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와 Cruise의 운명은..
지난주에 소개한 더디게 오는 무인 자동차시대에서 지금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하는 크루즈라는 회사 소개를 잠깐 했었다. 스타트업이기는 해도 무엇보다 큰 회사들 GM, Microsoft 등이 투자를 많이 한 기업이라 투자 자금도 많고 이 동네에서는 꽤 널리 알려진 회사다. 상장을 아직 안 한 회사지만 큰 회사들의 엄청난 자본을 등에 지고 운영하는 회사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스타트업들과 대비해 안정성도 있고 회사의 규모도 꽤 큰 편이다. 게다가 요즘 인공지능의 강풍을 타고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지난주에 쓴 글에서 소개했듯이 지금 현재 크루즈는 무인자동차의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캘리포니아 정부에서 몇 달 전에 크루즈 무인자동차가 사고에 연루된 것을 이유로 바로 운행중시 처분을 내린 것이다. 그러고 나서 회사의 여러 가지 운영 문제가 지금 실리콘밸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주 전 운행 중단 조치 발표 직후 크루즈의 CEO는 회사 전체 회의를 통해서 대량 정리해고를 발표했다. 정리해고를 미리 발표하는 것은 여기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그리고 일주일 후 회사에서 직원들의 주식을 되사는 Stock Buyback, 즉 주식 매입 프로그램을 갑자기 중단한다는 발표가 났다.
Stock Buyback, 즉 주식 매입 프로그램이란 아직 상장하지 않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준 주식을 상장하기 전에 돼 사는 것이다. 그래서 상장을 하지 않았어도 회사 직원들이 받은 주식이 $0으로 간주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그때그때 제시한 가격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서 입사 시에 1,000주를 받았는데 회사에서 주식을 $25에 돼 살 것이라고 약속을 한다. 그러면 직원은 원하면 주식을 $25에 회사에 다시 팔 수 있다. 혹시 주식을 계속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회사가 상장하고 더 값어치가 오를 것이라고 믿는 직원들은 안 팔고 상장을 기다리면 된다. 이러한 이유로 아직 상장이 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이라도 직원들은 주식을 받을 때 소득세를 내야 한다.
회사가 주식 매입 프로그램을 갑자기 중단하면 여태껏 직원들은 소득세도 이미 낸 주식이 한순간에 $0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돈만 잃은 것이 아니라 생돈으로 세금까지 낸 셈이 된다. 내가 아는 친구는 크루즈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는데, 이 친구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오늘자 발표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크루즈의 CEO는 어제(2023년 11월 19일)로 자진 사퇴했다. GM에서 급하게 사태 수습을 위해 사람을 뽑아서 우선 새 경영진을 구성하고 있는 중이란다. 완전히 중단하기로 한 주식 매입 프로그램도 직원들이 세금을 낼 수 있게끔 부분적으로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아마 법적으로도 직원들이 세금을 낸 부분에 있어서는 회사 쪽 책임이 있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GM은 크루즈를 아직 포기하지 않고 운영을 계속해 볼 생각인듯하다.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ChatGPT를 만든 OpenAI도 지금 한참 드라마를 찍는 중이다. 금요일에 회사의 주주회의에서 CEO인 샘 알트만의 CEO 직을 박탈하기로 결정했다. 그 소식이 전해진 후에 그를 따라서 많은 OpenAI 임원진들과 주요 인재들이 줄줄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언론에서는 바로 OpenAI의 주주들을 탓하기 시작이다.
오늘 아침 갑자기 마이크로소프트사가 OpenAI에서 퇴사한 사람들을 전원 모셔가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당연 샘 알트만이 그중에 첫 번째로 고용을 제안받았지만 알트만은 아직은 OpenAI의 CEO로 복직하려고 노력 중인 것 같다. 현재 모든 OpenAI에서 사직서를 낸 직원들은 원하기만 하면 마이크로소프트로의 이직이 보장되어 있다. 공개적으로 OpenAI의 기술을 전부 마이크로소프트로 가져가겠다는 계획이다. 세일즈포스 같은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은 다른 큰 기업들도 사직서를 쓴 OpenAI직원을 모셔가느라 물밑작업이 심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현재 OpenAI 투자를 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렇게 된 이상 마이크로소프트사의 OpenAI 투자는 축소되거나 끝이 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여 년 동안 실리콘밸리에서 이런 잘 나가는 회사들을 둘러싼 크고 작은 드라마들이 많았다. Uber, Tesla, Theranos, Twitter 그리고 SVB 등 실리콘밸리에서의 이런 큰 회사들을 둘러싼 드라마들은 책이나 영화에서도 나올 만큼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이곳에서는 나오는 이유는 너무 많은 돈이 이런 몇몇 회사들에 집중되어서 그렇다. 또 이런 드라마 뒤에는 실리콘밸리의 젊고 돈 많은 유명 경영인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야 회사의 앞날이 어떻게 되더나 상관없이 더 부자가 되거나, 더 유명해지거나, 금방 다른 회사의 최고경영자로 재도약한다.
예전에 이런 일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면 남의 집 불구경하듯 했는데 이제는 Cruise나 OpenAI에서 일하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떠올라서 정말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이야 자기네 기업과 개인 이속만 챙기느라 바쁘지만 이런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앞으로 회사가 계속 운영이 될지, 정리해고는 어느 정도로 이루어질 것인지, 세금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인수 합병문제가 나오면 어떻게 나의 직책이 변할지 직원들은 불안해하지만 경영자들은 별반 관심이 없다.
이번 주말은 미국의 추수감사절이다. 마음 편하게 가족들, 친구들과 식사라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