 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나의 일상은 다른 개발자의 일상을 다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메타에 다니는 내 친구의 경우, 나보다 회의시간이 3 - 5배는 더 많다. 아무래도 상품이 훨씬 더 복잡하고 팀도 커서 그렇다. 또 보통 매니저들은 더 많은 회의에 참여한다.


일상을 보여드리는 김에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회의문화도 살짝 소개하려 한다.


나의 한주

2023년 10월 이번주의 나의 스케줄이다. 이번주가 뭐 특별하게 회의가 더 많은 것도 아니고, 적은 것도 아니다. 보통 회의는 반복적으로 잡혀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주가 비슷하다. 상품이 어떻게 변하나에 따라서 약간의 변수도 있고, 급하게 잡아지는 미팅도 있지만 그런 일이 잦은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여유로운 일주일에 조금 놀라셨을지 모르겠다. 보통 회의는 15분에서 길면 30분정도다. 회의가 없는 시간은 다 코딩을 한다고 보면 된다.

나의 한주

Scrum

스크럼은 실리콘밸리 회사에서 안 하는 곳이 없을 정도다. 스크럼은 한마디로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그것의 진행은 어느 정도이며, 혹시 도움이 필요하거나 질문이 있으면 하는 팀멤버가 모두 모여있는 기회에 이야기를 하는 자리이다. 보통 우리 팀 6 - 9명 정도가 한 15분에서 30분가량을 소모한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2분 정도 말하기 총 15분 - 30분

Retro

우리말로도 "레트로"이라고 하듯이 지난날을 돌이켜보고 잘한 점, 잘못된 점을 짚어보는 시간. 잘못돼서 누구의 탓을 하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 우리는 항상 주어진 시간과 그때의 조건에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가정하에 레트로를 한다. 다음에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가 여기서 배운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두는 자리이다. 엔지니어 말고도 모든 상품에 참여한 사람들이 이 회의에 참가한다. 자유로운 대화형식 30분

Estimation

이것은 엔지니어만 끼는 시간. 우리가 할 일을 대충 예상해 보는 자리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무엇이 필요한지를 결정한다. 자유로운 대화형식 30분

Tech Huddle

역시 엔지니어만 속한다. 일주일 동안 혹시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배웠거나, 써본 새로운 기술이 있으면 팀과 공유하는 자리이다. 이때 정말 좋은 엔지니어들은 티가 난다. 항상 새로운 것을 써보고, 또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려 노력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정말 빛난다. 자유로운 대화형식 30분 

Show & Tell

한 달에 한 번씩, 엔지니어들끼리 모여서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거나, 새로운 기능들을 도입했을 때 소개하는 시간이다. 프레젠테이션 형식임으로 나름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 30분


회의에 대한 나의 생각

내가 여러 나라에서 회사를 다니고 보니까, 회의시간은 회사의 문화가 정말 깊게 반영된다는 것을 이직할 때마다 배운다. 그래서 처음 입사를 하면 조용히 이 회사는 어떤 곳인가.. 하고 회의시간을 관찰한다. 질문을 하라고 할 때 직원들이 정말 질문을 하나? 맨날 매니저만 떠드나? 아무도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없어서 우왕좌왕하다가 회의시간을 항상 넘기나? 이런 것들이 바로 회사의 문화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은 90% 회의를 주최하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회의시간은 정말 비싼 시간이다.


10명이 30분 동안 하는 회의는 몇 백만 원짜리 회의라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회의를 준비할 때 다른 회의 참가자들을 고려해서 준비를 착실히 해야 한다. 회의 중에 프레젠테이션이 들어가거나 다른 자료가 필요하면, 이것들을 꼼꼼히 준비하는 것은 필수이다. 그렇지만 그 밖에도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 몇 가지 더 있다.


필요한 사람들만 

가끔 회의를 하다가 주제가 다른 곳으로 흘러서 10명 중 4명만 참여하는 토론이 필요할 때가 있다. 몇 분 정도는 괜찮다. 그러나 5분이 넘어가는 주제면, “회의 끝나고 따로 얘기합시다. 4명만 남아주세요.”라고 하고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 이런 정도의 배려가 없이는 효율적인 회의를 이끌 수 없다. 같은 맥락으로 회의에 참가하는 사람 모두가 내가 왜 회의에 참가하는지 분명한 이유를 알아야한다.

뚜렷한 주제와 안건준비 

회의에 초대를 받은 사람이 “나 왜 이 회의에 초대되었는지 모르겠는데?"라고 하면 회의 준비성이 미흡하다는 뜻이다. 회의는 약속이다. 약속의 주제가 정확하지 않으면 이 약속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모르고 준비를 할 수도 없다. 이렇게되면 회의를 2차 3차 다시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오늘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서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식의 사람 불러다 놓고 가라고 하는 미팅은 아무리 화상회의라고 해도 실례가 아니 될 수 없다. 회의의 안건을 정하고 미리 사람들에게 공지하고 가능하다면 회의 전에 회의 참여의사나 회의 준비도를 체크하는 것도 좋은 방법.

시간 준수 

앞에서도 간략하게 소개했지만, 회의 시간 준수는 역시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배려다. 회의는 항상 시작하겠다는 시간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이 늦게 온다면? 상관없이 시작해라. 이 회의가 계속 반복되는 회의면 사람들도 '이 회의는 늦으면 안 되는 회의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회의가 길어지면, 한 5분 정도야 괜찮지만, 더 길어지면 무조건 중단. 필요하면 꼭 필요한 사람들만 선별해서 2차 회의를 잡는 것이 좋다. 이런 회의문화가 잡히면 사람들이 회의 시간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는다.


좋은 읽을거리가 되셨으면 합니다. 혹시 회의시간 내내 계속 핸드폰만 보고 계시나요? 그럼, 이 팀이 나의 시간을 존중하고 나의 의견을 존중하는가?를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회의만 잘할 수는 없습니다. 회의는 팀의 문화를 반영하는 창입니다.


Photo by Waldema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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