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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er Feb 28. 2024

네이버를 깔고 부산으로 가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는 검색엔진

한국에 온 김에 부산으로 여행을 결정했습니다. 부산을 마지막으로 간 건 외국인 친구와 함께 간 2018년쯤이었나 봅니다. 그때보다는 여행 경험도 많고 인터넷에 정보도 많으니 기세가 당당! 우선은 인터넷으로 KTX 열차 승차권을 구매하고 아침 7시 기차를 탔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는 2시간여 남짓 동안 부산에서 무엇을 하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무엇을 먹을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기차가 출발하고 구글로 이것저것 부산에서 할 것들을 알아보다가 한국 여행 정보는 구글이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카카오맵과 네이버를 깔았습니다. 여행 준비는 이것으로 끝. KTX안에서 네이버에 “부산 볼 것”, “부산 먹을 것”이라고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검색언어를 치는 이유는 구글을 사용할 때의 습관 때문입니다. 구글로 여행지의 정보를 구할 때는 보통 지명 + “to do” 또는 "to see"라고 검색을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Paris to do” 이렇게 검색을 하면 보통 구글은 이 검색에 걸맞은 검색 결과를 보여줍니다. 우선 맨 위에 처음 몇 개 나오는 사이트 들은 광고입니다. 그리고 그 뒤를 구글이 자체 작성한 Featured Snippet을 보여줍니다. 이 부분은 최근에 더 다양해졌는데 한마디로 구글이 다른 사이트에 가서 정보를 찾기 전에 자체적으로 사이트의 정보를 가져와서 자체적으로 만든 정보 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구글에게 물어본 다음에 다른 링크를 클릭할 필요 없이 바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구글의 입장에서는 사용자들을 더 구글 검색 창에 머무르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됩니다.

구글의 뛰어난 검색능력을 논하기 전, 이번 여행동안 네이버를 사용하면서 느낀 검색의 차이점을 좀 이야기할까 합니다.


우선 네이버 검색에서 눈에 띄는 것은 네이버의 블로그였습니다. 구글이 검색의 왕으로 등극은 “웹 크롤러” 덕입니다. 웹 크롤러란 웹사이트, 링크등 모든 웹 분야에 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색인하는 도구입니다. 한마디로 구글은 전 세계의 모든 웹사이트를 읽고 그 정보를 분류해 놓는 거죠. 그래서 앱 개발자들은 구글이 편하데 우리 앱을 읽을 수 있도록 특별한 준비를 합니다.


사용자가 “파리에서 할 일”이라고 검색을 하면, 우선 이 주제와 맞는 웹사이트의 광고주에게 가장 윗 줄을 내어주고, 그다음에는 구글이 자체적으로 만든 콘텐츠를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 웹사이트들 중에 “파리에서 할 것”과 맞아떨어지거나 비슷한 정보들을 순위를 정해서 사용자들에게 보여줍니다.


네이버는? 제가 네이버 검색 개발자는 아니지만, 제가 보기에는 네이버도 우선은 광고주들에게 맨 윗자리를 주고, 그다음에 네이버 블로그를 뒤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인기가 있거나 내가 검색한 것과 제일 잘 맞아떨어지는 블로그를 보여줍니다. 이 방법은 사실 굉장히 똑똑한 방법입니다. 구글처럼 한국의 모든 웹사이트를 뒤져서 색인하는 것보다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블로그만 색인하면 되니 우선 일이 훨씬 쉽고 또 적죠. 그런데 만약 내가 하는 검색이 블로그에 내용이 별로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지식iN 콘텐츠가 답입니다.

이것도 역시 네이버의 다른 상품인 지식iN에 등록된 내용을 활용하는 겁니다. 혹시 검색에 “온혈동물”같이 지식을 묻는 검색이라면 지식에 관련된 학술지, 뉴스, 논문 등 다른 콘텐츠를 활용해서 보여줍니다.


검색은 사용자의 위치, 검색 내용에 따라 소스도 다르고 보이는 콘텐츠도 다릅니다. 같은 검색을 해도 한국에서 하는 것과 미국에서 하는 검색의 결과가 다른 건 이 때문이죠. 검색 엔진에 따라 검색의 방법과 사용하는 정보 그리고 알고리즘이 다르다 보니 검색의 결과가 확연하게 다른 것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네이버를 사용하고 나서 느낀 점은:

 정보의 정확성 부족. 음식점이나 영업집의 영업시간등이 정확하지 않음. 구글은 사용자들이 이런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데 반해 네이버는 사업주가 직접 네이버에 정보 업데이트 요청을 해야 함.   

정보의 편협성.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해서 보여주는 구글에 대비 블로그나 자체 자료를 활용하는 네이버의 자료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고 블로거의 의견이나 정보에만 의존해야 하니 역시 정확성에도 한계가 있음.

검색 언어의 한계. “부산 볼 것“으로 검색을 해도 전혀 상관없는 부산에 관한 자료들이 많이 보임. 즉 역시 검색이 사용자의 전체적인 검색의 의도를 파악하기보다는 단어 비중이 가장 높은 정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

나중에 알고 보니 “볼 것” 과 “볼거리”로의 검색도 큰 차이가 있더군요. “부산 볼거리”라고 네이버에 검색하면 훨씬 더 나은 결과가 나옵니다. 네이버의 검색은 Fuzzy Matching 즉 비슷한 말 검색 또는 검색어의 최적화 부분이 약간 떨어지는 듯합니다.


그렇게 구글이 좋으면 구글 써

이렇게 말씀하실 분들이 있으실지도 :-) 네이버의 이용자 정보활용으로 짐작건대 네이버는 우리 국민의 덕에 크고 자란 회사입니다.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콘텐츠가 정말 중요하게 쓰입니다.


전 세계의 검색을 정복한 구글은 당연 검색은 뛰어나지만 요즘은 구글의 독점이 문제로 제기되는 것을 자주 봅니다. 최근 유럽, 인도 그리고 미국에서 구글은 현재 사용자 정보를 사용자가 동의를 거부 후에도 사용해서 벌금형을 받았고 업계에서도 구글의 시장 독점이 다른 사업을 죽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자주 들립니다.


Yelp 들어보셨나요? 미국에서는 음식점, 세탁소등 뭐든 찾으려면 이 사이트가 꼭 필요했었죠. 사람들의 리뷰를 집합해 놓은 앱입니다. 지금은 운영도 힘들다더군요. 역시 구글이 구글맵을 이용해서 음식점과 그 리뷰까지 보여주니 이제는 사람들이 yelp 가지 않습니다. 구글은 좀 전에 ChatGPT에 대항할 인공지능 제미니를 구글 검색에 끼어넣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좀 경쟁이 시작된 것을 느끼고 분발하고 있는 것이죠.


네이버도 지금 한국에서는 거의 구글 수준 아닌가요? 카톡도 없으면 생활이 마비될 정도로 국민앱이 되었는데요 이런 회사들도 자기네 배만 불릴게 아니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좀 해야 합니다.

아름다운 태종대

부산은 언제나 멋집니다. 맛있는 것도 많고요. 짧아서 아쉬운 마음을 안고 서울행 기차에 올랐습니다.


대문사진은 용궁사입니다. 제가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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