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der Feb 23. 2024

재택근무. 따듯한 칭찬 한마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7주년

오랜만에 또 한국에 왔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새벽 2시부터 아침 10시까지 샌프란시스코 시간에 맞춰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이렇게라도 한국에 자주 올 수 있는 것은 재택근무 덕입니다. 재택근무한 지 이제 4년이 좀 지났는데요 어디서든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으면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특권입니다. 이런 힘을 제대로 쓰려면 체력도 중요하지만 어디서든지 7-8 시간 잠을 잘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요즘에는 잠을 잘 자는 것도 능력 같습니다.


몇 년 전에 샌프란시스코 아파트에 살고 있을 때 윗집에서 매일 새벽 2시부터 얼마나 크게 떠들고 쿵쾅거리던지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몇 번을 이야기를 해도 고쳐지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헤드폰을 쓰고 자는 버릇을 들였습니다. 거기다 요즘은 안대까지 끼고 자는 것이 습관이 돼서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헤드폰과 안대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잠을 잘 수 있는 슈퍼맨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샌프란시스코 시간에 맞춰서 새벽 2시부터 아침 10시까지 일을 합니다. 제 주위에서도 가끔 이렇게 한국에 머물면서 미국 시간으로 일을 시도한 분들이 좀 계셨는데 얼마 가지 않아서 포기하시더군요. 실패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크게 봤을 때는 우선 밤의 유혹입니다. 새벽 2시부터 일하기 위해서 저는 저녁 6시에 무조건 잠을 잡니다. 그러니 저녁에 사람을 만나거나 음식을 먹는 것도 술을 한잔 하는 것도 금물입니다. 이게 보통 가장 힘들죠. 직장 다니는 친구들을 만나려면 저녁에나 가능한데 그럴 수 없으니까요. 가족이랑 저녁도 못 먹습니다. 그래도 이런 밤의 유혹을 이기면 오랫동안 어디에서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본론은 재택근무가 아니라 제가 들은 따듯한 칭찬 한마디를 자랑하고자 합니다. 한국에 온 이후로 그래도 일이 약간 더 버거워졌습니다. 아무리 충분히 잠을 자도 새벽 3시에 코딩을 하려면 날카로운 집중력이 잘 나오질 않습니다. 그러던 중 누가 메시지를 보내왔더군요. 우리 회사 수석 엔지니어 중에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많이 도와주신 분이었는데 오늘 제가 쓴 코드를 보고 칭찬을 보내주셨습니다. 메시지를 받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는데 오늘 하루종일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요즘 들어서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뒤쳐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좀 걱정이 되었거든요.


링크드인에 가보면 또 왜 이렇게 승진하는 사람들은 많고 창업하는 사람들도 많은지. 제 친구 중에 이제 CEO들도 제법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슬쩍 내가 초라해 보이고 나는 언제나 저렇게 큰 사람이 될까 조바심이 좀 났었는데요 이렇게 칭찬을 한마디 들으니 기분만 좋아지는 게 아니라 제 자신이 뿌듯해지고 자신감도 조금 더 생깁니다.

실리콘밸리 큰 회사 평균 근무년수

칭찬이 또 의미 있었던 이유는 오늘이 제가 입사한 지 7년이 되는 기념일이어서 그랬습니다. 한 회사를 이렇게 오래 다니는 게 실리콘밸리에서는 흔치 않은데, 벌써 이렇게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보통 이직을 2년에 한 번 정도 하는 게 보통입니다. 예전에 실리콘밸리에서 정리해고가 많지 않을 때는 그만큼 다른 회사들이 인재를 모셔가려는 경쟁이 치열해서 이직이 잦았는데 요즘처럼 살벌한 상황에서 이런 트렌드가 계속 갈지는 의문입니다. 우선 지금 실리콘밸리에 리쿠르터나 헤드헌터들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직이야기를 많이 안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타인의 따듯한 한 마디가 큰 힘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저도 슬쩍 신입사원들 몇 명에게 칭찬을 좀 나누는 날이 되려고 합니다.


구독해 주시는 분들 그리고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감사합니다!


대문 사진은 Photo by Gabrielle Henderson on Unspl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